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말씀을 말씀으로 읽는 예수살기 (2)
[특별 대담] 말씀을 말씀으로 읽는 예수살기 (2)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4.2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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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묵상 어떻게 해야 하나
성경 읽기의 새 길은?
동네세메줄성경 활용법

진행: 박진석 목사(본보 편집인)

대담: 지형은 목사(기성 총회장, 한목협 대표회장, 성락성결교회 담임), 임희국 교수(장신대 명예교수)


(지난 호에 이어)

지형은 목사. 최상현 기자.
지형은 목사. 최상현 기자.

박진석(이하 박): 신학교에서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잘 연구하고 나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희국(이하 임): 교회와 신학교의 괴리가 있다. 교회 현장에서는 ‘성경공부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말씀을 순수하게 읽는다. 말씀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지내다가 신학교에 가면 일반 역사 자료를 읽듯이 성경을 보게 되고 비평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생긴다.

과거 신학교육은 교리 중심의 신학 교육이었다. 그리고 19세기, 슐라이어마허 이후에는 신학이 세분화, 파편화되어 버렸다. 이제 성경을 하늘의 말씀으로 읽으며 무릎 꿇고 묵상하던 정신이 약화되거나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신학생이 다시 교회 현장으로 나가게 되면, 학교에서 배운 비평학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박: 그렇다면 성경 공부, 말씀 묵상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

지형은(이하 지): 말씀 묵상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해보았다. 요한복음 1장,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 거하셨다의 원어를 보면 ‘이사 와서 계속 사시게 됐다’는 의미다. 기독교 2천 년 역사의 모든 갈래 속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바로 ‘성육신’이다. 다시 말해서 텍스트가 컨텍스트로 이어진다. 삶 속에서 특별한 체험도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인격과 일상’이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진실하게 그 일을 하면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성경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면 말씀과 기도 두 가지가 어우러진 것을 ‘말씀 묵상’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 짐이라.” 나는 말씀과 기도 중에서 66권의 기록된 말씀, 텍스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씀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것,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께 올리는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신 것이 기독교다. 그래서 계시가 우선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말씀을 받고 반응하는 것이 기도다.

앞서 이야기한 신학생들의 경우 성경의 문화적 배경, 언어유희, 전통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깊게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알고 묵상할 수 있는 틀이 잡힐 필요가 있다.

임희국 교수.
임희국 교수.

박: 성경 읽기의 새 길은 무엇일까?

임: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깨치고, 경청하고,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로 표출된 문명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라고 본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우리 목회자와 신학자에게 성경에서 ‘인류의 새 길’을 찾도록 재촉한다.

새 길로 나가는 새로움은 세상 저 편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에서 자라고 성숙하는 생명의 역사다. 칼바르트는 신구약성경은 “하나님에 대한(ueber, 하나님을 대상으로 보는)” 인간의 생각과 사상이 기록된 책이 아니고, 하나님을 찾아가는 구도(求道)자의 경전도 아니며, 하나님이 인간을 찾아오시고 그 인간에게 당신을 계시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성경 안에 있는 새로운 세계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다스리심,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한량없는 사랑, 하나님의 역사다.

하나님은 생명의 원천이시므로, 불의한 세상 한 복판에서 당신의 의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다. 사망권세가 지배하던 이 세상에서 그 사망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는 당신이 성취하신 생명의 역사를 통해 죽어 있는 모든 존재를 다시 살리시되 새 하늘과 새 땅이 완성되기까지 계속하신다.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목회자와 신학자는 성경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Reality를 성령의 역사로 다시 발견하고 그 역사를 온 세상에 증언해야 할 것이다. 성경 안에서 성경을 통해 발견된 새 길은 20세기 초반에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1903년, 강화도 읍내에 사는 어느 마나님이 성경을 부지런히 읽다가,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는 신분에 따른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의 차별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나님은 자기가 부리던 종복(從僕)들을 불러 놓고 마태복음 18장 15-20절을 읽은 후에 그들을 권면하고 노비 문서를 불사르며 자유인이 되게 했다. 신분해방의 사건이었다. 이 내용은 당시에 발간된 교회신문 『신학월보』에 실린 신문기사 그대로이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성경은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의 사회풍습을 생각하면, “노비문서를 불사른 행위”는 혁명이었다. 그 마나님은 본래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혀 글을 읽지 못하던 여성이었다. 그러한 여성이 성경을 통하여 무식함에서 유식함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어리석음에서 지혜 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지: 한국 기독교는 세계관, 가치관, 행동방식, 삶의 방식에서 ‘자기 땅’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 교회의 ‘땅’에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이후 기독교가 정권 속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간 것이 패착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기독교는 정부 바깥에서 비판의 기능을 했어야 한다.

그 결과 지금은 기독교의 땅이 너무 좁아졌고,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어떤 문제를 말할 때, 자기 땅이 없기 때문에 보수나 진보 쪽에 붙어서 편을 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문제 상황에서 보수나 진보진영을 기독교의 땅에 초청하여 우리의 가치관과 정신으로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화평의 길을 찾는 것인데, 지금은 그 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땅에 와봐라. 여기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땅을 회복하는 방법은 66권 성경에 있다. 그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은 현존하는 세상의 각종 문제, 자연보호나 전쟁, 가족관계, 욕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든 윤리적 가치 기준과 상생이 삶이 담겨 있다.

박: 지형은 목사님은 말씀으로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운동의 일환으로 ‘동네세메줄성경’을 발간했다. 발간 동기와 구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동네세메줄성경 시리즈.

지: ‘동네세메줄성경’이란 이름에서 ‘동네세메줄’은 동그라미, 네모, 세모, 메모, 줄긋기의 단어들 첫 글자를 연결한 것으로, ‘정독 말씀묵상, 연구 말씀묵상’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묵상이 이 책의 목적이다. 동네세메줄 성경은 신구약 성경 전체가 구약 일곱 권, 신약 세 권, 모두 열 권으로 구성됐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체의 내용을 그 흐름에 따라 100개의 덩어리로 나누었다. 이 구분은 특히 연구 말씀묵상을 위한 것이다. 동네세메줄성경의 구조는 말씀묵상에 깊게 연결돼 있다. 연구 말씀묵상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과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으로 나눌 수 있다. 목회자들의 경우 한 주에 한 번 모여서 한 덩어리씩 공부하며 묵상한다.

강의 중심이 아니고 참여하는 사람 스스로 성서 본문을 읽고 연구하며 묵상한다. 한 번의 모임을 위해 한 주간에 각자 10시간 정도를 공부해야 한다. 연중 훈련으로 진행할 때 중간의 방학을 고려하고 말씀이 일상과 인격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훈련 등을 생각하면 연구 말씀묵상 방법으로 전체 100덩어리를 공부하는 데 2년 반이나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된다.

훈련에서 중요한 점은 목회자들이 목회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묵상하는 것이며, 말씀이 내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목회자의 직무나 기능을 탁월하게 하여 목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성경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의식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성도들과 함께 연구 말씀묵상을 진행할 때는 한 달에 한 덩어리를 공부하며, 교회의 목회 상황이나 목회자의 목회 방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박: 실제적인 활용법에 대한 팁이 있다면?

지: 시작하거나 마칠 때 찬송을 부르거나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왼쪽의 본문을 찬찬히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나 표현에 자유롭게 동그라미, 네모, 세모 표시를 하고 연관되는 표현들을 줄을 그어 연결하거나 왼쪽 면의 여백에 간단하게 메모할 수도 있다. 충분히 묵상하면서 오른쪽 면에 묵상한 내용을 적는다. 완벽하게 정리해서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고 편하게 쓰면 된다.

나름대로 이해한 것이나 내 생활의 감사나 고민을 써도 좋다. 편하고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하면서 글을 쓰는 일이 별로 없는 분들에게는 오른쪽 면에 기록하는 것을 너무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단어들이나 중요한 표현들 몇 개, 또는 짤막한 문장만 쓴 후 묵상한 것을 함께 모여서 나누고 기도한다. 주의할 점은 다른 사람이 묵상한 내용이나 방법을 고치려 하면 안 되고 어떻게 묵상했던지 서로 격려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단기간에 묵상하지 말아야 한다.

박: 가투 창간 4주년을 맞이하며 권면을 부탁드린다.

임: 어려운 여건 중에도 꾸준히 신문을 발간해온 것이 대단하다. 앞으로도 협동조합의 취지가 잘 유지되길 바란다.

지: 좁은 길이다. 이미 틀이 잡혀 있는 거대 자본의 언론이 아닌 열악한 교계 언론 환경 속에서 ‘의미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4년 간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용감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한국 사회와 교계에 꼭 필요한 언론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잘 걸어가 주십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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