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호] 마침표를 잘 찍고 있는 사람들
[101호] 마침표를 잘 찍고 있는 사람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20.09.1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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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베푼 것은 잊고
남에게 받은 은혜는 기억하라”

2001년, 한 사업가가 무려 300억 원이라는 거금을, 카이스트에 기부하여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14년 다시 같은 사람이 카이스트에 또다시 215억, 합계 515억의 재산을 기부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때 돈은 지금의 화폐 가치와는 크게 다르다. 기업이나 법인이 아닌 개인의 기부로 역대 최고의 기부액을 기록한 이 사업가는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다. 당시 소망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정문술 회장이 카이스트에 기부하면서 내건 조건은 한 가지었다. 이 기부금의 집행을 카이스트의 이광형 교수에게 맡긴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큰돈을 한 사람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정문술 회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연구 발전이 안 되어서 사업이 부진하여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이광형 교수가 찾아와서 우리 회사에 첨단기술을 전수해 줬어요. 그 고마움, 한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는 이 은혜를 갚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이광형 교수에게 어째서 그 회사에 찾아가서 그 훌륭한 기술을 그냥 전수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국가가 저를 선진국 유학까지 시켜서 과학기술인으로 만들어 주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사회에 봉사하고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이광형 교수는 정문술 회장의 기부금으로 IT+BT 융합기술을 개발하여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카이스트에 기부한 사람이 또 있다. “카이스트에서 국내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80대 여성 사업가가 전 재산 676억 원을 연구기금으로 사용해 달라며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이수영(83세) 광원산업 회장이다. 2020년 7월 23일 카이스트 본원에서 676억원 가치의 부동산을 이수영 회장이 출연했다.

1997년 뉴욕타임스 1면에는 ‘아무도 모르게 6억 달러를 기부한 피니’라는 기사가 실렸다. 세계주요공항의 면세점 체인 ‘듀티 프리 쇼퍼즈’의 대주주였던 척 피니(Chuck Feeney)가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1982년부터 16년간 1500곳에 6억천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피니가 15달러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낡은 회색 레인코트를 즐겨 입으며, 비행기는 3등석을, 시내에선 택시를 타고 다녔다. 피니가 만든 자선재단은 당시로선 ‘포드,’ ‘ 켈로그’ , ‘로버트 우드존슨’재단에 이어 네 번째 규모였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피니가 66살이라는 설명과는 달리 사진 속 모습은 40대의 팽팽한 얼굴이었다. 취재진이 피니의 가장 최근 사진이라고 구한 게 17년 전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고집이 워낙 강했던 피니는 변변한 사진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에겐 비밀엄수규정을 엄명했고, 기부를 받은 측에겐 “내 이름이 새어나가면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다섯 자식들에게는 비행기를 탈 때 아버지보다 한 등급 위인 2등석을 탈만큼의 재산을 물려주었다. 재단이 영구화되면 재단 관계자들이 재단의 설립 목적을 잊은 채 기부금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목적과 수단으로 삼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2016년에 자산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산했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교육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으로 국민을 두 패로 나눠 싸움을 붙여 결국 나라를 가라앉게 만들고 마는 좌파 포퓰리즘을 경계한 이야기다. 온갖 신문을 잔뜩 넣은 비닐 백을 맨 채 비행기 3등석 탑승 줄에 서 있는 피니의 말이 절절하다. “돈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큰일,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필자에겐 존경하는 인물이 또 있다. 영동농장 김용복 회장이다. 너무나 가난해서 지독한 가난을 원망하던 그는 피나는 고생 끝에 미군 하우스 보이로, 월남 전쟁터로, 사우디 사막으로, 종횡무진하며 돈을 벌어들였다. 사우디에 가서는 사막에서 녹색혁명을 일으켜 거부가 되었다. 어렵게 번 돈 1,110억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필자와도 깊은 교우를 하고 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생색을 내고 이름을 내기 위해서나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과는 그 류가 다르다. “남에게 베푼 것은 잊고 남에게 받은 은혜는 기억하라”고 했던 바이런의 명언대로 사는 사람들이다. 인생의 마지막 떠나가는 길, 마침표를 잘 찍고 가려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 창 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 재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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