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책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 황교진 객원기자
  • 승인 2018.05.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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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15분, 편집자 아빠의 10년 독서 육아기

'저녁이 있는 삶'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정치인이 있었다. 감성적인 이 캐치프레이즈를 접했을 때 실로 탁월한 문구라 생각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는 60~70세에 죽는 것처럼 일한다. 죽을힘을 다해 일하다가 나이 50이 되기도 전에 명예퇴직 반열에 오른다. 남은 5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끔찍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시대의 불행은 저녁도 없고 노후도 없다는 데 있다. 이 시대에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늘 가슴을 내리누른다. 저녁이 주어진다면 아버지들은 무엇으로 그 시간을 채울까? 아이들, 아내와 다정하게 대화 나누는 법을 알고 있을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하면서 정작 가족에게 자신과 시간을 낼 줄 모르는 아버지들, 아이들이 가장 예쁜 모습으로 자랄 때 직장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아버지들을 위한 책을 소개한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_옥명호 저, 옐로브릭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_옥명호 지음, 옐로브릭

옥명호 저자는 기자가 대학 시절 몸담았던 선교단체의 선배이다. 수련회에서 아침체조를 담당했던 무뚝뚝한 말투의 조장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가 예수를 빗대어 쓴 시 <내게 너무 바보 같은 당신>은 헌신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는 후배들의 견고한 진을 무너뜨렸다. 바로 그 시인의 감성이 그를 책 만드는 편집자로 살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홍성사와 IVP 편집장을 거쳐, 월간 <복음과상황>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퇴근 후 15, 편집자 아빠의 10년 독서 육아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옐로브릭 출판사 임혜진 대표와 옥명호 저자는 어린이 책에 관해 대화하다가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이 책의 텍스트는 낭독하기 좋아야 한다며 자신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 책을 읽어주던 습관을 10년째 이어온 경험을 임 대표에게 들려주었다. 한 가지 일을 10년 넘게 꾸준히 한다는 자체로 충분한 스토리가 탄생할 거란 감이 일었다. 독서 육아가 새로운 담론은 아니지만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습관으로 소통하고 성장하며 하루를 마무리한 사랑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임혜진 대표는 어떤 일을 꾸준히 오래 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이 원고는 독서 육아법을 나눈 내용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아빠가 되어 가는 뭉클한 성장담이기도 했다고 한다.

 

아버지 학교, 부모가 학교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빠 학원 등 아버지 문제에 관한 많은 해결책이 있지만, 아이의 인생을 이끌어 갈 가치를 심어 주는 습관을 들이기는 난감한 문제다. 아빠와 아이 모두 집에 오면 기력이 없고, 집 밖에서는 정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아버지의 하루에 책을 붙잡고 있을 만한 자리를 만들 여력을 어떻게 얻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 됨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좋은 아버지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들에게, 자신이 받지 못한 부성애를 아이들에게 전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결핍의 아버지들에게 자신도 치유되고 아이들에게도 추억과 상상력을 선물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옥명호 저자 가족
책읽기로 소통하고 성장한, 옥명호 저자 가족

 

옥명호 저자도 결혼 후 첫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아버지 노릇에 자신이 없어 두려웠다고 한다. 어선 선원이던 그의 아버지는 유년 시절 내내 부재중이셨다. 한 달에 한 번 남짓 겨우 집에 들르셨고, 성품도 과묵한 분이어서 별다른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그런 성장기를 지닌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선물하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라는 낯선 역할에 대한 두려움에서 친구 같은 아빠로 살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으로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리 책 읽기였다. 15분에서 30분 사이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매일매일 하다 보니 가족은 밤의 낭독 공동체가 되었고, 책장에는 함께 읽은 책들이 쌓여갔다. 늦게 퇴근하여 피곤해도 잠 잘 시간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로는 야단을 치는 일도 사라졌고 책도 아이들이 직접 고르기 시작했다.

 

저자 자신이 출판 편집자였기에 책은 친숙하고 편안한 도구였고, 하루 종일 놀고도 밤에 잠들기를 싫어하던 '에너자이저' 꼬마들이 신기하게도 아빠가 동화책 읽어주는 목소리에 잠자코 귀를 기울이다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저자는 해외 출장을 갈 때 2주치 분량을 테이프에 녹음해 놓고 떠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으면 그렇게 10년이 넘게 계속해 왔을까. 스마트폰이 점령한 세상에서 아빠표 책 읽기는 아내와 아이들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습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쌓아온 우정은 가족들이 인생의 여러 단계를 거쳐 오며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단단한 버팀목이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과 수다를 떠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아빠이고,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가장이다. 대단하게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함께 책을 읽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 시간, 함께 여행을 다닌 시간들은 아이들의 몸에 새겨진 유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해외 출장 시 아이들을 위해 미리 녹음해 둔 낭독 테이프
해외 출장 시 아이들을 위해 미리 녹음해 둔 낭독 테이프

 

잠자리 책 읽기 습관들이는 법, 좋은 책 고르는 법, 아이들이 집중하는 낭독 노하우 등을 곁들인 이 책은 기획한 지 2년 만에 빛을 보았다고 한다. 그 사이 아빠 육아가 화제이다.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과 잘 놀아주며 시간을 내면서 관심을 기울인다. 남성 육아휴직도 느는 추세다.

아버지들이여, 오늘 밤 뉴스와 핸드폰을 보다가 잠드는 습관을 버리고 책을 들고 아이들 곁에 다가가 잠자리 낭독 의식을 만들어 보자. 아이들이 아빠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또 문해력이 약해져 가는 세상에 우리 아이만큼은 책 읽는 즐거움을 깊이 알아가게 될 것이다. 열심히 살면서도 가장 중요한 아이들을 위한 일상을 놓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과 여가의 누림을 가족 안으로 들여놓고 싶다면 오늘 잠들기 전에 가장 가치 있는 실천이 무엇일까 질문해 보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책 읽어주기의 가치

아이들을 똑똑하게 키우려면 동화책을 읽어주라” -아인슈타인

소리 내어 책 읽어주기는 언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시켜 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피어슨(미국 버클리대 교육대학원 학장)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는 주위 모든 언어에 대해 이해력이 높아지고 어휘력도 훨씬 풍부하게 발달된다. -메리언 울프(미국 터프츠대학교)

아들이 열한 살 때까지 매일 밤 책을 읽어줬다. 남편이랑 나랑 하루씩 교대로.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들이 크고 나니, 아이들이 우리에게 책을 읽어준다. 내가 요리할 때면, 딸이 책을 읽는다.” -줌파 라히리(조선일보 2017.6.29일자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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