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대안 제시” vs “진료거부 의료진 이해 불가”
“합리적인 대안 제시” vs “진료거부 의료진 이해 불가”
  • 김성해 기자
  • 승인 2020.09.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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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의사회, 전공의 단체 행동 지지
수술실 떠난 의료진, 국민 납득 어려워
의협·정부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작성
고시 거부한 의대생 구제, 새로운 갈등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통해 공공의료관련 정책 협상을 타결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통해 공공의료관련 정책 협상을 타결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의료파업에 돌입했던 전공의들이 지난 8일 오전 7시부터 업무 현장에 복귀하기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과 지난 4일 공공의료 정책 관련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파업의 시발점은 지난 7월 23일, 정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확충 방안’에서 시작된다. 이날 정부는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를 열고,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생을 4,000명 더 뽑기로 했다.

현재 국내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5년간 동결된 수치이다. 때문에 흉부외과와 감염 내과, 산부인과 등 특수분야를 중심으로 한 의사 부족 문제, 수도권과 달리 낙후된 지방의 의료 환경과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매년 400명을 추가로 뽑으며, 400명 중 300명은 의사 면허 취득 후 의무적으로 10년간 지역에서 의사로 근무하도록 하며, 남은 50명은 중증 의료나 감염 내과 같은 특수 전문 분야 의사 인재로 양성하고, 나머지 50명은 의과학 연구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또 정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인 49명을 활용해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이하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법안을 지난 6월 발의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과 비대면 진료 도입 등의 의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층 방안’에 대해 의대생과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첫 번째로 신호를 띄운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었다. 지난 8월 7일 전공의들은 코로나19로 헌신한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수어 ‘덕분에 챌린지’를 반대로 뒤집는 ‘덕분이라며 챌린지’ 피켓을 선보였고, 대한의과대학학생협회(이하 의대협) 역시 SNS를 통해 ‘덕분이라며 챌린지’ 릴레이 캠페인을 이어갔다.

그 뒤를 이어 8월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시행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앞선 4일 24개 의료단체들과 의사 수 증원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가 8월 12일까지 정책 재검토 등의 변화된 입장이 없다면 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이에 의협은 전국 총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의협은 “정부는 의료계의 분노에 심각성을 깨닫고 즉시 정책 추진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의협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부가 추진하는 4대악 의료정책(의대 정원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도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전공의들이 여의도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층 방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 유튜브 갈무리
지난 7일 전공의들이 여의도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층 방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 유튜브 갈무리

제1차 총파업 이후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의협 최대집 회장이 19일 의정간담회를 가졌고, 23일부터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의협과 면담을 이어갔지만, 정부가 방안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을 펼치며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8월 26일부터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의사 국가고시를 앞둔 의대생들도 시험거부 및 동맹휴학에 나섰고, 의대 교수도 의대생 및 전공의, 의사단체의 파업을 지지했다. 제2차 총파업에 대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이에 반하듯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한국기독의사회(회장 김윤환) 역시 성명서를 통해 “학생 및 전공의의 단체 행동에 지지를 표한다”며, 정부를 향해 “올바른 제도의 정립을 위해 현안을 철회하고 충분한 대화 및 타협을 통한 방법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표명했다.

단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정책은 전문가 단체를 배제하고 이뤄졌으며, 실행 계획은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평하지도 않게 기획되어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 기관에서 급여를 받으며 의료 업무를 주 80시간씩 인내하는 미래 의료의 주역인 전공의와 정부 지원 없이 힘들게 어렵게 의대 공부를 수행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미래’를 빼앗는 상실감을 안겨줬다. 정부의 역할은 이들에 대한 지원이지 압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기독의사회는 “논의 진행 과정에서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하여 보여준 압력은 평범한 의대생과 전공의를 극한 저항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어린 학생들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모든 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것은 민주정부에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이들에 대한 탄압은 이 사회에 대해 불공정함과 불신을 갖게 할 것이다. 10년 뒤 불확실한 4,000명을 위해 현재의 3만 명이 넘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극한투쟁으로 몰 것인가”라고 꼬집으며 정부를 향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업계의 큰 지지를 받은 총파업이었지만, 문제는 의사들의 제2차 총파업을 시작했을 시기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400명을 겉돌았던 때였다. 또 전국을 향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의료진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27일 부산에서 약물을 마셔 위독한 상황에 처한 40대 남성이 3시간 동안 부산 및 경남지역 응급실 13곳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에도 의정부에서 30대 남성이 심장마비로 쓰러졌으나, 시내 병원에서 의사가 없다며 입원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시민들은 의료계의 집단 총파업에 대해 분개하며 ‘파업병원 보이콧’ 사이트를 만들고 파업하는 의사 및 병원은 진료 받으러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와 기독청년의료인회 등 92개 단체도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들이 의료현장을 벗어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단체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중환자실과 응급실, 수술실을 떠나 진료거부를 지속하는데 대해 많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코로나19에 맞서 헌신적으로 땀 흘리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모습과, 정부 정책에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중환자실,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 양보와 배려, 연대와 헌신이 필요하다. 전공의들은 의료현장으로 돌아가고 정부와 국회, 의료계, 시민사회는 지혜를 모아 보건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결국 지난 4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료계가 공공의료 정책 관련 협상을 타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며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및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 구성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긴밀한 상호 공조 및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핸 구체적인 대책 마련 △의협의 집단행동 중단 후 진료 현장에 복귀 등 5개항에 대해 협상했다.

이로 인해 8일부터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업무에 복귀하기 시작했으나, 아주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10여개 병원 전공의들은 여전히 집단휴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복귀를 하지 않은 병원의 전공의들은 내부적 복귀 시점이 미정인 것도 있지만,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단체행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86%의 구제 여부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료생활협동조합 정미숙 간사는 “의사들의 요구사항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한다”며 반감을 표했다. 반면 기독의사회 김윤환 회장은 “전공의들 중 일부가 여전히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고, 사태가 온전히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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