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24일 고려대학교에서 ’베리타스 포럼(Veritas Forum)’이 열렸다. 19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이 포럼은 삶의 모든 영역을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관성 속에서 토론하는 세계적 기독 지성운동이다. 24일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와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의 ‘존재하는 것들 : 과학자와 철학자의 기독교적 사유’ 주제 강연에 300여명의 젊은이들이 몰렸다. 그들은 강연 후 질문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과학과 종교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기독교만 진리인가.
강 교수는 기독교가 참이라고 해서 기독교외의 다른 종교들은 다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칼빈이 말한 “심지어 거짓말쟁이라 하더라도 참된 것을 말하면 그것은 참이다. 모든 진리는 하나님께로 오기 때문이다”라고 한 말을 예로 들었다. 만유의 주이신 하나님이 전체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참을 파악할 수 있게 하셨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은 왜 인간을 연약하게 만드셨나
우 교수는 하나님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가 될 만큼 강인하게 창조하셨다고 말했다. 신을 배신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인간관을 가진 종교는 없다며 다른 종교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하나님다운 인간은 기독교에만 있다는 것이다. 악과 선을 선택할 수 있을 만큼 하나님은 양보하시고 자기를 비우셨다고 강조했다.
-성경과 진화론이 충돌할 때는.
우 교수는 성경도 과학도 해석이 필요한데 인간의 성경해석은 해석이라는 영원한 간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과학은 가변적이고 잠정적인 상태에서 파악해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 세계와 특별계시는 서로 모순될 수 없다”며 “우리의 해석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때 전문가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신론자들이 봤을 때 삼위일체론이나 신인양성론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우 교수는 “과학으로 유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입장에서 출발했을 때 기독교가 과학이나 자연을 설명할 수 있는 총량이 무신론으로 출발했을 때의 총량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며 유신론이 경험적으로 판단할 때 진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증명하자는 게 아니라 탐구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철학이나 과학을 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하나님을 받아들인 순간과 믿음을 가로막았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강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새벽예배에서 성령체험을 하고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앙이 가라앉고 올라갈 때가 있는데, 특히 유학시절 독일에서 매일 푸코, 라캉, 하이데거, 프로이드를 만나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 경험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를 이해하고 무신론을 이해하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목사님이 한 학생이 니체를 읽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을 때 ”읽되 끝까지 읽으라고 하라“고 조언했던 일화도 나눴다.
우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주일에 교회를 한번 빠지고 정근상을 받은 모태신앙인이었다”며 “대학 때 고민이 하나님이 안 믿겨지지 않는 것이어서 내 맘대로 살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주를 생각할 때 창조주라고 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고는 과학을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