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한국사회의 해외입양: 왜곡된 인식 너머의 진실’에 대한 소고
[특별 기고] ‘한국사회의 해외입양: 왜곡된 인식 너머의 진실’에 대한 소고
  • 김도현 목사
  • 승인 2023.05.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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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해외입양 컨퍼런스. CHTV 유튜브 채널, 실황 영상 갈무리.
국회 해외입양 컨퍼런스. CHTV 유튜브 채널, 실황 영상 갈무리.

지난 5월 10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국사회의 해외입양: 왜곡된 인식 너머의 진실’이란 주제를 내건 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최재형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국입양가족연대가 주관한 행사였다. 최근 한국 사회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해외입양인 인권침해 관련 과거사 논의에 대한 대항 담론적 성격의 컨퍼런스였다.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발화는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으로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입양의 날’ 제정에 대한 반대와 원가정 혹은 위기가정(미혼모가정)에 대한 국가 정책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귀환입양인 단체와 미혼모 단체들의 활발한 의제 제기가 등장했다. 2011년부터는 국회에서 ‘싱글맘의 날’이 기념되기 시작했고, 같은 해에 입양기관들이 불편해했지만,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민간 입양 기관들이 주도해온 해외입양 60년 역사를 가름하는 입양 판결에 대한 가정법원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입양기관이 운영하던 ‘미혼모 기본생활 시설’ 운영 중단이 입법화되었고 2015년에 결실을 맺었다. 그 후 이 흐름은 두 가지의 경로를 타게 되는데 하나는 아동복지의 보편적 원칙에 입각하여, 입양의 전 과정에 대한 국가의 공적 책임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 운동으로 현재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입양인들이 겪은 인권침해에 대한 연구와 조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입양인들이 당사자들로 나서서 자신들이 겪은 인권침해에 관한 조사를 진실화해위원회에 요청하는 청원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이다.

반면, 귀환입양인들과 미혼모 당사자들과 친생모들의 목소리로 인해 촉발된 이런 흐름에 대해서, 입양기관들과 입양 부모들은 한 몸이 되어 불편한 기색을 도처에서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입양에 대한 상기의 담론과 제도의 혁신들이 입양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사회적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하면서, 결국 이런 흐름은 입양의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5월 10일의 컨퍼런스도 이런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서 기획된 컨퍼런스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항 담론을 펼치는 장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컨퍼런스의 기조 발제에서 해외입양인 인권침해에 대한 서베이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조야하고 편향된 질문의 결과물에 불과했다는 점이 몹시 아쉬웠다. 또한 어떤 토론의 경우는 일부 입양 부모들의 속한 단체의 입양 이해와 실천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감성적 열광을 동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합리적 토론과 이성적 합의를 통한 우리 사회의 성숙을 도모하는 노력이 모자라는 듯해 유감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컨퍼런스가 원래 목적했던 바와 상관이 없는, 중대한 함의가 없지 않은데, 그것은 우리 사회가 경청해야 할 결정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질문은 “아동을 시설에서 자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동을 시설에서 자라게 하는 것은 반인륜적이며, 입양을 통해 그들이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입양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 안에는 ‘시설 즉 보육원(고아원)에서 아동들이 자라게 하는 것은 문제다’라는 인식이 깃들어 있고, 그 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고민해야 하는 바를 일깨우는 말이다. 이런 메시지에 대한 한국 사회 아동 양육 체계 안에서 하는 통상의 응답은 ‘탈시설론’이다. 영아, 유아, 청소년, 남아, 여아, 장애아동, 다문화적 배경의 아동 등등, 시설 아동들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어느 한 가지의 해법으로 그들의 최선의 이익을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입양이라는 해결책이 전능한 해결의 방법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입양이 시설 아동 중 일부에게는 아동 최선의 이익 실현의 길일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1년에 100명 내외가 국내 입양이 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입양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년에 발생하는 요보호 아동이 3천 명이 넘고,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이 1만 5천에 육박하는바, 이 모든 아동을 입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개별 아동들 하나하나의 형편과 처지에 걸맞는 일인지도 알 수 없다.

아마도 여러 대안이 있을 것이다. 원가정 복귀를 위한 적극적 프로그램의 개발, 위탁가정 프로그램의 지속적 발굴, 시설을 소규모로 쪼개어 운영하기, 그룹홈의 확충, 국내 입양의 추진 등, 대규모 시설보호 아동을 위한 보다 나은 시스템의 구축이 종합적으로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입양 부모들은 종종 시설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것이 끔찍한 일이라고 하면서, 시설 혁신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냥 입양이 답이라고 내밀 뿐이다. 결국 이런 외침은, 문제가 된다고 여긴 바로 그곳에 더 많은 아이들을 남겨 둔 채로, 몇몇 아동을 입양해 나오는 일일 것이다. 시설이 문제가 되면 시설을 혁신하는 일에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는 내 아이만을 위해, 혹은 내 입양 아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아이를 위한 삶에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답을 내기 위한 질문이긴 했지만, “아동을 시설에서 자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그 자체는 경청해야 할 질문이자, 대항 담론의 두 주체가 손을 맞잡고 해법을 모색해 가야 할 질문이었다 싶다.

김도현 목사<br>​​​​​​​뿌리의집 대표 <br>
김도현 목사
뿌리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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