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초속 5센티미터〉 - 첫사랑의 기억에 대한 시간과 거리의 함수
[영화와 복음] 영화 〈초속 5센티미터〉 - 첫사랑의 기억에 대한 시간과 거리의 함수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5.2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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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지로 그런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 한다. 이에 영감을 받아 작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초속 5센티미터〉이다. 이 영화에서 ‘벚꽃’은 중요하다. 배경도 벚꽃 가득한 시공간이며, 떨어지는 모습이 비슷한 ‘눈(雪)’과도 오버랩한다. 극사실주의 작화(作畫)를 바탕으로 구성된 3개의 단편으로, 프롤로그에 이어 ‘벚꽃 이야기’ ‘우주 비행사’ ‘초속 5센티미터’ 그리고 뮤직비디오 형식의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수미쌍관으로 주제의 암시와 결말을 묘사한다.

[벚꽃 이야기] 역경을 넘은 만남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중간 지점에 남은 추억

1994년 도쿄의 어느 초등학교. 전학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해졌지만,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헤어진다. 졸업 후 반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카리의 편지로 연락이 닿은 둘은 아카리가 사는 이와후네역에서 저녁 7시에 만나기로 약속한다. 날은 춥고 폭설은 시작되고, 신주쿠발 이와후네행 기차는 한없이 지체된다. 시간이 흐르고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이미 늦어진 시간으로 타카키의 불안과 초조로 가중된다. 한밤중에 도착한 타카키, 대합실 한편에 하염없이 기다리며 앉아있는 아카리... 그날의 아픔과 감격의 기억을 간직하며 그들은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헤어진다.

[우주 비행사] 미지의 우주 공간을 바라보는 타카키의 마음과 그를 바라보는 카나에의 마음

고등학생이 된 타카키, 우수에 찬 그의 모습에 같은 학교 카나에는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활기찬 카나에는 파도타기 도전과 달성에 용기를 내어 타카키에게 사랑을 고백하리라 결심하지만, 아득한 미지의 공간에 마음을 두고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타카키에게 운명이 아님을 느낀다. 타카키와 카나에의 마음이 교차하며 공유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때가 오기는 할까?

[초속 5센티미터] 가슴 한편에 자리한 첫사랑의 아련함은 초속 5센티미터의 거리와 함께

타카키는 교제하는 사람이 있지만, 아카리에 대한 마음으로 여전히 삶을 방황한다.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걷다 아카리와 스치듯 지나친다. 운명인 듯 기차 건널목에서 확인하기 위해 뒤돌아보는 순간, 둘 사이를 지나가며 교차하는 두 대의 기차. 어느새 아카리는 사라지고 없다.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뒤돌아서서 길을 나서는 타카키. 이루어질 듯 결합하지 못한 아쉬움을 떨쳐내고 타카키와 아카리는 첫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할까?

첫사랑은 대개 이뤄지지 않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일 수도, 미숙으로 인한 용기 없음이나 감정의 서툰 표현 때문일 수도, 세상을 아직 덜 살았기에 경험하지 못한 너무 높은 현실의 벽일 수도 있다. 이뤄지지 못한 그 거리는 가깝지만 결코 교차하지 못하는 초속 5센티미터일까? 사람과 사람은 만남을 통해 관계가 형성된다. 만남은 교차의 순간이 필요하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거리가 있지만, 반드시 합해야 하는 거리도 있다. 마주하지만 평행으로 달리는 간격도 있지만, 함께 걸어가는 연합이 더 아름다운 간격도 있다. 그렇다면 나와 하나님과의 거리와 간격은 얼마나 될까? 첫사랑에 머무는 거리일까? 이루어진 사랑으로 함께 가는 거리일까? 아니면, 첫사랑만을 기억하는 거리일까?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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