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그로즈(George Grosz)의 신즉물주의 작품과 ‘프로테스탄트’ 미술
게오르그 그로즈(George Grosz)의 신즉물주의 작품과 ‘프로테스탄트’ 미술
  • 신사빈 박사
  • 승인 2022.02.10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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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빈 박사(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의 신학』 저자)
게오르그 그로즈의 <일식>

문화신학자 파울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는 독일 신즉물주의 미술을 프로테스탄트 미술이라고 말한다.

틸리히의 글에서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개신교 신학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신선했고 그의 예술적 통찰력에도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다. 종교화라함은 일반적으로 성스러운 아우라(Aura)와 칸트적 의미의 숭고함(Erhabenheit)를 탑재한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신즉물주의 미술은 그러한 선입견을 가차없이 깨버리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노이에 자흘리히카이트(Neue Sachlichkeit)라고 불리는 신즉물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히틀러가 정권을 잡기까지(1919-1933) 독일 미술계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미술양식이었다. 신사실주의(New Realism)라고도 불리며 당시 전후 독일사회에 출몰한 문제점들을 사회-비판적(sozialkritisch) 시각에서 시각화한 미술이었다.

게오르그 그로즈(George Grosz, 1893-1959)도 이때 활동한 신즉물주의 화가이다.

그의 대표작 <일식>(1926)과 <사회의 기둥들>(1926)을 보면 전후의 혼란을 틈타 출몰한 부패한 엘리트지도층들의 모습이 독일 특유의 표현주의 양식으로 풍자되어 있다. 전혀 종교화처럼 보이지 않는 이 그림들이 어떻게 프로테스탄트 미술일 수 있는지 그림 안에 내재하는 상징적 의미를 따라가며 살펴보도록 하자.

게오르그 그로즈의 <일식>은 강렬한 원색과 과감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전체적으로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그림이다. 연미복, 제복을 착용한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 제목은 은유(Metapher)이다. 달이 해를 가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사위가 어두운 일식 현상은 이 그림의 ‘겉뜻’이며 ‘속뜻’은 따로있다.

그림의 왼쪽 위를 보면 일식으로 어두워진 해가 붉게 그려져 있는데, 그 안에 달러($) 기호가 표기되어 있다. 이것이 일식의 ‘속뜻’이다.

태양의 밝은 빛을 가린 달은 일차적 의미이고, 물질과 돈이 이차적 의미이자 일식이 가리키는 진짜 ‘속뜻’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그림을 보며 살펴보자. 그림의 중앙에 놓인 커다란 탁자에 연미복을 입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다. 그런데 우두머리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머리가 없다.

머리는 정신을 상징하는 신체부위인데, 이것이 없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데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marionette)를 의미한다. 무엇이 그들을 조정하는 실체일까? 바로 태양빛을 가리고 있는 물질, 돈이다. 물질에 양심을 팔고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와는 정반대로 이끄는 영혼없는 사회지도층들의 모습을 이처럼 목이 없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들 중심에는 제복을 한껏 차려입은 뚱뚱한 인물이 앉아있다. 이 사람은 파울 폰 힌덴부르크 (Paul von Hindenburg, 1847~1934)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최고통수권을 지휘한 독일의 총사령관이었으며, 1925년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히틀러를 내각 수상으로 임명하여 나치독일이 정권을 수립하는 데 길을 연 자이다.

그의 앞에 놓인 피묻은 검과 삼색십자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룬 그의 공적과 훈장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훈장을 화가가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의 머리에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월계관을 통해 알 수 있다. 그의 옆에서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는 인물은 군수산업 재벌이다.

손에 장난감 무기를 가득 들고 최고 권력자인 힌덴부르크에게 감언이설로 전쟁을 준동하는 로비를 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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