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회 취지 살리지 못한 설교자, 취지 살린 대통령
기도회 취지 살리지 못한 설교자, 취지 살린 대통령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3.08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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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 "반성·화해로 통일의 길을 열라"
소 목사, 조찬기도회 폐지 청원 이유 살피지 못했다
정경두 합동참모의장이 국가안보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정경두 합동참모의장이 국가안보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가조찬기도회 일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기도회에 대한 반발은 문재인 대통령 참석 거부와 기도회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으로 드러났었다.

반발 여론은 국가조찬기도회 준비위원회가 설교자로 소강석 목사를 선정한 직후부터 불거졌다. 소 목사는 2년 전 박근혜 정부를 향한 찬양 일색의 설교로 비판을 자초했었다. 그랬던 소 목사가 탄핵 이후 첫 기도회에서 전할 설교에 이목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올해 설교는 2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와 너무 달랐다. ‘반성, 화해로 통일의 길을 열라’(시85:10~12; 벧전2:11~14)는 제목부터 현 정부를 향한 일부 단체 등의 요구조건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동안 야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제기했던 내용들과 교계 일부단체 등이 제기해 왔던 논리와 유사한 점이 설교 곳곳에서 발견됐다.

소 목사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적폐청산이 또 다른 적폐를 낳으면 안된다”며 “정의도 지나치면 잔인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적폐마저도 미움과 증오로 청산하지 말고 사랑으로 해야 하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교계의 요구도 대변했다. 소 목사는 “정부가 교회의 고유영역을 침범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교회의 역할을 원활하게 펼칠 수 있도록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차별금지법이나 개헌을 통해 역차별을 당하는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부적절한 인물을 예시로 들어 빈축을 샀다. 헝가리 수상 빅토르 오르반이 연례 국정연설에서 했던 “기독교는 유럽의 마지막 희망이다”를 인용해 ‘대단하고 의미 있는 일’로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소 목사가 예로 든 빅토르 오르반은 놀랍게도 헝가리의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10년 2번째 총리로 취임한 그는 2012년 헌법을 개정해 기본권을 대폭 축소하고 언론보도와 시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또 여당에 유리한 선거구로 개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탓에 독재화 되어가고 있다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대한민국의 희망을 노래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때와 장소가 적절치 못했던 부분이다.

한편 소 목사는 2년 전에도 편향적인 시각을 그대로 노출시켰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희생 등으로 번영을 이루었다며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라고 설교했었다. 나아가 국가 위기가 이념 갈등,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진영 논리를 펴기도 했다.

당시 논란이었던 테러방지법 통과, 개성공단 폐쇄 등이 다행이며 한민족 평화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일방적으로 정부를 두둔하기도 했었다.

그런 가운데 소 목사는 “따뜻한 미소와 모성애적 카리스마로 뜻을 달리하는 분들도 끝까지 달래고 얼르고 품어주실 때 국민이 하나되고 대한민국이 다시 비상하며 대통령님께서는 더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리라 확신한다”며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기까지 했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와 소망, 선지자적 소리를 내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조찬기도회는 정권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올해 소 목사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지만, 국민들이 왜 조찬기도회 폐지를 청원하는지 그 이유를 살피지 못했다. 나아가 회개와 부끄럼이 없었다는 비판이다.

반면, 기도회에 참석하여 “고통받은 미투운동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도회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 차별과 아픔을 겪는 여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야말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살펴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는 정치 택한 설교자와 기도 요청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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