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과 처치투운동
미투운동과 처치투운동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2.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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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6편 8,9절
내가 여호와를 항상 내 앞에 모심이여 그가 나의 오른쪽에 계시므로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이러므로 나의 마음이 기쁘고 나의 영도 즐거워하며 내 육체도 안전히 살리니

미투운동, 즉 성폭력 고발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LA 골든 그로브상 시상식장에서 미국의 여성 영화배우들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에 항의하는 뜻을 표현했고 이러한 미투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현직 여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인터뷰가 미투운동의 불을 댕겼고, 이어 정재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다 주목할 사항은 이러한 미투 운동이 교계에도 영향을 미쳐 처치투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무디성경학교 학생인 한나 패쉬와 에밀리 조이가 작년 11월에 ‘#ChurchToo’(교회도 그렇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교회 내의 성폭력을 추방하자는 캠페인으로 자신들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ChurchToo’ 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사람들과 공유함으로 이런 피해를 줄이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교회 내의 성폭력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12월 기윤실과 바른교회아카데미의 공동주최로 ‘목회자 성 윤리,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한국교회 차세대 주자로 여겨지던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관련 성폭력 사건이 제기된 후 이에 대한 교회의 성찰과 대책을 개진하는 자리였다. 필자를 포함한 당시 발제자들은 목회자 관련 성폭력이 목회자의 권력남용과 성서의 자의적 해석, 성공 지향적 목회 환경, 피해자의 2차 피해, 신학생과 목회자에 대한 성윤리 교육기회 제한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예방책과 대책 마련이 기대되었지만 구체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차원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한계가 있다.

한편 교회 내에서는 최근의 미투운동과 처치투운동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이 하락하고 교회의 정체 감소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목회자 성폭력 문제가 이슈화되면 교회가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일부 목회자와 사역자의 일탈행위를 일반화함으로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한편으로 일리 있는 시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교회가 작금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원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문제에 대해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 목회자의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도 “사역자도 실수할 수 있지 않느냐?” “현 담임목사님이 아니면 우리 교회에 대안이 없다!” 등의 이유를 대기도 했다. 물론 지역 교회 입장에서는 내부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사건을 무조건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대처가 목회자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현실적인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지역교회는 성폭력과 관련한 공적 토론과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용기와 결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 내 성폭력은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 간 위계질서 속에서 강제되는 측면이 있다. 평소 ‘영적 아버지’라는 목회자의 이미지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당한 사실을 언급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경우가 있고, 문제의 발단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기도 한다. 개인 상담이나 개인 심방의 경우에서나 안수나 안찰 같은 치유 행위 과정에서, 혹은 입신을 하는 등의 종교체험을 빙자해서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목회자의 피곤을 풀어준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수종위원제도나 안마요원의 형태를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신앙적 행위를 빙자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성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런 인간 본연의 욕구를 희석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권위자와 추종자와의 관계에서다. 종교지도자와 신도 사이의 관계가 거기에 해당될 수 있는데, 신과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종교지도자의 역할로 인해 사람들은 종교지도자를 성을 초월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오늘날 종교계 내의 성폭력 사건은 상당 부분 ‘성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회적 신분 및 배경과는 무관하게 자신과 타인이 성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라는 인식이 모호한 상태에 있을 때, 누구든지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동시에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일련의 미투운동과 처치투운동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 암묵적으로 발생하던 성폭력에 대해 새로운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한국교회는 성폭력 예방책 뿐 아니라 성폭력 발생 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 매뉴얼을 마련하고 교육하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승호 교수

영남대, 장신대신대원
영국 버밍엄대, 켄트대(Ph.D)
현재 영남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
목회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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