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을 기억하며 함께 울고 웃는 ‘서문교회 목회상담실’
성육신을 기억하며 함께 울고 웃는 ‘서문교회 목회상담실’
  • 김유수 기자
  • 승인 2019.12.19 14: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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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교회 목회상담실
“미래목회의 키워드는 ‘공감’”
“이곳에서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서문교회 목회상담실 담당 교역자 구성태 목사. 김유수 기자
서문교회 목회상담실 담당 교역자 구성태 목사. 김유수 기자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5년 11조 3천억 원을 넘겼고 그 비용은 연평균 10%씩 증가하고 있다. 교인들을 영적으로 바로 세우는 것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교회는 현대인의 피폐한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성경적 상담에 크게 주목했고, 지금 많은 교역자들은 일반심리학의 상담 연구를 수용한 통합적 목회상담에 집중하고 있다. 서문교회(한진환 목사)의 목회상담실도 지난 1일 이러한 시대적 요청으로 그 문을 열게 됐다.

과거 한국기독교는 복음 선포와 선교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교육과 심방에 있어 주로 성경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적인 교리교육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교회의 일방적인 태도에 상처받은 가나안 성도들의 증가가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고, 교계에선 기존 일방적 교리교육의 방식으로는 물질사회에서 고통받는 교인들의 영혼을 돌볼 수 없다는 반성이 이어졌다.

이러한 자각의 기류 속에서도 ‘서문교회의 목회상담실’과 같이 교회가 운영하는 상담실의 등장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우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죄악시하는 성향이 강한 한국교회의 분위기에서 교회가 공식적으로 교인 상담을 상담소를 열기 쉽지 않다. 더욱이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하는 교회 특성상 항상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임목사도 아닌 부 교역자가 상담을 전담할 공간을 만드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서문교회의 목회상담실은 상담학을 전공한 구성태 목사로 인해 시작됐다. 구 목사가 서문교회에서 유, 초등부 사역을 담당하며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며 있었을 때, 그 소문을 듣고 교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구 목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 교회엔 마땅히 상담을 위한 장소가 없었기에 구 목사는 교인들과 메뚜기처럼 돌아다니며 상담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의 고백들이 이어지는 상담이 어수선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서문교회 담임목사인 한진환 목사는 교인들의 이러한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목회상담을 위한 공간마련을 위해 힘썼다. 한 목사는 오랜 기간 고려신학대학원 원장으로 헌신해왔기에 일찍이 기독교 상담학에 대해 오해 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개방적인 태도로 현대교회에서 소통과 상담의 중요성도 공감하고 있었다. 이에 한 목사는 당회에서 상담소 마련을 위해 논의했고 당회장의 뜻에 공감한 서문교회 당회는 일사천리로 상담소 개원을 지원했다.

서문교회 목회상담소가 진행하는 상담은 일반 상담과는 다르다. 일반 상담소는 상담 내용을 비밀로 하고 상담받는 개인의 내적 변화를 위해 힘쓴다. 반면 서문교회의 목회상담은 동의하에 교회 교역자들이 상담 내용을 공유하고, 관련 공동체 환경을 이끄는 교역자들이 함께 돌봄을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돌봄은 구성원들이 가족과 공동체로 엮여있고 각 영적 조직의 교역자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교회에서만 실행 가능한 상담 치료법이다. 대부분의 심리적 질환이 가족과 환경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의 이러한 상담치료는 일반 상담이 낼 수 없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서문교회에서 유, 초등부 사역도 담당하고 있는 구 목사는 “아동부 사역을 하면서 부서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모두 만나는 것은 상담에 있어서 굉장한 장점”이라며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힘들지만, 부모님들은 자녀 문제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자신과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문교회 목회상담은 성경적 상담과 세상의 과학적 상담을 조화시킨 통합적 상담을 지향한다. 기존의 많은 기독교 상담가들은 성경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정죄하는 문제해결 중심의 상담을 해왔다. 그러나 성도들은 상담에서 정죄 받는 느낌이 들면 마음을 닫아버린다. 통합적 상담은 심리학의 종합심리 검사를 통해 교인의 객관적인 심리상태를 과학적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 진단을 바탕으로 먼저 상담받는 이를 성경적, 신학적으로 바라보고 정신병리학적으로 문제를 살펴본다.

이러한 통합적 목회상담에서 성도 안에 있는 영적 자원을 활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작업은 성도에게 ‘하나님이 자신이 회복되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구 목사는 “일반 상담이 구덩이에 빠진 사람을 내려다보며 동정의 밧줄을 내려주는 일이라면, 목회상담은 공감을 통해 같이 구덩이에 들어가 성도를 밀어 올려주는 상담”이라며 “목회상담에서 이뤄지는 공감의 근원은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고 세상으로 뛰어드셨던 예수님의 성육신이고, 예수님은 곧 다시 살릴 나사로 앞에서도 우실 만큼 공감을 잘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목회적 돌봄이 그저 일상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데 그치는데, 이러한 신앙생활에서 가정과 회사, 교회에서 괴로운 상황이 벌어지면 쉽게 가나안 성도가 된다”고 지적하며 “겉으로만 만나고 헤어지는 신앙생활이 아니라 속사람과 속사람이 만나는 목회적 돌봄이 되어야 한다. 미래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목회 키워드는 ‘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교회가 소속 교인들을 이한 상담실을 운영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구 목사는 “작은 교회가 상담소를 운영하기 힘들고, 다른 교회의 교역자에게 상담을 맞기기도 곤란하다”며 “만약 노회 안에서 교회들이 공동 상담센터를 운영한다면 교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끈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구 목사는 상담소 비전에 대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하기 전에 꼭 한 사람에게 연락한다고 한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우리 교회고 나였으면 좋겠다”며 “사람이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는 순간에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상담소를 하고 있다. 상담소 사역을 통해 교인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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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아 2019-12-23 09:31:50
마지막에 구 목사님의 '우리 교회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 사회의 교회 역할이 상담까지 다가가니,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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