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우의 후예(39) - 아라우컵 농구대회
아라우의 후예(39) - 아라우컵 농구대회
  • 엄무환 국장
  • 승인 2022.07.13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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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철원 집사(전 아라우부대장, 예비역대령)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은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로 젊은 층에는 가수 ‘싸이’, ‘산다라 박’, 배우 ‘이민호’ 등일 것이지만 전체 필리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농구선수 ‘신동파’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한국여자농구 국가대표감독을 역임한 신동파는 1960~80년대에 아시아 무대를 휩쓸어 한국 남자농구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1969년 방콕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선수권대회 필리핀과의 결승전에서 필리핀을 95대 86으로 이겨 한국농구가 처음으로 아시아를 제패할 때 신동파는 혼자서 50골을 넣었다. 한국은 방콕에서 라디오로 생중계하였지만, 그 당시 잘살았던 필리핀은 전지역에 TV 생중계를 하였다. 지금도 필리핀에서 신동파 선수의 신화는 할아버지 세대를 거쳐 아이들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그 이름을 붙인 지프니(승합버스)가 다니고 곳곳에 상점 이름도 있다. 필리핀에서 농구 스타가 나오면 제2의 신동파란 접두어가 붙고 있으니 아시아 한류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아라우부대와 톨로사시 경기
아라우부대와 톨로사시 경기

이렇게 한국의 70년대 농구스타를 아직도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들에게 농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우리나라의 태권도나 일본의 스모처럼 일종의 국기(國技)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기에, 60년대 말 아시아를 호령했던 필리핀 국가대표 농구팀을 침몰시켰던 농구선수 신동파의 신들린 슛은 30여 년의 세월동안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필리핀은 미국의 영향으로 세계에서 농구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이다. 농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농구 경기를 즐기고 마을 축제엔 으레 농구대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남자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옷이 농구유니폼이고 TV나 라디오에서는 매일 농구경기를 중계한다. 하여튼 남자아이들은 농구공 하나만 있으면 맨발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놀다 저녁에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그동안 우리의 재해 복구활동으로 마을과 도로에서 썩어가던 태풍 잔해물은 거의 정리되었고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공공건물을 완공했기 때문에 3개월의 파병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라우컵 농구대회’를 계획했다.

우선 참가팀은 부대를 지원하는 필리핀군, 경찰, 지역자치단체와 여러 번의 토의를 거쳐 부대의 작전지역인 팔로, 타나완, 톨로사의 지역별 최우수 팀과 필리핀군과 경찰, 아라우부대 등 6개 팀으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전 참가팀들이 유니폼과 농구공이 없다고 해서 부랴부랴 각 팀별 유니폼을 제작하고 농구공을 구매해서 전 팀에게 제공하였다. 어쨌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현지 주민들을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난관(?)을 극복하고 대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대회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도록 당일 경기에 참석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주민 모두를 위한 점심 식사와 팝콘, 슬러시 등 각종 먹거리도 준비하였다. 또한 경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LCD TV, 자전거, 유모차 등 약 50여 명분의 경품을 준비하고, 노래를 즐기는 주민들의 성향을 감안해 경기장 한편에 노래방 기계도 설치하였다.

행사 당일 새벽 4시가 되자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너무 길어 경기장으로 사람들을 입장을 시켜야 한다”라는 보고가 들어 왔다. 부랴부랴 준비 인원을 기상시켜 현장에 도착하니 5시가 채 못 되었는데 벌써 기다리는 줄이 200미터는 넘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렇게 일찍 사람들이 찾은 것은 정보가 잘못 전달되어 경품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았거나 일찍 오면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농구대회 입장 주민들
농구대회 입장 주민들

행사장은 약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1,00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이 성황을 이루었다. 지금도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기대감과 설렘을 잊을 수 없다. 매 경기가 박빙이었고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며 페어플레이 속에서도 치열하게 치러지는 경기에 주민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대회 중간중간 행운권을 추첨하였는데 참가한 지역자치단체장의 체면이 설 수 있도록 지역자치단체장이 추첨하여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였다. 특히, 레이테 주지사와 타나완 시장은 경기 시작부터 하루종일 행사장에 머물렀는데, 필리핀에서 휴일에 고위 관료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경기를 관람하는 아라우부대장과 주지사
경기를 관람하는 아라우부대장과 주지사

농구 경기의 결과는 팔로시팀이 우승을 하였다. 아라우부대와 필리핀군은 서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대회 전 몇 차례나 친선경기로 실력을 다졌지만, 두 팀 모두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하였다. 지역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개최한 대회였기에 참가팀 모두에게 상금(50만원∼10만원)을 수여했다.

우승팀에 트로피수여하는 아라우부대장
우승팀에 트로피를 수여하는 아라우부대장 이철원 대령

비록 작은 농구대회였지만 태풍 피해를 입은 현지 주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삶의 의욕과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나름 자부한다. 주지사가 앞으로 1년에 한 번 아라우부대를 기념하여 ‘아라우컵 농구대회’를 개최한다니 꼭 한번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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