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의 친구에서 고려인의 보호자로
외국인 노동자의 친구에서 고려인의 보호자로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5.3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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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목사
새날학교장 이천영 목사. 뒤로 새날학교 건물이 보인다.
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목사. 뒤로 새날학교 건물이 보인다.

목사, 교장,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 이사장 등 이 모든 직함이 한 사람을 향해 있다. 직함이 많은 만큼 할일도 많은 광주 새날학교 교장 이천영 목사(60)다.

“1998년 외국인 근로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도에 신조야씨를 처음으로 만나서 고려인 동포에 대한 사역을 했어요. 처음에는 고려인들 한두 명씩 모여 시작한 것이 지금은 4,000여명쯤이 모여 고려인 마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고려라디오, 방송국, 인터넷 뉴스 신문인 나눔방송과 한국협동조합 방송 등이 있습니다. 학교도 2007년도에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대안학교로 설립이 됐습니다”

이 목사는 원래 영어교사였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이 목사는 못 배움에 대한 설움과 함께 학업에 대한 열망이 컸다. 추운 봄날 교회에서 기도하던 중 공부에 대한 감동이 들어 한자가 빼곡히 적힌 책받침을 구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또 남이 버린 책들을 주어서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공부로 중·고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를 1년 만에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

졸업 후에는 전남 화순에 있는 화순능주중학교 교사가 됐다. 이 목사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비밀로 하며 지내오다 1988년에는 광주의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옮기게 됐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을까? 화창한 봄날의 토요일, 가족들과 봄나들이를 다녀오다 우연히 마주했던 초라한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인생의 큰 전환을 맞이했다.

“우연히 만난 외국인 근로자가 저의 지난 날의 고단했던 삶을 되돌아 보게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어요. 과거를 숨기려 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이 때 제가 교사가 된 것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병들어 힘들어 하며, 임금이 밀려 고통당하던 '과거의 나'를 도우기 위한 것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이 목사는 병든 외국인들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밀린 월급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온 몸을 던져 싸웠다. 사고나 병으로 인해 싸늘하게 식어버린 외국인들의 시신을 붙들고 얼마나 목 놓아 울었는지 모른다.

외국인 교사 안드레이가 학생과 대화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 뒷편으로 이 천영 목사와 교사가 운동장 잔디에 비료를 뿌리며 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국인 교사 안드레이가 학생과 대화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 뒷편으로 이 천영 목사와 교사가 운동장 잔디에 비료를 뿌리며 일하고 있다.

이 목사의 순수한 열정에 동참한 동료 교사들의 협력으로 광주 광산구 하남 공단의 창고 건물을 임대해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를 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친구가 되어 최선을 다해 섬겼다. 외국인들의 사랑방이자 쉼터의 공간은 점차 확장돼 외국인근로자 무료 진료소, 인권상담소, 광산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 공단교회, 한반도 사랑교회, 무료 급식소 등으로 발전했다.

이 목사는 깊이 있는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2000년도에 신학대학원 입학을 결정 했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이 목사에게 ‘목사 이중직’ 문제로 안수가 어렵게 됐다. “외국인 근로자 사역과 고려인을 돕는 것이 사역입니다. 그런데 이 사역을 직업으로 본 것이에요. 고민하던 중에 하나님께서는 전혀 다른 교단으로 인도하셔서 안수를 받게 하셨고, 지금처럼 사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체육대회. 새날학교 제공
체육대회. 새날학교 제공

외국인 근로자 사역은 후원되는 예산보다 지출되는 비용이 많다. 늘어나는 도움 요청으로 교사로서는 담당하기 버거운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고려인 신조야씨를 만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고려인 사역에 집중했다. 또 외국인 후손들의 안정적인 교육을 위해 대안학교 설립을 결정했다. “안타까운 것은 고려인들이 독립투사의 후손들이라는 점입니다. 국적은 물로 영주권 등 안정된 체류비자를 정부가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국가가 책임을 지고 독립투사 후손들을 돌봐야 합니다”

이 목사는 정부가 돌보지 않던 고려인들을 더욱 섬기기 위해 21년간 몸담아 왔던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하나님께 목숨을 걸고 충성했더니, 하나님께서는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를 설립케 하셨다. 또 외국인들을 위한 교회로 서울에 가나와 나이지리아인을 위한 교회 두 곳과 광주에 아프리카, 태국, 베트남, 네팔 등의 교회 11 곳이 세워지게 됐다. “대부분 교회들이 처음에는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일회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저희 전체 예산의 90% 정도는 일반 기업과 NGO단체, 개인 등의 후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학 페스티벌. 새날학교 제공
과학 페스티벌. 새날학교 제공

이 목사는 고려인 사역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남북이 통일이 되고 유라시아를 지나가는 횡단열차가 연결된다면 고려인들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유라시아 선교에 고려인 동포가 나서게 된다면 폭발적인 선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는 꿈을 꿈니다. 현재 필리핀, 우즈벡, 러시아, 일본, 몽골, 북한 등 14개국에서 온 학생 90명이 자라게 될 미래를 봅니다. 그들을 위해 교사 15명과 외국어 협력교사 7명, 행정실 직원 6명이 최선을 다해 섬기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보건소와 함께 하는 건강교육. 새날학교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보건소와 함께 하는 건강교육. 새날학교 제공

 

목공 수업. 새날학교 제공.
목공 수업. 새날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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