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의 세습 논란을 바라보며 고린도교회의 우상 제물을 생각한다. 고린도 성도들은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로 논란이 일자 바울의 판단을 구한다.
바울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먼저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니 먹어도 무방하다고 운을 뗀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가 걸려 넘어진다면’ 금해야 할 것이라 권면한다. 우상 제물이 교회의 본질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란은 세습을 금한 총회 헌법의 해석을 놓고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교회 측은 지난해 총회 헌법위의 해석으로 세습금지법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입장이다.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여기서 논란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왈가왈부는 충분하고, 이미 넘친다. 다만 이번 논란이 한국 교회와 세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님이 이 땅에 주신 교회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사랑으로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 화평과 오래 참음으로 세상의 본이 되어야 한다. 최근의 명성교회가 과연 이러한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지는 미지수다. 세습이 교회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명성교회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주장하듯이 김하나 목사가 담임으로 절대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초빙이 적법한 절차였기에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교단의 권위가 무너지고, 교회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은 세상도 알고, 교단도 알고, 명성교회도 안다. 교단 총회법의 해석에 갇혀 교회가 더 이상 세상의 조롱거리가 될 수는 없다.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이 문제는 더욱 명확하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이미 많은 이들이 넘어졌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수없이 넘어질 것이다. 바울은 ‘너희가 형제에게 죄를 지어 그 약한 양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전8:12)고 경고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교회 내 문제는 최고 지도자의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김삼환 목사는 38년 전 서울 명일동 상가 3층에서 개척할 당시의 초심을 떠올릴 때다. 무릎 꿇고 서원했던 그 교회의 모습이 지금의 그것과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