[데겔칼럼] 한국 교회여, 아기 예수를 맞이할 수 있는가?
[데겔칼럼] 한국 교회여, 아기 예수를 맞이할 수 있는가?
  • 문우일 교수
  • 승인 2020.12.2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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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은 아기 예수의 탄생과 화려한 메시아 족보를 생략한 채, “태초에 로고스가 있었고...로고스가 살이 되어 우리 가운데 장막을 쳤다,”고 선언한다(요 1:1, 14). 사람다움의 빛이 꺼져가고 세상이 어둠에 질식할 위기에 처하자, 사람과 세상을 낳은 로고스 하나님이 스스로 아기 예수의 살과 피로 세상에 잠입하여, 장막을 치고 구호 활동을 시작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아기의 살에 인류와 세상의 생사가 달렸다! 아기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몸소 살아내며 정결한 열매로 결실해야 하고,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들이 태어나 세상의 심장이 박동하는 것이다(12:24; 15:2-16).

이처럼 요한복음의 성탄 기사는 가시계와 비가시계를 오가며 우주적 차원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자칫 그 안에 담긴 살과 피의 진통을 간과하기 쉽다. 더구나 요한복음은 성대한 혼인잔치와 명절 축제로 휘감겨있지 않은가! 요한복음은 소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하였을 때 그 약혼자 요셉이 가만히 파혼하려다가 천사의 현몽을 보고 마리아를 맞이한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 가이사의 영에 따라 호적 하러 베들레헴에 간 마리아가 마구간에서 출산하고, 별 따라온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린 사건도 줄였다. 헤롯왕의 유아학살령에 애굽으로 피신했다가 아켈라오의 학정을 뒤로하고 갈릴리 나사렛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아기 예수의 고단한 여정도 적지 않았다.

요한복음은 예수의 가족조차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그 어머니 이름이 무엇인지, 형제자매들은 있었는지 말이 없다(1:45; 6:42). 요한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를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로 알고 있으나, 예수 자신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아버지와 혼연일체가 되어 일한다고 주장한다(1:45; 6:42). 그런 예수를 용납할 수 없었던 이들은 평소에 그와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이는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 부모를 우리가 아는데 어찌 그가 지금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는가? (중략) 어찌 갈릴리에서 그리스도가 나는가? 성경은 다윗의 씨로서 다윗이 살던 마을 베들레헴에서 그리스도가 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요 7:41-42). 이후로 요셉은 어찌 되었는지, 왜 예수의 십자가 아래에 요셉은 없는지 요한복음은 침묵한다.

그럼에도 요한복음은 아기 예수의 탄생과 그의 성년 세례식이 와야 할 자리에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소개함으로써, 예수의 살과 피로 오신 하나님이 무방비 상태로 도살당하며 겪을 극심한 진통을 간결하지만 충분하게 예고한다(1:29). 그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유월절이 되기까지 요한복음의 예수는 제자들과 성찬식을 거행하지 않는다. 공관복음은 유월절에 최후의 성찬식을 거행하지만, 요한복음은 “유월절 전에” 세족식을 거행하는 것이다(13:1-10). 그리고 마침내 유월절은 하나님의 살과 피가 응축된 예수가 한 알의 정결한 밀알로 결실하여 땅에 떨어지는 날이요, 그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날이다(18:28)! 그 성찬식에 참예하는 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맛보지 않으며, 죽어도 다시 살아 많은 열매를 맺는다(8:51; 11:25).

유대인이라면 대제사장이나 왕조차도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야 했던 로마 압제하에서 일체 꾸밈없는 살과 피가 전부였던 사람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 세상의 조롱과 야유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품에 깊이 안겨 하나님의 로고스를 살아내고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시연한 것이다. 이런 아기 예수를 한국교회는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조교수)
문우일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 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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