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신앙의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전문가 칼럼] 신앙의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 백우인 위원
  • 승인 2021.08.2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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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때 가만히 보면 우린 저절로 짝다리를 만든다. 두 다리를 터억 버티고 서서 용감하게 배를 내밀고 찍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살짝 옆으로 몸을 틀고 다리 한쪽에 체중을 좀 더 실어 없던 라인도 생기게 만들고 배도 슬그머니 들어가 보이게 연출한다. 카메라 앞에서 사진이 잘 찍히도록 저절로 터득한 비법이다. 사실 이러한 비법은 아주 오래 전부터 미술사에 등장했다. 바로 콘트라포스토 기법이다.

밀로의 비너스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완벽한 해부학의 도입과 황금 비율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리드미컬한 곡선미와 생동감을 우선적으로 꼽고 싶다. 뼈와 근육들의 섬세한 골계미와 신체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주는 환상적인 비율을 가졌다 한들 젓가락 같이 뻣뻣한 두 다리로 똬악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메타세콰이어의 반듯함과 견고함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살아 움직이는 운동을 느낄 수 없다. 사물의 존재방식은 운동이다. 즉 운동 그 자체로 존재의 생성과 소멸과 변화를 규명한다. 운동은 존재를 존재로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 즉 에로스다.

밀로의 비너스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자꾸 끌어당기는 것은 몸에 두른 천이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려갈 것만 같은 아찔함이라기 보다 몸의 무게 중심을 살짝 어긋나게 했을 때의 긴장감에 있다. 그러니까 그 어긋난 힘의 분산이 묘하게 움직임을 유발하면서 리드미컬한 생동감을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짝다리를 짚는 형국이 되면서 굴곡진 S라인이 만들어 진다. 보는 이들은 라인을 따라 저절로 시선이 손처럼 훑어지는 촉각을 경험하게 한다. 다시 말해 눈은 보는 것을 너머 만지는 눈이 된다. 밀러의 이러한 기막히게 섹시한 표현기법이 콘트라포스토다.

미술사에 드러난 그리스인들은 스스로를 위험하게 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선다. 위험하게 한다는 말은 의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들이 속해 있는 철학, 민주주의, 예술, 과학 이론 등의 대기권 아래에서 공기에 순응한 것이 아니라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동안 그들의 사유에 비상 경보음이 울렸다. 그 결과 그리스의 미술은 이집트에서 필요한 부분을 갖고와 나름대로 재창조된다.

예컨대 몸체는 항상 정면을 바라보게 그리되 얼굴과 발은 측면을 향하게 그렸던 이집트의 벽화를 보는 이들 중에 누군가는 옆 얼굴인데도 눈은 왜 정면을 향하는가? 눈이 이상한데? 라는 문제제기를 하고 보다 사실적으로 옆을 보는 눈동자를 그리는 시도야말로 사고의 콘트라포스토다. 물론 그 당시에 한해서 말이다. 현대의 추상화는 화폭에 신묘막측한 11차원을 표현하고 있으니 콘트라포스토가 넘친다.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새로운 서양 문명을 일구어 갔으며 과거의 방식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모습을 실제적으로 그려 내 새로운 미술양식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생각들이 살짝만 짝 다리로 서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상의 관성이 깨지고 재미나고 독특한 생각들로 찰랑대고 넘실대는 바다 같으면 좋겠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살았다 해도, 하루 동안 경험하고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인과론적으로 생각하는 스토아주의가 그랬듯이 이미 결정지어진 것처럼 당연시 여겨진다 해도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우리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선택의 자유가 있다.

"내가 하는 게 그렇지 뭐, 앞선 어떤 일이 원인이 되었으니 지금 내 앞에 닥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해"라고 자기 비하에 가까운 순응을 하든지, 아니면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주어진 상황을 관통해서 나오려는 몸부림을 치든지 이것은 우리 각자의 선택이다.

해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지만 자연의 순환과 달리 정신의 해 아래에서는 새로움이 창발한다.

개인도, 민족도 모두 부정성을 갖고 있듯이 국가를 이루어가는 현상과 현존양태로서 예술 또한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고 지양하여 무수한 새로움에 이르는 과정의 반복임을 미술사는 보여주고 있다.

하루하루 똑같은 날이 없고 매 순간 정해진 것도 없다. 어떤 태도, 다시 말해 어떤 관점으로 세계와 사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린 그것들과 함께 지어져가고 되어간다. 우리는 모두 도상의 존재다. 내 중심적인 생각과 지독한 경쟁 속에서 타인을 향한 적개심, 내면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음성을 듣기보다 세상의 요란스러움에 귀 기울이고 사는 등 일상성에 빠져 사는 비본래적인 실존에서 주님을 따르기 위해 날마다 나를 부인하고 내려놓음으로써 본래적인 현존재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 이것이 신앙의 콘트라포스토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타자를 배척하지는 않았는지, 내 믿음만이 옳고 내가 알고 있는 성경지식이 전부라고 독단과 독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이 아니라 엎드려 기도만 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결해주는 하나님을 부르며 사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 보는 것이 신앙의 짝다리, 콘트라포스토다. 카메라 앞에서 짝다리 짚듯이 말씀의 거울 앞에서 짝다리로 서 있어볼 일이다.

 

백우인 위원

(영성과 예술 연구원, 새물결 플러스 <한달한권> 유튜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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