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삼열 이사장
[인터뷰]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삼열 이사장
  • 이신성 기자
  • 승인 2021.09.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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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선언의 기초위원으로 기독교 통일운동의 5대 원칙을 제시”
“‘민주사회건설협의회’, ‘기독자민주동지회’ 경험을 책으로 기록”
“NCCK와 KSCF, 수도권도시빈민선교회가 개신교 민주화 운동의 뿌리”

한국 민주화 운동의 최전방에서 활동한 이삼열 박사에게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잊혀진 부분과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 들어봤다. 대담자 이신성 기자

이삼열 이사장. 이신성 기자
이삼열 이사장. 이신성 기자

1.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1941년 평안북도 철산에서 이성찬 목사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장신대에 입학했지만 공군장교로 4년 복무한 뒤 복교하지 못하고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강원용 목사 밑에서 교회와 사회 대화 프로그램 간사로 일했다. 1968년 독일로 유학가서 괴팅겐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전공으로 사회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도중, 72년 유신체제가 박정희 영구독재정권을 수립하자, 독일 유학생들, 노동자들, 종교인들의 연합조직을 만들어 1974년 3·1운동 55주년에 55명의 이름을 서명한 ‘민주사회 건설 선언문’을 발표하고 한국대사관까지 반독재 시위행진을 했다. 해외에서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지속시키기 위해 민주사회건설 협의회를 창립해 독일, 캐나다, 미주에서 활동하게 했고, 미주, 일본, 유럽의 기독교 에큐메닉칼 지도자들의 연대조직인 ‘기독자 민주동지회’ 활동에 참여했다. 76년 독일에서 박사학위 후 귀국할 수 없어 보쿰 사회선교부가 설치해준 한국광부와 간호사 상담소 소장으로 3년간 일했고, 유럽 14개 나라의 산업선교협의회 총무로 2년 동안 일했다. WCC의 도시산업선교부의 협동간사로 월급을 받고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며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교회들이 보호하도록 촉구하며 협의하는 일이었다. 유신독재가 무너진뒤 1982년에 숭실대 교수로 부임하게 되아 귀국했고 철학과에서 사회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을 강의하며 23년간 근무했다. 숭실대 재직 시 기독교사회연구소를 만들어서 기독교대학이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 교육사업을 추진했고, 독일교회의 지원으로 사회봉사관을 교내에 지어 사회봉사 발전 교육프로그램을 12년간 실시했다. 1998년 짐바브웨에서 열린 8차 WCC 하라레 총회 때 예장 총회 평신도 대표로 참석해, 중앙위원과 실행위원으로 선출되어 활약했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통일위원으로 참여해 88선언의 기초위원으로 정책부분의 내용을 기초했다. 나는 기독교 통일운동의 5대 원칙으로 민족자주, 평화체제, 신뢰와 교류, 인도주의, 민중 참여 우선의 원칙을 제안 했다. 그게 한국 기독교 평화운동의 좌표가 됐고 90-91년에 동서독이 통일되고 동서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합의된 문서의 골격을 제공했는데, 그후에 남북한 UN에 동시 가입이 이루어졌다. 6·15선언이나 2018년 판문점 선언의 토대가 이미 91년 남북합의서에서 마련된 것이다. 나의 평화교육 운동은 2000년 이후 유네스코에서 계속되었으며,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APCEIU)의 초대 원장,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ICHCAP)의 초대 사무총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KNCU)의 17대 사무총장으로 일했는데, 나중에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2. 이번에 출간한 <해외에서 함께 한 민주화운동>에서 특히 기독자들의 민주화운동과 해외운동의 역사와 공헌을 강조했다. 어떤 공헌을 했는가?

70년대 유신독재 시절의 기독교 민주화 운동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민족과 나라를 위한 기독교의 사회참여 운동이었다. 김재준, 김관석, 박형규, 문익환, 안병무, 함석헌 등 개신교 목사들과 김수환 추기경, 지학순, 함세웅 가톨릭 신부들이 앞장서고 민주세력을 끝까지 보호해서 기독교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요람이며 보루의 역할을 했다. 종로 5가 기독교회관과 명동 성당이 한때 민주화의 성지가 된 것이 그 증거다. 수많은 구속자, 해직 교수, 언론인들의 재판을 돕고, 구속자 가족들이 NCCK 인권 사무실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민주구국선언을 교회나 성당에 모여 할 수 있었던 역사가 곧 기독교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를 해산하고 학원의 문을 닫고, 언론기자와 교수들을 해직시켰지만 독재자가 교회의 문을 닫지는 못했고 예배나 기도회를 금지하진 못했다. 민주화 운동의 공간을 교회당과 성당에서 지켜낸 힘을 기독교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일을 신앙적 책임감에서 했기 때문에 투옥과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종교인들이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나섰다. 무엇보다 해외의 기독교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연대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여러 나라의 교회와 선교단체들, WCC 같은 에큐메니칼 기관들이 재정지원을 하고 석방운동과 기도회를 열었으며 국제적 여론과 압력행사를 한 것이 커다란 힘이 되었다. 김대중, 김지하의 사형을 막은 것도 해외여론의 힘이었다. 국내외 세력이 연대 투쟁을 벌인 것은 정계도, 학계도, 언론계도 아니고 기독교계 뿐이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해외 한인들의 운동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사회건설협의회’ 같은 단체들이 조직되었고, 미주, 유럽, 일본의 교회들과 세계교회(WCC) 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해외의 기독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기독자민주동지회’였다. 내가 해외에서 이 운동들에 참여하며 경험한 10여년 역사를 기록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3.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수고한 사람들과 단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남는 분이나 단체가 있다면?

민주화 운동에 한국의 모든 교회가 나서서 한 것은 아니다. 개신교로서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김관석 총무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진영의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를 중심으로 한 기독학생 운동은 1969-70년에 오재식이 KSCF 총무를 하면서 사회개발단을 조직했고, 기독학생들이 농촌, 공장 등 사회현장에 들어가서 사회정의와 인권문제를 실습하고 견학한 후 보고하도록 해 참여의식을 높였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을 만들었고, 각 대학에서 데모를 주동했다. 그때 박형규 목사와 지학순 주교 외에도 김지하, 서경석, 안재웅 등이 잡혀 들어갔다. 그게 기독학생 운동의 첫 시작이었다. 다른 하나의 뿌리는 1970년부터 박형규 목사와 김관석 목사 등이 주축이 되어 도시빈민들을 위한 ‘수도권도시빈민선교회’가 만들어져서 청년 목사들을 연세대 노정현 박사가 원장으로 있던 도시문제연구소에 보내 도시산업선교 훈련을 시킨 것이다. 훈련받은 권호경, 김동완, 인명진, 김진홍 목사등이 남산 부활절 사건이나 1·8긴급조치 반대 기도회를 조직했고 잡혀가 고문당했다. 그 사건이 해외 교회가 일어나서 국내교회의 운동을 돕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뷰하는 이삼열 이사장. 이신성 기자
인터뷰하는 이삼열 이사장. 이신성 기자

4. 한국에서의 경험 중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는 무엇이고 교회와 관련하여 전할 말씀이 있다면?

87년 민주화 이후 34년이 지났고 직선 대통령 선거를 일곱 번 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와 파벌정치로 삼권분립이나 의회민주정치는 불구와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도 선거법과 정당법이 비민주적이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막고 있다. 자연히 견제 없는 권력 독점에 의한 부정부패와 인사 비리, 불공정한 토지, 부동산 정책, 금융비리가 남발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과 비리척결을 외치지만 새로운 적폐와 비리가 연달아 나온다. 여당과 국회, 총리와 장차관들도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소신 있는 발언과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나 종교계가 바른 소리를 내고 비판적 역할을 다해야 그나마 견제가 되는데 민주화 시대에 오히려 권력에 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헌법과 정치제도가 개선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민주적 참여의식이 발전되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민주정치는 후진국이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 교회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좌우이념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적대적 정치투쟁과 보복이 횡행하는 오늘의 현실을 개선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려깊은 목소리를 내야한다.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실현을 위해서 부정부패, 특히 권력층의 오만과 비리를 비판하는 선지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 자체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파벌과 비리, 부패에 휩싸여가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5. 한국 교회가 꼭 했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기독교와 교회의 사명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하나님의 나라가 땅에서도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데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예수님은 가난한 자, 힘없는 자의 편에 서서 부자와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경고했다. 노동자 농민의 권리는 많이 향상되고 사회복지도 개선되었지만 아직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빈곤층과 청소년, 노인, 여성들이 많이 있다. 빈부격차와 자살률이 OECD 국가중 가장 높은 곳이 한국이다. 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예배와 전도, 교회성장에만 신경쓰고 사회봉사에 무관심한 한국교회의 장래가 가나안 교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예수님은 원수사랑의 교훈을 주시고 화해와 용서, 평화의 복음을 가르쳐주셨다. 이 교훈을 실천하려면 한국 교회는 적대적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북한이나 중국, 일본과도 평화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한다. 특히 북한과의 적대적 대결이나 전쟁을 막고 상생하려면 70여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신앙적 결단으로 남북의 평화체제를 이룩하는 데 교회가 앞장 서야 한다. 이미 한국 교회는 88년에 평화 통일 선언을 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평화통일운동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선언을 실천하지 않고 오히려 역행하는 교회들이 문제다.

대화문화아카데미 3층 세미나실에서. 이신성 기자
대화문화아카데미 3층 세미나실에서. 이신성 기자

6.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 위기 사태나 기후 변동 사태에서 교회의 최우선 과제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생명의 신학과 교훈을 바르게 깨닫고 가르치며 실천하는 데 있다. 생명을 풍성하게 하려고 오신 예수님의 뜻과는 반대로 생명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멸시키는 생산, 소비, 과욕의 삶을 살아온 인간과 현대문명의 죄를 회개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들, 탄소배출과 산림파괴, 해양오염, 쓰레기 남발이 반생명의 죄악임을 고백하고 과소비 현대 물질문명을 중세 수도사적인 근검절약의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시키는 운동을 교회가 앞장서서 추진 해야한다. 비대면 디지털 문화에도 적응해야 한다고 본다.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심방이나 구역예배도 온라인으로 대체하도록 할 수 있다. 대형교회들은 방역조치를 따르면서 많은 인원들이 모여서 예배하는 대신, 소수의 인원들이 밀착 교제하고 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배와 공동체 활동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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