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한다. 국가의 주권이 다수의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가를 통치한다. 민주공화국은 권력의 기초로서 국민주권의 원리,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자유민주주의, 권력 구조면에서 권력분립주의, 의회주의와 법치주의에 의한 정치 과정의 통제 등을 특징으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우리는 이 같이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고 준수하기 위해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다. 민주주의는 선언이나 법조문으로 지켜지는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희생으로 얻어지는 고귀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치열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곧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있는 요즈음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명제가 바로 ‘헌법 1조 1항’이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결정되었으니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를 보내면 될 일인데 이런 상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다. 물론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보면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이런 불안함은 최근 언론보도에서 보여주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역대 당선자 중 ‘잘 할 것이다’는 긍정 평가 응답률이 가장 낮게 나오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를 개방하고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집무실로 옮긴다는 데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은듯하다. 이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태도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당선자가 직접 단호한 어조로 국방부 이전지역 도면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단답형으로 결정사항을 통보하듯 하는 방식은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소통과정이라고 하기 어렵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를 떠난다는 본래 의도가 출발부터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당선자 주변의 국회의원이나 측근들 중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고를 바라고 신중할 것을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이나 경제난 해결 등 많은 현안들보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그렇게 시급한 해결과제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이 임기 중 사퇴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상황에서는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한 지도력이 필요한 터였다. 모든 권력은 서로 견제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균형 있게 배치하고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로 검찰개혁,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이제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에 중단되거나 퇴색될까 걱정이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진영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더욱 겸손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당선자 스스로도 선거기간 내내 통합과 소통을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