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 "군선교, 교파 초월 협력 강화해야"
[은퇴 목회] "군선교, 교파 초월 협력 강화해야"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7.06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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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박창환 목사(한국군목회 사무총장, 전 육군군종차감)
박창환 목사는 군선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상현 기자.

진행_박진석 목사(본보 편집인)


Q. 목사님께서 군인 사역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너는 하나님께 바친 장남이다. 신학을 하고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역자의 생활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저는 장로가 되어 교회와 목회자들을 섬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신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교역자 분들의 집에 땔감을 만들어 가져다 드리기도 했지요.

눈에 보이는 아버지의 말씀도 듣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 아버지를 어떻게 잘 섬길 수 있겠습니까? 저는 결국 아버지 말씀에 순종하여 광나루 신학교에 입학했어요.

군목이 된 배경을 돌아보면 꼭 생각나는 것이 사촌형과 노루를 잡으러 다니던 시절입니다. 제가 10살 때 6.25가 터졌는데 당시에는 휴가를 떠나는 병사들에게 칼빈 총을 소지해서 보내곤 했어요. 그래서 사촌형이 시골에 올 때면 함께 노루를 잡으러 갔는데 그때 저는 ‘나도 군복을 입고 지프차를 타고 집에 오면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실까?’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입대 후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같은 노회 소속 목사님을 군목으로 만나게 되었고 군종병으로 명령을 받은 후 군목 시험도 치르게 되었죠.

세월이 흘러, 제가 소령 계급장을 달고 지프차를 탄 채 집에 갔을 때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며 잠시 스쳐지나갔던 비전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1995년, 29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대령으로 예편한 후에는 베트남선교회 사무총장으로 15년 간 섬겼습니다. 저는 군 생활을 마친 후 군 선교를 하며 여생을 보내고 국립묘지에 묻히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선교회에서 사역하게 된 이유 또한 그 나라가 전적지이고, 전적지를 복음화 하는 것도 간접적인 군 선교가 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특별히 의료선교가 접근성이 크겠다는 생각에 하노이 근방에 지상 3층 규모의 아가페 병원을 설립하고 원목을 파송했습니다. 한국 의료진이 순회 진료를 하게 했고 현지인을 원장으로 세운 후 행정 원장을 파송해서 운영했죠. 아울러 학교도 세워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썼습니다.

당시에는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당히 통제하는 편이어서 현지답사를 해도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 받아야 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많이 섬겨 주셔서 호치민에 신학교와 기숙사도 세웠고 지금은 베트남 자체 신학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선교는 제 인생의 2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군에서 가장 힘썼던 사역은 무엇이었습니까?

군목은 군대에 있는 기독교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를 포함한 전 장병을 위한 목사’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장병이 있는 곳에는 군목이 있다!”

훈련장에, 초소에,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해주며 초소 방문을 다녔어요. 유격 훈련도 함께 했고 공수부대가 비행기에서 점프할 때도 가장 먼저 뛰어내렸습니다. 그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복음을 전했어요.

제가 26사단 군종참모로 있을 때 당시 사단장이었던 장기오 소장은 제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교제를 하고 있어요.

저는 능력도 없고 부족했지만 그저 병사들과 함께 행군했고, 그들이 근무하고 있는 초소를 꾸준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임관한 22명 중 단 한 명인 저만 대령으로 진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88년이었어요.

공수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왼쪽이 박창환 목사.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1975년 즈음, 공수부대는 군종목사들이 기피하는 곳이었습니다. 힘들기도 했고 당시에는 낙하산 접는 기술이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개 중에 하나는 사고가 나곤 했어요. 어떤 군종 목사는 공수부대 훈련 중에 퇴교를 당하기도 했죠.

저는 총 29번을 뛰어내렸는데 그곳에서 나의 인생관과 신앙관이 변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병사들과 함께 점프하면서 기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주님, 다른 사람들은 돈 주고 비행기를 타지만 저는 무료로 비행기를 타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이 고공에서,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도하오니 꼭 들어주시기를 원합니다. 대령으로 승진할 수 있게 축복해주옵소서!”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중령으로 있을 때 아내가 해준 말입니다.

“여보, 기도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경직 목사님은 참 훌륭하고 존경받는 목사님이시지만 세례를 얼마나 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당신은 군에 있으니 더 많은 세례를 베풀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군대는 정말로 황금어장이구나! 최선을 다해서 세례를 주자!’ 그 후로 세례에 역점을 두고 사역하면서 3년 간 1만 5천 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매 주일마다 세례 예식이 이어졌죠.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화는 교회에 불이났던 사건입니다. 주일 오후, 보좌관 목사님과 사역을 하고 있는데 교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겨울이라 난로를 설치했는데 작업자의 실수로 온풍기 연통을 밖으로 빼지 않고 실내에 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온풍기가 돌아가자 그 열기로 인해 대들보에 불이 붙어버렸죠.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 95%의 비중은 ‘감독하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감독의 책임을 져야 했기에 제 군대 생활도 끝날 것이 분명했어요. 다행히 전소되지는 않았고 대들보 시발점에서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훈련소장은 성정이 쉽지 않은 분이라 다른 참모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그런 분이 이 사건을 두고 “없던 일로 할 테니 앞으로도 잘 하라”고 말씀하시며 책임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당시 불교신자셨는데 후에 기독교신자가 되셨고 돌아가신 후 입관예배를 제가 인도했어요.

박창환 목사가 세례식을 집례하고 있다. (왼쪽)

Q. 군 선교를 위해 힘쓰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모든 업무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변하듯이 군 선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초콜릿으로도 다가갈 수 있었지만 이제 피자와 햄버거가 그 자리를 대체했어요. 또 이전에는 군목의 활동이 자유로웠지만 지금은 통제를 받습니다. ‘무종교도 종교’라는 명분 때문에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교회에 나가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죠.

이제는 개인적인 관계로 해결해야 하고, 상급자가 행정명령으로 지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대별, 단위별로 군종목사가 지휘관과 유대 관계를 잘 맺고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1인 1교를 선택해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로 종교생활을 나가야 했지만 이제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제 군목들은 더 큰 사명감을 갖고 1대 1로 대화를 나누며 선교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Q. 목사님께 군 선교는 어떤 의미입니까? 한국 교회가 군 선교에 힘써야할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 한국교회는 학원선교, 군 선교에 역점을 두었고 그 사역은 한국 복음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학원선교와 군 선교는 과거와 달리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영혼을 구원해야 할까요? 현재 기독교인 수가 점점 감소되는 추세고,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청년들을 전도하기 위해 2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하면 흔쾌히 복음을 듣고 앉아있을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입대한 군인에게는 가능한 일입니다. 군대는 여전히 전도의 기회가 열려있는 황금 어장입니다. 한국 교회가 여기 관심을 가져야 해요. 50만 장병을 신자화하면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교파를 초월해서 각 교회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미래 한국 교회를 염두에 두고 군 선교에 관심을 가지는 목회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교인 수는 갈수록 감소할 것이고 비어 있는 유럽교회의 모습이 한국에도 머지않아 찾아올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군 선교에 힘써야 합니다. 교단을 초월해서 집약적으로 군 선교에 역점을 두고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Q. 한국군목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한국군목회는 현역으로 구성된 한국 군종 목사단과 한국 예비역 군목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비역 군목회는 금년으로 60년을 맞이하는데요, 과거 예비역 군목회는 전역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되었으나 지금 그 멤버들은 모두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역 후 일반 목회를 하고 있는 젊은 예비역 군목회 회원들을 영입해서 활성화 시키는 것이 제가 중점적으로 힘쓰고 있는 사역입니다. 조직이 더욱 젊어져야 해요. 저희는 삼일절, 6.25, 8.15등의 국가 행사 및 성탄절 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현역들을 위한 기도와 지원, 전방 연대의 군종 활동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6.25 한국전쟁 72주년 맞아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기도로 국회를 개원한 국가입니다. 6.25 전쟁 발발 직후, 유엔 안보리 회의 소련이 불참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역사였어요. 하나님은 기도하는 민족, 기도의 사람은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나라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경제 대통령인 박정희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르렀는데, 이제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정치적으로는 모든 정치인들이 사심을 버리고 국가를 내 몸처럼 사랑하며 ‘큰 틀’에서 국가를 먼저 생각하길 바랍니다. 국가 보다 개인의 영달이 우선되면 안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5년 간 경제, 안보, 국방이 쇠약해졌고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도하는 민족이기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어요.

이제 한국이 살 수 있는 길은 대한민국의 교계에서 개교회의 부흥과 발전만 위해 기도하지 말고 국가를 위해 기도하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어요.

북한은 여전히 핵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과 북이 함께 갈수 있도록 국가를 위해 기도하고, 국회를 위해 기도하고, 지방 관료들을 위해 기도할 때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Q. 군 선교를 위해 섬기고 있는 후배 목회자들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현역 군종 목사들에게는 앞서 강조한대로 언제나 장병이 있는 곳에 있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지휘관들도 협조할 것이고 병사들도 감동하여 복음이 들어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또한 교회 중심으로만 군종활동을 하지 말고 장병 중심으로 활동하십시오. 국방부에서 군종장교로 임관한 것은 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군장병을 위한 것임을 인지하고 큰 틀에서 사역하십시오.

한편 민간인 군 선교사들은 현역 군목의 경우 매월 국가에서 급여를 주지만 군 선교사는 자비량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경제적, 행정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으며 통제를 받아 낙심 당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오직 사명감 하나만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이를 한국 교계가 인지하여 군종 목사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한국 교회가 함께 협력하여 젊은이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에 힘쓰고, 그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때 각 교회에서 섬길 수 있도록 교파를 초월하여 협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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