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난 널 사랑해JEㅡTㅡAIME." 라는 이 덩어리가 원하는 것
[전문가 칼럼] "난 널 사랑해JEㅡTㅡAIME." 라는 이 덩어리가 원하는 것
  • 백우인 위원
  • 승인 2021.07.2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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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대에게 하나님께서
'난 널 사랑해'라는 덩어리 말을 준다면
그대는 이제 똑같이 한 글자도 빼지말고
그 덩어리째로 반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의 말은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현기증이 난다. 도무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고서는 새롭게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대와 사랑에 빠진 나는 그대를 호명할 수가 없다. 분류될 수 없는 그대, 그대는 언어의 초점을 흔들리게 한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는 대상인 그대에 대해서 말할 수 없고 그대에 관해 말할 수 없다. 사랑에 관한 한 언어는 텅빈다.

그대는 다만 심장에 있는 나의 태양이다. 그대를 위해 사용하는 모든 수식어는 거짓이다. 발화하는 어떤 말들도 허기질 뿐이기에 고통스럽고 중심에서 벗어나 겉돌고 거추장스러워진다. 너무나 독특하고 신비한 그대는 무어라 특징지을 수 없다. 그대는 진정한 의미의 아토포스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서는 아토포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토포스 ATOPOS.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을 아토포스로 인지한다. 이 말은 예측할 수 없는, 끊임없는 독창성으로 인해 분류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매혹시키는 그 사람은 아토포스다. 나는 그를 분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내 욕망의 특이함에 기적적으로 부응하러 온 유일한 독특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상투적인 것에도 포함될 수 없는 내 진실의 형상이다.

<사랑의 단상/ 롤랑바르트>

사랑은 블랙홀에 빨려들 듯이 그대에게 빠져들어가는 것, 모든 관념의 침전물조차도 증발되어버리고 그대로 인한 절망이나 충족감때문에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때로는 상처나 행복감으로 수렁에 빠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 난 널 사랑해JEㅡTㅡAIME. "

데일 것처럼 뜨거운 온도를 내뿜는 이 덩어리 말, 이 말에 대해 우린 무어라 말해야 하는걸까? 차라리 용해되어 없어지고 싶도록 만드는 강렬하고 치명적인 에로스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리스토파네스는 <향연>에서 오래전부터 인간은 한 몸이었다가 떨어져 나간 다른 반쪽을 끊임없이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에로스는 인간에게 내재하고 있는 것이며 그 에로스는 갈라지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나로 되려는 욕구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로스는 '총체에 대한 욕망과 추구'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는 어떤 말일까? 롤랑 바르트는 "난 널 사랑해JEㅡTㅡAIME." 이 문형은 사랑의 고백이나 선언에 관계되는 것이 아닌, 사랑의 외침의 반복적인 발화를 가리킨다고 정리한다. 사랑하다란 말은 발화되자마자 주어와 목적어를 함께하는 말이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로, 한 덩어리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교착어같은 이 덩어리는 조그만 통사론적인 변형에도 와해되기 때문에 어떤 구조적인 변형도 허용하지 않는다.

'난 널사랑해'는 문장이 아니다. 이말은 어떤 의미도 전달하지 않으며 정의가 그 명칭을 초과할 수 없는 말이다. '난 널 사랑해'는 충동적이며 예측 불허의 것이면서도 괴상한 존재다. 왜냐하면 충동으로 간주 하자니 문장같고, 문장이라고 하기에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외침처럼 너무 소리지르는 듯하니 말이다. 차라리 절규라고 하거나 음악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난 널사랑해'ㅡ'저도 그래요' Moi aussi

이렇게 대답하는게 적절한 대답일까? 아니, '난 널 사랑해'는 질문일까? 되돌려 받을 어떤 것이 있는 말일까? '저도 그래요'는 완전한 대답이 아니다. 발화된 것을 문자 그대로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 '난 널 사랑해'가 원하는 것은 정면에서 어떤 새어 나감도 없이 완전하게 문자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난 널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수많은 사랑의 기호들과 그 징조와 증거들(몸짓, 시선, 한숨, 암시, 생략등 )을 어린왕자의 양이 들어있는 상자에서 꺼내 보여줘야 한다. 오브제 아(object a)라는 아갈마는 '난 널 사랑해'라는 얼굴로 이미 그대 앞에서 손짓하고 있다.

난 널 사랑해가 오로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시니피앙과 시니피앙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 그리하여 육체적인 입술의 발화를 숨이 넘어가도록 간절하게 기다린다. '난 널 사랑해'가 미치도록 원하는 것은 '난 널 사랑해'다. 그러므로 그대에게 하나님께서 '난 널 사랑해'라는 덩어리 말을 준다면 그대는 이제 똑같이 한 글자도 빼지말고 그 덩어리째로 반사해 주어야 할 것이다. 덩어리 앞에 호명과 함께 이렇게 말이다. "하나님!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백우인 위원

(영성과 예술 연구원,

과학과 신학의 대화 운영위원,

새물결 플러스 <한달한권> 유튜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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