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벌리 씨, 장기 이식으로 혈액투석기 의존하던 삶 벗어나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23일, 장기기증으로 생명 나눔을 실천한 제주 소녀 故 김유나 씨의 4주기 기일을 기리는 식수식을 진행했다.
故 김유나 씨는 2016년 1월 23일, 미국 유학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故 김 씨의 부모 김제박 씨와 이선경 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故 김 씨의 심장과 폐, 신장 두 개와 췌장, 간, 각막 등은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에서 열린 식수식에는 故 김 씨의 부모와 그에게서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 씨와 그의 모친 로레나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킴벌리 씨는 2살 때부터 당뇨병으로 인해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으며, 18세가 되던 해에는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투석기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故 김유나 씨로부터 장기기증을 받은 킴벌리 씨는 이식 후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11월에는 결혼식도 올렸다고 밝혔다.
킴벌리 씨는 이선경 씨에게 “유나는 저에게 신장과 췌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었다”며 “유나는 항상 제 안에 살아있다”고 고백했다.
이날 식수식에서는 故 김 씨를 위해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의 동백나무를 심었다. 킴벌리 씨는 동백나무 가지에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는 메시지를 적은 카드를 걸기도 했다. 김제박 씨 역시 카드에 ‘유나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적어 나무에 걸었다.
이선경 씨는 딸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 씨와의 만남을 통해 “킴벌리 씨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제박 씨도 킴벌리 씨를 향해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주어서 고맙다”며 “킴벌리 씨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고 말했다.
킴벌리 씨의 모친 로레나 씨는 “자신의 딸에게 생명을 선물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며 “유나가 우리에게 준 생명은 기적과 같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양측 가족은 식수식을 마친 뒤 故 김유나 씨가 생전에 자주 찾았던 제주도 지역 곳곳을 관광하며 그의 흔적을 찾아 추모했다. 또한 故 김 씨가 생전에 버킷리스트로 작성했던 ‘월정리 바다 가기’를 함께 행하면서 그를 기리는 시간도 가졌다.
한편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31조 비밀의 유지에 의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정보 공개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장기를 기증한 기증인의 유가족들은 이식인의 소식조차 알 수 없다.
이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 ‘도너패밀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에서도 기증인 김유나 씨의 부모와 이식인 킴벌리 씨의 만남과 같은 형태의 감동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증인 유가족들과 이식인 간의 서신 교류 허용을 요청한 바 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언어도 국적도 다르지만 생명 나눔을 통해 가족이 된 킴벌리 씨와 김유나 씨의 가족처럼 국내에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생명 나눔을 실천한 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이 자긍심을 갖고 위로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