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성실] ‘빚진 죄인’ 참일까?
[정직과 성실] ‘빚진 죄인’ 참일까?
  • 김철호 목사
  • 승인 2023.12.1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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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이후, 필자는 20여 년 ‘희년빚탕감상담’을 통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하며 외쳐왔다.

“빚진 죄인, 참이 아니다.”

실제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법률은 개인파산면책 및 개인회생제도를 통하여 ‘빚진 죄인’을 거부한다. 법원은 21세기 금융시스템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빚꾸러기들의 파산상황을 확인하고 면책을 선포한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희년신앙은 ‘빚진 죄인 올무’에서 빚꾸러기들을 해방하고 구원한다. 나아가 희년신앙은 ‘가난한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워 채무노예로 삼는 채권자들’에게 죄를 묻고 벌을 내린다.

 

그렇다면, 지구촌 문명세계에서 채무노예제도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은 어디였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뚜렷하게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로마 등 성서주변 문명세계’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는 처음부터 금융·신용사회 빚 세상경제 체제가 나타난다. 빚 세상경제체제 결과물로써 채무노예제도가 나타난다. 왕과 제사장 등 지배자들은 금융·신용사회 빚 세상경제 체제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철저한 계급사회를 발전시켰다. 빚 세상경제 이자와 이윤 등 불로소득을 밑바탕으로 찬란한 노예제국 문명을 꽃피웠다.

이렇듯이 빚 세상경제 채무노예제도야말로 성서주변 문명세계를 건설하는 밑바탕이었다. 노예제국 문명건설에 필요한 불로소득으로써 사회·종교·경제·정치 도구였다. 그 땅 풀뿌리 사람들에게, 채무노예제도는 ‘빚진 죄인 사회·종교·경제·정치 이데올로기에 딱 맞는 삶의 질서’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성서주변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문명세계는 ‘농경사회혁명 또는 해상무역’을 통하여 무한 불로소득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예로부터 성서주변세계에는 ‘노예제국 지배체제’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았다.

 

전쟁노예와 약탈노예 그리고 채무노예

물론, 성서주변 고대 문명사회에서 가장 흔한 노예집단은 전쟁노예들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이 약탈노예들이다. 그런데 전쟁과 약탈노예들은 다루기 쉽지 않다. 언제든지 주인을 해코지하고 노예 사슬을 끊고 탈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로마제국 스파르타쿠스 노예 반란’에서처럼 모든 노예 반란은 ‘전쟁노예와 약탈노예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빚진 죄인’으로써 채무노예들은 전쟁과 약탈노예들과는 전혀 다르다. 거의 모든 채무노예들은 ‘주인의 땅에서 또는 주인의 생활경제 그늘’ 안에서 온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게 마련이다. 전쟁과 약탈노예들과 다르게 반란보다는 ‘순복(順服)’에 길들여진다. 실제로 고대 문명세계에서 ‘오롯이 주인의 땅에 매여 살아야만 하는 소작농노 집단’은 대부분 채무노예들이었다. 왜냐하면 채무노예들의 농업 생산성이 전쟁·약탈노예들보다 훨씬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서주변세계 ‘빚 세상경제 체제’ 속에서 가난한 풀뿌리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 빚을 지워 채무노예로 삼는 일이 흔했다. 채무노예야말로 빚 세상경제 체제에서 ‘가장 손쉬운 불로소득’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고고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세계 곳곳에서 소작농 채무 제도를 증언하는 토판문서들을 발굴했다. 그들은 수메르 도시국가 ‘우르크’에서 3천 5백여 년 전 만들어진 토판문서들을 찾아냈다. 고고학자들은 하나의 토판문서에서 ‘보리 자루 2만 9천 86개, 37개월, 쿠심’이라는 낱말 세 개를 해석해 냈다. 고고학자들은 이 세 개의 낱말들을 이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신전 관리 쿠심이 37개월 동안 소작농들부터 2만 9천 86개의 보리자루를 거둬들였다.”

이로써 고고학자들은 맨 처음 ‘수메르문명 지배체제가 신전 제사장 권력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실제로,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들을 탕감했던 것처럼.

이렇듯이 성서주변세계는 물론 인류 문명사 속에서 ‘빚진 죄인’은 아주 오랜 생활경제 이데올로기였다. 고대 문명세계로부터 21세기 금융자본경제 체제에 이르기까지 ‘빚진 죄인으로서 채무노예’는 당연하고 마땅하다. 채권자는 언제, 어디서든 ‘빚진 죄인’의 삶을 발가벗겨서 채무노예로 내몰고 채찍질해 댈 권리가 있다.

그래서일까, 신약성서도 ‘옵페일레마(ὀφείλημα), 빚(죄)’라는 신앙용어를 사용한다. 이때 ‘빚-옵페일레마–죄’라는 헬라어 낱말의 문자의미는 ‘책임과 의무’다. 그러나 놀랍게도 예수는 ‘빚-옵페일레마–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빚꾸러기들에게 묻지 않는다. 도리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워서 채무노예로 삼는 채권자에게 ‘책임과 의무(죄)’를 묻는다. 왜냐하면 ‘빚–옵페일레마–죄’의 실체가 다른 이들로부터 빌려온 ‘크레마타(κτήματα), 쓰임과 필요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빌려온 쓰임과 필요들을 ‘되돌려 주지 않고 나만을 위하여 독점하고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활경제 안에서 다른 이들로부터 빌려온 쓰임과 필요들을 ‘안타포디도미(ἀνταποδίδομι), 되돌려 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기 노동을 통해서, 달란트를 통해서, 나눔과 섬김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쓰임과 필요에 이바지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21세기 모든 예수신앙인들은 ‘예수가 가르치신 주기도문’ 안에서 매일매일 ‘이렇게’ 기도한다.

“당신께서도 우리에게서 우리의 죄(빚)들을 탕감하소서. 실제로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들을 탕감했던 것처럼.”

 

<가스펠투데이 투고>

1회 : 빚진 죄인, 참인가?

2회 : 희년신앙이란 무엇인가?

3회 : 21세기 금융시스템을 향한 집단 무의식을 깨우다

4회 : 21세기 금융시스템 속에서 불로소득을 꿈꾸다.

5회 : 개인파산면책제도란 무엇인가?

6회 :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철호 목사<br>​​​​​​​마당교회<br>희년재단 이사<br>
김철호 목사
희년빚탕감상담소
희년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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