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우크라이나 상황 이해하기 (1)
북한과 우크라이나 상황 이해하기 (1)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2.04.2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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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북 정책 방향과 그 의미
우크라이나 상황, 그 배경과 진실은?
대담: 한경균 목사(아가페문화재단 디아코니아국장), 유영식 교수(장신대)
대담중인 유영식 교수(좌), 한경균 목사(우). 최상현 기자.
대담중인 유영식 교수(좌), 한경균 목사(우). 최상현 기자.

한경균(이하 한): 좋은 봄날에 말씀나누게 되어 기쁘다. 유 교수님은 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있나?

유영식(이하 유): 장신대 임성빈 전 총장 때 통일 관련 과목을 개설했는데 나는 신학적 용어가 아니라 정치학적으로 설명하는 수업으로 진행했다. 통일과 평화 문제, 동북아시아 국제 관계 문제를 고민하고 선교와 함께 다뤄왔으며 통일과 선교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한: 장신대에 재학중인 탈북학생들이 유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재이해’가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

유: 그들은 북한에서 살다 왔지만 실제로 북한의 정치 체제, 경제 구조 시스템, 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 국가를 깊이 공부해본 적이 없다. 쭉 이야기하다보니 학생들이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우리가 대한민국에 살지만 모든 걸 알지는 못하듯이 비슷한 맥락이다. 탈북 학생들은 모든 현상을 사회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자기가 살아온 사회가 달리 보게 된 것 같다.

한: 윤석열 당선인과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코멘트가 있다면?

유: 아직 정확하게 짜놓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뭐다’ 하는 세부적인 건 모르겠다. 지금까지 대북정책을 짤 때 큰 얼개는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에 있었다. 우리 문제를 우리가 푼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는 이유는 국제 관계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변화됨에 따라 작용과 반작용이 있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폐기하기도 한다.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공약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한미 동맹 강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우선 한미 동맹을 보면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가 포용 정책을 추구했다면 그것과 차별화 하려 할 것이다. 예단키 어려우나 한국과 미국은 더욱 강력하게 접촉할 것이고 연합 군사 훈련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미국 전략 자산 및 전술핵 배치 요구, 사드 추가 배치 등 당선인이 내뱉은 발언을 현실화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은 “남한에 무기를 사용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남한이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는 핵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기조대로 간다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확대될 것이다.

또한 한미 동맹이 강화되면 미국도 우리에게 인도 태평양 전략을 안보동맹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동맹과 협력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른데,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중국 봉쇄 압박 정책에 협력차원으로 다가갔지 동맹 성격으로는 확대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동맹’은 누군가의 친구가 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적이 된다는 무거운 의미다. 차기 정부가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 봉쇄정책에 동참하거나 지지하면서 북한 핵 위협을 명분 삼아 추가적인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한편, 윤 당선인 주변에서 외교와 안보 전략을 구상하는 분들의 정책을 보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에 준하는 비핵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 이때 ‘선, 후’의 문제가 생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선 비핵화, 후 관계 정상화이고 북한은 그 반대이거나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윤 정부는 비핵화와 관계개선을 연계하되 ‘선 비핵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또한 입장을 동시 병행이라는 입장에서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줄다리기가 예상되며 향후 선 후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북핵은 ‘남한과의 문제’가 아니다. 핵 관리는 북한 외무성에서, 남한 문제는 조평통에서 다룬다. 즉, 채널이 다르다. 남한과는 민족 문제를 푸는 정도의 사업이고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문제’로 설정되어 있다.

또 한 가지, 북한은 핵을 경제 개선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 나는 북한의 핵 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핵 개발의 세 가지 동기에 관해 서술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경제, 정치적 생존, 정체성의 문제’다. 김정일이 통치하던 때까지는 핵무기가 ‘경제와 정치’를 위한 수단이었다면 김정은부터는 ‘위상화’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 자주화’라는 단어를 즐겨 썼고 핵무기가 자주성과 자부심의 상징으로 물화됐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요구하는 것이 오직 ‘체제 보장’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생존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의 체제 보장은 미국 정부에 달려있다. 미국은 1993년부터 2019년까지, 약 20년 간 북한과 협상을 해오며 체제 보장을 약속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조약’을 체결하긴 힘들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한 ‘합의서’가 아니라 미국 상하원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가결한 조약 수준의 보장, 미국의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바뀔 수 없는 북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비핵화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을 쓰고, 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표현한다. 즉 한반도 내에 핵무기를 반입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 연합훈련에도 제동이 걸린다. 아울러 ‘핵동결, 핵불능, 핵폐기’ 중에서 어떤 수준의 비핵화인지에 대한 논의도 불충분 하다. 북한은 핵동결을 비핵화로 보고 있다.

한경균 목사
한경균 목사

한: 비핵화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 진보냐 보수냐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떠나서 개념과 범위에 있어서 제대로 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대북 관계에서 중요한 정책 용어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 교회가 대북 관계를 말할 때 보면 남북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유 교수님 말씀처럼 동북아의 평화 체제와 질서에 대한 이야기다. 남북문제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일본, 러시아, 중국의 입장을 같이 봐야 하는데 주변 국가와 남한 단독 혹은 한미동맹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과욕으로 보인다.

유: 좋은 지적이다. 북한 핵문제를 두고 쓰는 말 중 ‘이해 당사자’라는 표현이 있다. 남북,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이 이해 당사국들에 포함된다. 이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최소한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을 보면 ‘오바마 시즌 2’로 보인다. 이는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인데 지속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적이 항복하기를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라 북한의 편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2017년 이후로 강력한 대북 제제를 가하면서 굉장한 타격을 줬다. 그런데 실제로 북한은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고, 그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의 협조 없이 북한의 비핵화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그 구멍은 더욱 커졌는데 이제 러시아도 북한이 제재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구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경균 목사님의 지적처럼 이제 남북 관계에서 풀기는 어렵고 6자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결정적인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그리고 동북아의 안정을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완충지대일 뿐, 이익과 균형의 측면에서미국에 협조했을 때 돌아올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카드를 바꿀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 6자 구조에서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한: 북한이 보내는 시그널을 우리에게 익숙한 식으로만 해석하면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북한과 대화할 때 그들의 언어를 남한식으로만 해석하면 안 되며,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를 그들의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유: 그렇다. 방금 한 목사님이 지적한 ‘문법’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김정은 체제, 2013년까지는 핵무기를 이용한 경제적 보상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 김정은이 추구해 나가는 ‘백두산 대국, 조선의 위엄, 핵 자주화’라는 개념을 보면 그들이 핵무기를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북한 노동당은 핵 성격을 다시금 규정하며 그들이 가진 관심은 경제가 아니라 체제 보장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북한이 가진 야심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남북 관계를 다룰 때 다섯 가지 기준점이 있는데 왼쪽부터 적대, 경계, 가운데가 경쟁이고 오른쪽으로 나가면 협력, 포용이 있다. 우리 정부는 적대와 포용사이에서 입장을 취해왔으나 윤석열 정부는 경계, 혹은 적대일 것으로 예상 된다.

지난 2017년, 북한은 화성 15호를 발사했고 4년 뒤인 2022년, 또 한 발의 ICBM을 발사했다. 어쩌면 2017년 이전의 강대강 국면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역주행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는 이 예측이 틀리길 바란다.

유영식 교수
유영식 교수

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 한국 교회는 국제 구호를 위해 루마니아와 헝가리, 체코를 방문했다. 당시 방문한 교계 인사들은 주변국들이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예행연습을 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동북아에서 동유럽에서 일어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러시아와 서방 국가가 만나는 중간 지대에 있는 우크라이나가 동북아의 정세와 비슷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단순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만 이해하기보다는 더 넓은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한 유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다.

유: 사실 이 전쟁은 이미 진행되어 온 전쟁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성격의 전쟁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편적인 이해다. 국제 정치에서 전쟁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 국가의 내부 구조, 국가와 국가 간의 국제 체제 문제’다. 여기서 다시 두 가지로 나눠보자면 ‘행위자의 관점과 구조적인 문제’로 표현할 수 있다. 행위자 문제는 인간 본성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고, 구조의 문제는 국가의 내부 구조나 체제 문제를 뜻한다.

먼저 행위자의 입장에서 보자. 푸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면 이번 전쟁을 결정했을까? 러시아는 푸틴이 아닌 다른 지도자였더라도 이번 전쟁을 강행했을 것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푸틴이 아니라 다른 리더십이 통치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더라도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연장선이다. 헤겔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과 러시아의 ‘인정 투쟁’이, 자기 존재감을 확인 받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진단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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