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야 기다려”
“영미야 기다려”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3.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의 끝이 시작보다 낫고 참는 마음이 교만한 마음보다 나으니" 전도서 7장 8절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며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의 최고 화제는 단연코 컬링 여자 국가 대표팀이다. 의성여고 방과 후 특기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친구들 중심으로 결성된 팀 킴(Team Kim)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썼다. 그들이 남긴 건 단순한 기록과 메달이 아니었다. 여자 컬링팀 스킵(주장) 김은정이 첫 번째 스톤을 던지는 리드 김영미에게 외친 ‘영미’라는 말은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SBS 이슬비 해설위원은 아예 ‘영미어’ 해석까지 내놓았는데, 예를 들어, “영미 헐”이라는 말은 스위핑을 빨리하라는 의미고 “영미야~”라고 부드럽게 부르는 말은 라인이 안정돼 있으니 조금씩 잡아가라는 뜻이고, “영미~ 영미~ 영미~” 이렇게 반복하는 것은 “영미야 제발 좀 빨리 닦아 줘”라는 의미란다. 그들이 딴 은메달보다 이름만 불러도 서로 무슨 뜻이 알 수 있는 그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정말 금메달감이다.

 

여자컬링 국가대표 선수들 (출처 -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 (출처 -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이번 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화제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대표팀이다. 팀 추월 경기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팀 기록이 되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잘해도 다른 팀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조차 혼자 달리지 않고 자신의 팀원들을 이끌거나 밀어주면서 경기를 운영한다. 결국 팀 추월 경기는 내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느냐가 아니라 우리 팀이 빠르도록 내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여자 대표팀은 김보름, 박지우 두 선수가 같은 동료 노선영 선수를 따돌리고 전력 질주하며 먼저 들어오면서, 팀 추월이 아닌 팀원 추월 경기를 보여주다 결국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김보름 선수는 노선영 선수의 실력 탓으로 돌리다 결국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 경기 이전부터 빙상연맹의 부조리를 내부 고발한 노선영 선수에 대한 왕따 설, 팀 불화설이 있었다고 한다. 논란은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져 김보름, 박지우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에 대한 조사 청원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컬링 여자 국가 대표팀과 스케이팅 팀 추월 여자 국가 대표팀, 어쩌면 이 두 팀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어떤 곳인지 미리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한국은 대표적인 갈등 공화국이다.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은 지난 20년 동안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보다 사회통합지수가 낮은 국가는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뿐이다. 국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매일 매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갑과 을, 영남과 호남, 남과 북이 오늘도 팀 추월이 아닌 팀원 추월을 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 앞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미국 대통령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잘못되기를 기원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같은 팀원, 한국인들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혼자 달리지 않고 서로 서로 이끌거나 밀어주어야 하는데 목사와 목사가, 목사와 장로가, 교인과 교인이, 선교사와 선교사가 팀 추월이 아닌 팀원 추월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김보름과 박지우를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컬링 여자 국가 대표팀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컬링의 시작은 호남이었다. 1994년 호남의 기업 쌍방울이 공식적으로 대한컬링연맹을 창립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열매를 영남 의성 출신들이 이루어 냈다. 컬링 여자 국가 대표팀의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은 영호남의 화합과 협력, 거기다 대표팀 팀원들 간의 동료의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오늘도 분노의 말들을 쏟아내며 같은 팀원들을 추월하는 우리 사회, 우리 교회, 우리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미야 기다려”

 

 

 

 

김윤태 목사
대전신학대학교 선교교육원장 및 선교학 겸임교수
미얀마 양곤 Servanthood Bible College 이사장 및 객원교수
대전극동방송 목회자 자문위원, CBS 이사, 군선교 중부지회 이사
오픈도어즈 이사, 작은불꽃 선교회(북한선교) 이사, 대전 신성교회 담임목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