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룻기는 성경에서 4장밖에 없는 짧은 성경이지만, 분량에 비해 큰 울림을 준다. 아마도 그 이유는 룻기가 ‘헤세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헤세드’는 언약적 신실성, 충성스러운 사랑이란 의미가 있다.
‘사랑하다, 살아가다’는 미국의 목회자 폴 밀러가 쓴 룻기 강해서다. 이 책은 딱딱하거나 학문적인 룻기 주석이 아니다. 이 책은 다분히 저자의 감성과 목회적 통찰이 묻어나는 따뜻한 룻기 강해서다. 이 책은 총 23장으로 나누어져있으며 마지막 23장의 제목은 ‘사랑은 영원하다’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강력하게 역사할 때는 출구가 없을 때다. 사랑할 수밖에 없어 사랑을 배울 때다. 그런 숨은 사랑의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의 신기하고 강력한 임재를 경험한다. 우리는 사랑의 여정에서 버텨야 한다. 외면이나 냉소의 출구로 나가지 말고 견뎌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이 나타나신다. (83p)
이 책의 저자 폴 밀러는 자폐증 아이를 둔 아버지다. 누가 자신의 자녀가 장애인으로 태어나길 원하였을까? 폴 밀러는 자폐증 때문에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부모의 전적인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자녀를 키우며 하나님의 헤세드를 묵상한다. 그리고 그 헤세드를 실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룻기를 머리로 강해한 강해서가 아니라, 룻기의 헤세드를 온몸으로 실천한 저자가 헤세드의 현장에서 피, 땀, 눈물로 쓴 강해서다. 성경의 헤세드는 명사가 아니다. 헤세드는 동사다.
헤세드는 가난한 자를 일으켜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사랑이다. 헤세드는 언제나 오래 참고, 언제나 온유하다. 헤세드는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딘다. 구약의 헤세드와 신약의 아가페는 본질상 동일하다. 할리우드식 사랑은 사랑할 때 머리를 사용하지 말고, 몸만 사용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룻기의 헤세드는 사랑할 때 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리라고 말한다. 스캇 펙 박사가 말한 것처럼 “참된 사랑은 분별력 있게 주고, 분별력 있게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세드는 분별력 있는 사랑이며 동시에 지혜로운 사랑이다.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주어야 하고, 무엇을 주지 말아야 할지 절제하는 사랑이다.
흔하지만 참 사랑을 만나기 힘든 지금, 많은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가진 것이 없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룻기를 다시 펴서 읽어야 할 때이다. 룻기에서 울려 퍼진 헤세드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 헤세드의 노래가 계속 울려 퍼진다.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지만 헤세드는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