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단기선교의 계절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수많은 교회에서 해외 단기선교를 다녀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단기선교를 통해 삶이 변화된 성도가 있는가 하면, 단기선교 이후에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성도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단기선교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요르그 리거가 쓴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단어인 여행을 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전체 160쪽 분량의 가벼운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기 집중 여행과 선교 여행이 제공하는 가장 큰 도전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고찰하게 만드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선교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타인의 회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에 따라 자신의 회심과 함께 시작한다. 자신이 해결책 일부가 되기에 앞서 자신이 어떻게 문제 일부가 되었는지 깊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120p.
선교는 표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나 자신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설교자의 설교도 마찬가지다. 설교자의 설교를 가장 가까이서 듣는 사람은 설교자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설교자 그 자신이다. 선교사와 설교자는 타인에게 복음을 전하려다가 자기 자신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게 된다. 요르그 리거는 우리가 단기선교를 얼마나 많이 다녀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한 번의 단기선교라 할지라도 그 시간을 통해 참된 회심을 경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여행이든 중요한 것은 집으로 돌아온 뒤에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던질 신학적 질문은 다음과 같다. 부활한 그리스도는 우리 시대에 길을 가는 모든 사람과 함께 어떻게 여행하고 있는가? 이 사실에 비추어 우리는 어떻게 집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볼 것인가? -59p.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나사렛을 벗어나 이스라엘 전역을 여행하셨으며, 일상 가운데 함몰된 지극히 평범한 미생(未生)을 완생(完生)의 여정으로 초대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여행은 경계를 넘어 고정관념을 타파한다. 그리하여 혼자서는 볼 수 없고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을 그와 함께 보고 그와 함께 간다. 우리가 아직도 가야 할 길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하신다면, 비록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여정이 결코 외롭지 아니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