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목사는 요즘 부끄럽고 힘들다
농촌교회 목사는 요즘 부끄럽고 힘들다
  • 김지운 지역기자
  • 승인 2018.04.01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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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목회는 이미 40년 전부터 시작
애정과 관심으로 형성된 신뢰, 일자리창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져
교회 뒷 뜰에 메달린 종. 매곡교회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으로 복음을 울리는 귀한 사명을 감당해왔다.
교회 뒷 뜰에 메달린 종. 매곡교회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으로 복음을 울리는 귀한 사명을 감당해왔다.

“세상에 얼굴 들고 다니기가 힘이 듭니다. 대형교회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들을 수 있도록 알려 주세요. 그리고 정신을 차렸으면 합니다. 최남단의 농촌교회 목사가 부끄러워서 힘이 듭니다. 이것을 꼭 보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예장통합이 힘차게 진행 중인 마을 목회를 이미 40년 전부터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정도성 목사. 정 목사는 앉기가 무섭게 한국 교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굵직한 교회들이 얼마나 시끄럽습니까? 시끄럽지 않은 교회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 분들의 교회가 한국교회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정 목사는 40년 전에 고흥군 동강면의 작은 마을 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했었다. 부임 당시 교인은 7명, 사례비는 1만원이었다. 당연히 교회가 교역자의 생활을 책임질 수 없는 여건이다. 특히 교회가 읍내나 면소재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성장의 여건을 찾아 볼 수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현재 재적 150명에 출석 성도가 120명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정 목사에게 개척한 것과 다름없는 교회인데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 없느냐고 종종 묻는단다. 그럴 때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한다는 정 목사.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아들도 이번 봄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다. 아들의 목회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을 가야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고 그 길이 매곡교회를 향한 것으로 애써 만들고 싶지 않단다. 이제 5년 뒷면 은퇴하는 정 목사는 후임 목회자의 청빙에 대해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제발 세습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총회 법이 있어요. 지교회도 중요하겠지만 안목을 한국 교회로 넓혀서 봐야 합니다. 명성교회 원로목사님은 총회장을 지냈던 분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면 말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혹여 교회 장로님들과 교인들이 (세습을) 하겠다고 해도 단호하게 제지해야 합니다. 그 분은 그런 영향력이 있어요”

정 목사는 총회법을 지켜가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말했다. 또 세습하는 교회에 어른들이 순서를 맡는 일은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혹여 예식에 참여하더라도 선지자의 마음으로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질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목사는 남은 5년 동안 교회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마무리하기 위해 기도 가운데 훈련 중에 있다고 전했다.

“저는 은퇴하면 농사를 지을 겁니다”

목회 40년 동안 농민들 속에서 함께 지내온 정 목사 다운 은퇴 설계다. 지금도 하루 일과의 시작이 일로 시작해 일로 끝난다.

첫 부임 당시 50평 부지에 20여평 교회 건물이 전부였던 매곡교회. 어느새 교회는 건축이 되었고, 뒤편에는 사회복지관이, 그리고 그 옆으로는 40년 동안 지역민을 향한 사랑으로 빚고 애정으로 담근 된장공장이, 그리고 넓은 농장에 조경수와 과실수들이 있는 농장을 갖추게 되었다.

교회 부임 당시부터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는 토끼. 정 목사는 토끼를 비롯한 가축들을 돌보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이 모두가 성도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 부임 당시부터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는 토끼. 정 목사는 토끼를 비롯한 가축들을 돌보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이 모두가 성도와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토끼들 있잖아요. 이건 선물들입니다. 초창기부터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전도상으로 암수 한쌍씩 주었어요. 그게 전통이 되어 요즘도 선물로 줍니다”

최남단 고흥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농사를 지어도 생산자인 농부에게 돌아가는 이윤은 거의 없었다. 생산자가 가격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였다. 이것은 농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관심과 애정은 소통과 부흥의 동력이 된다

농가의 어려움을 정 목사는 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또 40년 동안 ‘된장 목회’를 할 수 있게 만들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역과 교인들에게 관심을 갖다보면 보입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면 알게 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마리아인들이 보입니다. 그들을 위해 관심과 기도를 하다보면 어느새 함께 어울리는 소통의 장이 마련이 됩니다”

된장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배고픔에서 비롯됐다. 7명의 교인들과 첫 사례비 1만원.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굶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 과정 속에서 농가의 어려움을 보았다. 정 목사가 지역 농민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던 굶주림이 사마리아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40년 전에 콩을 생산했던 농가들이 제 값을 받지 못했어요. 생산자가 가격 결정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일반 공산품의 가격 결정은 생산자가 하잖아요”

당시 전국 농가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고흥에 부임한 정 목사는 일자리 창출과 이윤추구가 중요한 일로 선정했다. 그동안 도시 교회에서 보조를 해주던 모든 것을 다 끊었다.

그리고 시작한 일이 된장 목회.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고흥에서 키우는 콩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전통 방식의 된장과 간장, 메주를 만들었다. 전통 비법으로 발효 숙성시킨 매곡교회의 장류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전통에덴식품’이라는 상호를 가진 식품회사로 성장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교회가 직접 수매하고 가격은 시장에 내 놓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당연히 지역주민들은 교회에 관심과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매출이 늘어갈수록 부족한 일손을 지역주민들을 고용하다보니 지역의 경제적 여건은 좋아져갔다.

보통 바다에 인접한 지역일수록 교회에 대한 배타성이 짙다. 정 목사가 눈물로 뿌린 헌신은 믿음의 신불신을 떠나 마음을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된장목회는 종합복지 사역으로

지난 40년간 관심과 애정으로 빚고 사랑으로 담근 된장.
지난 40년간 관심과 애정으로 빚고 사랑으로 담근 된장.

된장 목회는 주민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또 교회 재정뿐만 아니라 지역농가 소득의 중요한 창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 지역에 복지사역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 마련의 기틀을 제공했다.

된장 목회가 열매를 맺어 독거노인과 청소년 가장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초고령화로 접어든 농촌 지역민들을 바라보며 장례문화의 거품을 보고 장례식장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정 목사는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룰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사용하신 것이 감사하다고 전한다. 현재 운영 중인 장례식장을 통해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교회 장로님과 권사님, 그리고 모든 교우들은 아론과 훌이 모세에게 협력했던 것처럼 힘껏 도와줍니다. 장례식장 운영만 해도 그 분들의 협력이 없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다 보니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곡교회가 운영하는 곳은 일반 사회 장례식장의 풍경과 다를바 없다. 지역주민의 종교에 따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교회 뒤편에 있는 장례식장에는 승려, 신부, 교무 할 것 없이 오가며 장례를 집례한다. 이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낯설었나보다. 자주 교회에서 왜 그러느냐는 비판을 자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성도들은 누구 하나 장례문화에 대해 문제 삼은 사람이 없었다. 지난 세월 정 목사와 함께 섬겨왔던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겠다 싶어 말씀 가운데 기도했다는 정 목사. 그는 마태복음 1장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가 나와요. 여자 조상으로 다말과 라합, 우리아가 등장합니다. 그들은 한결 같이 부정한 여인들입니다. 핏줄 좋아하는 한국사회 풍도로 이야기하자면 깨끗하지 못한 피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모든 사람들을 품었습니다. 예수 믿는 자나 밎지 않은 자나 세상 모두 품으셨습니다. 승려든 신부든 교무든, 예수님의 정신으로 그들을 품자. 내 내면에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있으니, 그들 내면 속에 그 정신을 보여주자고 생각 했습니다”

정 목사의 섬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열매를 맺었다. 전혀 다른 신을 섬기던 이들이 교회로 출석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또 믿지 않던 자녀들도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로 나오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매곡교회 장례식장은 일반 장례식장 이용시 지출하게 될 비용의 2/5 수준이면 된다. 가격 뿐만 아니라 장례에 관한 모든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이용시 어려운 점이 없다. 단,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조의금은 모두 자식을 위해 헌신한 남은 부모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

“평생 자식을 위해 교육 시키고 시집 장가보내고 빚만 졌는데, 그것까지 다 가져가면 부모는 무엇을 먹고 살겠습니까? 어차피 일반 장례식장에서 하면 비용으로 다 없어질 것이니 교회에서 하고 남은 돈은 부모님께 돌려 드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병원도 다니고, 약도 사드시고, 연료비 통신비, 식생활 비용, 빚진 것도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역주민을 눈여겨보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어려움이다.

 

불신자도 그들의 눈으로 교회를 섬긴다

“참 재미있어요. 콩 수매를 하면 돈을 받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식당에서 밥먹으면서 화투를 즐기기도 합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윷놀이를 한다든지 화투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돈에서도 십일조라고 돈을 떼어서 헌금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주민들이 교회와 소통하면서 서로의 간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또 교회를 통해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십일조를 떼어 하나님께 올리는 것이 옳다고 믿는단다.

신뢰관계는 면 소재지에 있는 교회도 꿈꾸기 힘든 바자회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매곡교회는 해마다 바자회를 연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이웃돕기나 교육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새 매곡교회는 고흥군에서 가장 유명한 섬김의 교회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교회를 향한 쓴소리

“농촌교회 목회자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분들이 하는 일들과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 목사는 한국 교회가 10년 안에 무너지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로 교회가 교회답게 바로 서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았다.

“지금 도시 교회 성장의 기틀은 농촌에서 올라간 젊은이들입니다. 어쩌면 도시교회가 자기 능력으로 부흥된 것만은 아닙니다. 농촌교회가 못자리입니다. 그런데 못자리가 붕괴되고 있어요. 이제 도시도 힘들어질 것입니다. 인재양성에 힘쓰지 않으면 앞으로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제왕적 목회와 수십억의 퇴직금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교인들이 먹여주고 입혀주었으면 됐지 교인들 헌금 가지고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정 목사는 현재 진행 중인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비롯한 복지사역의 대부분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정부가 복지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된장공장과 농장의 일들도 예전보다 많이 줄였다고 전했다.

“빈곤한 시대 때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일을 했습니다. 돈을 보면 돈에 눈이 어두울 수 있어요. 그것을 차단하고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 목사가 전하는 한국 교회의 선한 일은 인재양성을 꼽았다. 현재와 같이 ‘오직 우리교회’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목회자가 다른 일보다도 한국 교회와 지역, 주민들과 성도들을 관심과 애정으로 바라본다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한국 교회를 꿈꾸는 정 목사. 그의 바람이 한국 교회의 꿈이 될 날도 곧 다가 오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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