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천양희의 시 ‘글자를 놓친 하루’
[전문가 칼럼] 천양희의 시 ‘글자를 놓친 하루’
  • 장준식 목사
  • 승인 2022.02.2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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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개 넘치는 기독교 인간론

어느 시인의 시집을 받고 / 정진하기를 바란다는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ㄴ’ 자를 빼먹고 / 정지하기를 바란다고 보내고 말았다

글자 한 자 놓친 것 때문에 /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졌다

‘ㄴ’ 자 한 자가 모자라 / 신(神)이 되지 못한 시처럼

_천양희의 시 ‘글자를 놓친 하루’ 부분,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에 수록

‘ㄴ’자 한 자가 모자라 신(神)이 되지 못한 시(詩)라는 표현을 보며, 신화(神化/theosis)에 대해서 생각한다. 신이 되지 못해 아쉬운 것은 시 뿐만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신이 아닌 것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기독교는 그러한 인간의 아쉬움과 절망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한 교리를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기독교는 아주 대담하고 기개 넘치는 주장을 한다. '기개(氣槪)'란 씩씩한 기상과 꿋꿋한 절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독교의 인간론은 기개를 담고 있다. 정말 그렇다.

삼위일체론의 완성(?)에 발판을 놓았던 아타나시우스는 그의 저서 <성육신에 관하여 On the Incarnation>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가 인간이 되신 것은 우리로 신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다.” 이것을 '신화(神化/theosis)'라 한다.

그리스도께서 성육신 하신 이유는 우리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 물론 ‘신화’는 인간이 하나님 자신이 된다고 하는 뜻은 아니다. 신화는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신적인 본성에 참여하는 존재(theopoiesis를 줄여서 theosis라고 쓴다.)가 된다는 뜻이다.

아타나시우스는 기독교의 인간론을 참으로 대담하게 진술한 것이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는 존재(신성에 참여하는 존재)라니, 감히 누가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의 비참한 현실을 생각하면 가히 웃음이 나오는 진술이다. ‘에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어! 장난치지 마!’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진술이다.

그러나 아타나시우스의 인간론만큼 기개 넘치는 인간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화(theosis)에 대한 인간론을 펼친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이 타락한 세상에, 이 비참한 세상에, 이 불의한 세상에 저항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화만큼 정치적인 진술이 없다. 실로 기독교는 이러한 기개를 지녔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렵고, 이 세상의 공중권세 잡은 자들이 인간을 '개 돼지'로 보면서 피지배자들을 비웃으며 권세를 누리고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불의에 기죽지 않고 맞서 싸울 수 있는 기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 성육신의 교리를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무리 비참하고 불의하더라도 거기에 굴복하거나 기죽지 말아야 한다. 누가 감히 우리의 인간성을 훼손할 수 있으랴. 누가 감히 우리를 ‘개돼지’ 취급할 수 있으랴.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처럼 되어가는 존재이다. 신적인 존재, 신성에 참여하는 존재, 그 고귀한 존재의 품위를 누가 무너뜨릴 수 있으랴.

신화(神化)적인 존재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그 어떠한 행위도, 그 어떠한 정치세력도, 그 어떠한 불의도, 우리는 거부한다. 그리고 저항한다. 기개를 저버리면 지는 것이다. 시는 ‘ㄴ’ 자 한 자가 모자라 신이 되지 못하지만, 시를 쓰는 인간은 신의 성품에 참여한다. 신의 성품에 참여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인간은 존귀한 것이고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고귀한 것이다.

장준식 목사<br>세화교회 담임<br>​​​​​​​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br>
장준식 목사
세화교회 담임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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