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 들보] ‘괴물스러운 교회’가 답이다.
[티와 들보] ‘괴물스러운 교회’가 답이다.
  • 김철민 목사
  • 승인 2021.12.2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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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동유럽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세계적 석학이다.

그가 존 밀뱅크와 함께 쓴 “예수는 괴물이다”(The Monstrosity of Christ)라는 책에서 “기독교는 신 자신이 곤경에 처했다고 말하는 종교다. 이는 기독교에 대한 이단적 독해가 아니라, 기독교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신 자신의 곤경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진정한 계시는 신의 무능함, 신의 비존재를 계시하는 것으로 욥이 전하는 것처럼 신은 신 자신과 분열하는데 이것이 그리스도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물론 다 동의 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본다.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괴물스럽다는 것이다. 즉,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괴물스러움이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었다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위기는 이 ‘괴물스러움’을 잃어버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나는 그런 괴물스런 ‘아버지와 아들’을 우리 노회 정치부에서 만났다. 필자가 섬기는 정치부의 사역중 하나는 노회 소속 목회자의 임면과 청빙등의 업무이다.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시골에 있는 우리 노회 소속 교회의 현 목회자가 은퇴하시고, 그 뒤를 이을 목회자가 왔는데 정치부 면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후임 목사가 바로 은퇴하시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아들 목사의 이력을 보니 신대원을 마치고 대전 시내의 중형 교회에서 목회를 잘 하고 있던 목사였다. 당장 세습 운운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그곳은 시골 교회다.

청빙서에 제직회 날인란에 이름 적은 이가 모두 일곱 명이었다 제직 일곱명인 교회에 도시에서 목회하던 아들 목사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임하겠단다.

더욱 놀란 것은 청빙서의 계약 내용이었다. 거기에는 한 달 사례비로 30만원을 드리기로 되어 있었다. 그것을 쓴 이는 아버지였다. 나는 눈이 의심스러워 다시 한 번 보았다. 틀림없이 30만원이었다.

저 금산 시골 어느 마을, 한 분 한 분 그간 교회를 섬기시던 어르신들이 떠나가고, 이제 마지막 남은 몇 몇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시는 그 곳에 젊고 발랄한 아들 목회자가 뒤를 잇는다.

그 아들도 훌륭하지만, 그 아들을 불러 당신의 자리를 잇게 하는 그 아버지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니 숙여지기 전에 어안이 벙벙했다.

어려운 시골 교회를 섬기면서 갖은 고생 끝에 아들을 대학 보내고, 신대원을 마치게 하고, 목사 안수 받아 이제 대전의 중견 교회에서 목회 수업 잘 받고 있던 아들을 제직 일곱 명의 시골 교회로 불러 내리는 그 아버지에 그 아버지의 제안을 받고 순종하는 아들이 모두 정상이 아닌 것 같지 않는가?

나는 여기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괴물스러움을 본다. 자신을 스스로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셔서 마침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야 말로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신 산 모본이 아닐까?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기대하는 것이 뭘까? 엄청나게 커서 사람이 북적거리는 교회? 아니면 뭔가 대단한 프로젝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앞서 가는 교회? 아닐 것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교회는 교회가 세상의 정규 분포 곡선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쳐나가 ‘괴물스러움’을 보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가치관을 뒤집고, 전복시켜,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교회, 세상이 바라며 기다리는 교회일 것이다. 샬롬!

김철민 목사대전제일교회
김철민 목사
대전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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