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복음이 아름다운 걸 증명하라!
[영화와 복음] 복음이 아름다운 걸 증명하라!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2.03.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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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수학은 아름답다!’ 수포자 입장에서 들으면 실소를 유발할 말이지만, 영화는 종종 수학이나 숫자를 소재로 이 명제를 증명하곤 했다. 예를 들면, 고이즈미 타카시 감독의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수학자(테라오 아키라)는 모든 것을 수학으로 풀이하면서 이를 아름다운 사랑으로 증명했다.

그러고 보면,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딱딱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학이지만, 그 사용법과 의미를 제대로 터득하면 인생의 따스하고 멋진 교훈을 얻기도 한다. 정확히는 ‘수학’ 그 자체라기보다는 ‘수학을 하는 사람의 삶’이 그러하겠다. 그리고 그 삶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과정이다. 이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한결같이 주장하는 바이다.

탈북민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은 신분을 숨기고 상위 1%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에서 경비를 맡고 있다. 차갑고 무뚝뚝한 성향으로 학생들에게 ‘인민군’으로 불리는 그는 어느 날 수포자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홀어머니에겐 든든한 효자고 친구들에겐 의리 있는 학생인 한지우는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꼬리표와 뒷받침되지 않는 수학 성적으로 고민이 많다.

‘결여’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학성과 한지우는 서로에 대한 묘한 이끌림으로 과학관 B103호를 아지트 삼아 한밤의 수학공부를 진행한다. 입시와 성적이 아닌 수학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진짜 공부이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수학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성적이면서도 완벽한지를 다각도로 증명한다. 원주율 파이(π)를 악보 삼아 연주하는 ‘파이송’을 통해 음악과의 교합을, 자연상수(e)와 원주율(π), 상상의 수인 허수(i)와의 결합을 통해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보여준다.

여기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Prelude’는 감성을 덧입힌다. 그리고 이런 수학의 묘미는 인생을 돌아보며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지루하고 무모할 수도 있는 연산의 끊임없는 풀이 과정은 ‘살을 부대끼면서 친해져야 이해가 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과정과 동기는 무시하고 오직 결과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현 교육제도를 과감히 부정한다. 아날로그 방식인 ‘연필 깎기’의 반복적 묘사로 인내와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영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먼저, 틀린 문제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음을 주장한다. 정해진 답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그 답이 돌출되기 위한 전제가 과연 옳은지를 질문하고 그에 합당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어필한다. 주입식과 단순 암기식 교육에 길들어진 현 사회에, 왜 어떻게 그 답이 나와야 했는지를 되묻는다.

둘째로, 증명하라는 것이다. 이학성은 한지우에게 도전을 준다. 세상의 부조리와 부당함, 부패에 맞서 정도를 걷는 네 삶이, 네가 선택한 길이, 네가 살아온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수학은 결국 증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증명하겠는가? 복음을 증명해야 한다. 세상과 사회와 제도권 교회가 요구하는 정답만을 위해 살아온 삶과 신앙은 아니었는지, 아무런 검증이나 과정의 수고로움 없이 제시된 답만을 외우고 살아오진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더하여, 복음의 삶,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삶은 업적이나 성취가 아니라 ‘삶 그 자체’가 선하고 아름다웠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당당하게 Q.E.D.(증명완료 Quod Erat Demonstrandum)를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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