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는 교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개신교 목사는 교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 박충구 교수
  • 승인 2022.03.31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_박충구 교수(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사순절 기간, 저마다 소욕을 멀리하고 십자가를 향하신 주님을 묵상하며 지내야 하는 절기다. 이 절기에 우리는 대선을 치렀다. 이번 대선 기간, 한쪽에서 목사들이 모여 이 사람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저 쪽에서는 다른 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여 흡사 목사 집단이 대선 후보 지지 패싸움을 벌리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보기에는 흉해도 이 정도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견해가 달라 지지하는 이를 달리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저 지나칠 수 없는, 보다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도 있었다. 하나님의 교회가 증오와 혐오를 가르치는 자리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도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증오와 혐오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목사와 장로들이 허위 사실을 카톡으로 퍼 나르는 사례들도 있었다. 목사들 중에는 신도들에게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정치가를 지지하라고 설교하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우리 사회가 사회주의로 전락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면서 특정 후보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 한국교회가 아름답게 키워온 신앙의 열성을 일부 목사들이 정치적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 신도들에게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주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로 하여금 목사가 원하는 이를 위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도록 교도하는 것은 민주적 가치를 파괴하는 동시에 개신교 목사로서 지켜야 할 목회 윤리를 위배하는 행위다. 심지어 신도에게 거짓 증언으로 특정한 이를 향하여 증오와 편견을 품도록 교사하는 목사들이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경향은 지난 날 하나님의 교회를 좌파 공포증에 몰아넣어 빨갱이 몰이의 현장으로 삼거나, 동성애자들을 향한 공포를 부추겨 신자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부정하거나 박탈해도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인권적인 정서를 오염시키는 비신학적인 행태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행태가 만연해지면, 신자들은 목사가 요구만 하면 마치 자기 생각을 버리고 목사의 교사대로 누군가를 혐오하며 증오하는 것이 참된 기독교 신자의 길이라고 오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개신교 목사는 신자의 사회 윤리나 정치적 판단을 교도할 권위를 가질 정도로 거룩한 존재거나, 해박한 지식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종교 개혁 이전, 가톨릭교회는 신부에게 신적인 우월성을 부여함으로써 미성숙한 신자들을 계몽하고 교도할 수 있는 교도권(teaching authority)을 행사하게 했다. 하지만 종교 개혁자들은 가톨릭교회가 신부에게 부여한 신적 우월성은 성서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성직자를 신자보다 거룩하고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의에 이르지 못 한다” 기독교 인간론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개신교 목사는 신자에게 교도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한국 교회의 개신교 목사들은 신도들에게 정치적 이념에 따라서 한 편을 의로, 한편을 불의로 규정하며 증오와 혐오를 품게 하고, 동성애자를 향하여 차별을 조장하고 이를 마치 기독교 신앙의 과제인양 신도들에게 가르치며, 심지어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서도 조야한 지식을 동원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교도하는 것인가? 이런 행위는 ‘인간적인 것’을 ‘하나님의 것’인 양 오독하게 만들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신뢰를 위태롭게 하는 짓이다.

성과 정치, 사회 문제, 환경위기, 그리고 교육 등등에 관한 교회적 합의는 성직자의 단견에 복속하는 교도의 과제가 아니라, 합리적이며 열린 토론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교회가 보다 성숙한 교회의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순절 개신교 정신에서 벗어난 목회의 오류를 자각하고 참회해야 할 절기다.

박충구 교수
박충구 교수
감신대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