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겔칼럼] 밀과 보리를 팔러 나간 사람들
[데겔칼럼] 밀과 보리를 팔러 나간 사람들
  • 문우일 교수
  • 승인 2020.04.0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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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누구인가? 채플 시간에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화장을 해도 비난받지 않을 인권을 누리는 분들이 아닌가! 교육은 서비스업으로 변질되어 훈육할 스승들이 사라졌고, 학생들은 선생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며 준엄하게 시정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처럼 자유분방한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자칭 “밀 한 되”(계 6:6)라는 이 앞에서는 반듯하게 줄을 맞추어 머리를 조아린 채 꿇어앉아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신을 핸드폰에 저장하므로 핸드폰을 빼앗기면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는데, 저 젊은이들 가운데는 핸드폰조차 버리고 집에서 탈출하여 집단생활을 시작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17년에 1인 가구가 전 가구의 29.3%(562만)를 넘어섰다. 그런데 아무리 불편하고 혹독해도 집단생활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저 젊은이들은 이 사회의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만 밀과 보리를 구하러 나간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 분포도는 기성 교회들이 품지 못한 이들이 누구인지 상당한 정보를 제공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3월 18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성별 현황에 따르면, 여성(61.49%)이 남성(38.51%)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연령별로는 20대(27.84%), 50대(19.20%), 40대(13.92%), 60대(12.59%), 30대(10.38%) 순이다. 특히 고령시대에 50-60대 여성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우며, 활기차게 사회 생활할 수 있는 체력과 의욕이 넘치고, 육아나 자녀교육에서도 해방되어 달리 매진할 일이 절실하지만, 성별과 나이 제한으로 번듯한 일자리는 고사하고, 교회에서조차 권사 이상이 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칭 ‘밀 한 되’는 한국 사회와 기성 교회가 방치한 저들의 풍성한 노동력을 불러주고 존재감을 날카롭게 확인할 일거리를 제공하고, 저들은 모든 것을 버려두고 밀 한 되를 팔러 나간다. 깁던 그물과 아비와 삯군과 배를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간 제자들을 방불케 한다(막 1:19-20). 저들은 지속적으로 모이기를 힘쓰며 강도 높은 교육까지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을 단계별로 공부하여 그리로 올라간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내용이 터무니없다 보니 배우면 배울수록 인생을 허비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그런 사실을 저들에게 알려줄 이들이 기성 교회에 절대 부족하다! 저들을 꿇어앉힌 지도자는 ‘밀 한 되’의 시대적 배경과 전문 학자들의 주해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정규 신학교들의 신학교육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 편리대로 성경을 끼워 맞춰 꾸준히 단계별 교재를 만들면서, 그것으로 신학을 깊이 공부할 틈이 없는 외롭고 불안한 사람들을 끌어모아 지속적으로 모이를 주고 안심시켜 심신과 인생을 송두리째 장악한다. 그러나 이 땅의 고매한 신학자들은 교단 신학 보전에 바빠서 저들의 터무니없는 궤변까지 참견할 여력이 없다. 더구나 학문과 지식과 상식을 비하하고 기도와 순종을 강조하는 설교 강단의 위용에 짓눌려 신학자들은 예언을 그치고 학문 내려놓기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신학자들은 말씀의 검을 갈고닦기보다 부자와 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덕담에 종사하여야 가족을 살릴 수 있음을 알아버렸고, 강단에서 학문과 지식과 상식이 모욕당해도 눈을 질끈 감기로 결단한 것 같다. 그러므로 소금물 분사 사건은 놀랍지 않다.

한국교회에 누가 있어 밀과 보리를 팔러 나간 이들을 구해오랴? 혹세무민하는 교리들을 물리치는 난해하고도 고된 수고를 참아낼 예수님의 참 제자들은 어디 있나? 만사를 뒤로하고 말씀에만 몰두하는 신학자들을 키우고 보듬어줄 한국 교회 어머니는 어디 계신가? 예언적 일성을 허용하고 귀담아들어 주는 교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어린 청년들과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꼭 쥐고 있던 마이크를 넘겨주는 교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예수님의 참 제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조교수)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조교수)

문우일

서울신학대학교,

신약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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