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4천여 아동 해외 입양, 21세기 한국?
2만 4천여 아동 해외 입양, 21세기 한국?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1.06.17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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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개선책 필요
원가정 회복 정책 우선돼야
제7회 싱글맘의날 행사. 뿌리의집 제공.
제7회 싱글맘의날 행사. 뿌리의집 제공.

21세기에 들어선 2000년부터 작년까지 24,758명의 한국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는 총 2,475명이 국내외로 입양됐으며 이중 1,013명의 아이는 해외로 입양됐다. 2012년 8월부터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후에는 그 수가 급감하여 2013년 922명, 2017년 863명, 2020년 492명으로 감소했다.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에서 발의된 법안으로 ‘입양 숙려제, 출생신고의 의무화, 가정법원 입양허가제, 입양부모 자격 기준 강화, 국내입양 우선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해외 입양아의 성공한 인생 스토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입양아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별의 상처로 인한 우울증, 주변 시선에 대한 강박관념과 인종차별 및 따돌림, 성범죄의 위협이다.

2004년 스웨덴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입양인의 자살율은 일반인에 비해 3.7배, 자살시도 2.7배, 정신과치료 2.7배, 알콜 중독 2.1배, 약물중독 3.2배, 교도소 수감율은 1.5배 높다.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는 20여년간 해외입양아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왔다. 자기표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인 기준, 성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취급’되어 온 어린생명의 삶과 앞날을 위해 나선 것. 그 과정에서 해외아동입양기관 단체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입양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것은 바로 ‘원 가정’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하게 가정과 분리된 아이를 위한 정책을 구상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왜 분리가 됐는지’ 여부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정 환경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원 가정에서 확대 가정으로, 그리고 국내 위탁 가정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른 순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13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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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 이어)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 최상현 기자.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 최상현 기자.

해외 입양은 판타지, 근절돼야!

6살에 스위스에 입양된 A씨는 김도현 목사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눈물을 쏟았다. 그가 울었던 이유는 김치 냄새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제 코끝에는 어떤 냄새가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도대체 그게 무슨 냄새인지 알 수가 없었죠. 그런데 오늘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김도현 목사는 1992년부터 9년간 스위스에서 목회했다. 그는 한국인들을 위한 목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출신의 입양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입양인들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인들과 함께 그들을 위한 파티를 준비했고 모임이 정례화 되기에 이르렀죠.”

김 목사는 입양인 모임의 임원이 되어 7년 간 조직의 대소사를 챙겼다.

김도현 목사는 예장통합교단 소속 목사로 현재 시민단체 ‘뿌리의집’의 대표로 섬기고 있다. 2003년에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뿌리의집(이사장 김길자)은 한국 태생의 해외 입양인의 모국방문과 재정착 과정을 지원하고 그들의 인권신장에 기여하는 단체로, 입양인과 우리사회 간의 교류를 통해 입양인의 정체성 함양 및 해외입양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됐다. 뿌리의집은 해외입양인을 위한 전문 게스트하우스 운영, 모국생활지원사업, 권리옹호사업, 연구사업등을 진행하는 등 입양인들의 ‘아지트’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는 약 5만여 명의 한국계 입양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다수가 20대 초중반의 청년이었는데 그들은 두 번의 정체성 혼란을 겪어요. 사춘기 전에 한 번, 인종과 뿌리가 다름을 느끼는 두 번째 정체성 혼란이죠. 저는 그들의 삶의 여정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김 목사는 입양인들이 경험하는 삶은 매우 험난하고 고된 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입양인들이 선진국의 윤택한 삶을 누리는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결코 현실이 아니라는 것. 그는 “입양인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비율을 보면 일반인의 5배를 상회한다”며 “그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아픔을 갖고 있는지 헤아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뿌리의집이 펴낸 입양 문제를 다룬 서적들.
뿌리의집이 펴낸 입양 문제를 다룬 서적들.

‘생명과 인격’에 대한 수요와 공급

“현재 한 아이를 해외로 보내면 입양기관이 3700-40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또한 입양기관에는 수백억 원대의 기부금이 흘러들어가요. 아무래도 유명한 배우나 대기업들도 이런 기관을 돕는 것이 이미지 마케팅에 좋죠. 그런데 전 세계를 통틀어 자국 아동을 스스로 돌보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로 흩어진 입양아 50만 명중 40퍼센트를 차지하는 20만 명이 한국 아이들입니다. 세계 해외입양의 뿌리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김 목사는 그 이유를 ‘시장 구조’때문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아동 입양 ‘시장’이 매우 거대하고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수요’인데, 아무리 큰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아이를 찾는 이들이 있으면 ‘공급과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서양의 가정이 가진 욕망을 채워주는 입양기관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활발한 해외입양이 이루어졌어요. 1980년대에는 1년에 9천여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기도 했지요.”

실제로 해외 입양인들은 한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화벌이 수출품이었다”, “해외입양을 제발 그만하라! 이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절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입양 보내지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가정을 떠나 머나먼 타국으로 보내지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리고 출생의 역사가 삭제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경험할 극심한 혼란을 고려해야 한다고. 그래서 김 목사는 법적 제도 마련을 촉구하며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왔다.

너무나도 쉽게 아이를 보내버리는 기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수년간 이어진 끝에 입양특례법안이 발의됐고, 그 결과 해외 입양아동의 숫자가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아이들은 자기를 낳은 부모와 살아야 해요. 그런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함께 살 수가 없다면 국가가 나서서 원인을 해결하는데 힘써야죠. 대규모 시설에 보내거나 입양을 보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대규모 양육 시설에서 자란 아이는 자기 인격을 존중받기 힘들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그룹홈 형식의 소규모 양육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김 목사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50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규모 양육 시설 280곳이 있으며 1년에 약 4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20명 이상을 대규모 시설로 간주한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소규모로 전환하려고 노력중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더디다.

“지금 대규모 양육시설의 주인은 초대 설립자의 3대 후손, 해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가 많습니다. 그런데 소규모화를 추진하면 이익이 급감해요. 제가 분리가정의 아이를 위탁가정으로 보내는 입법 시도를 했을 때 전국 보육원 시설장들과 관계자들이 막아서더군요.”

사실 김도현 목사가 주장하는 개선책들은 이미 세계적인 합의사항으로 도출된 내용으로, UN양육지침으로 발표된 사항이다. 그는 “입양은 사실상 판타지이며, 아이들을 입양기관은 더 빨리, 더 많이 보내자는 입장이었다. 아동 최선의 이익을 강구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며 “해외 입양은 궁극적으로 철폐되어야 하고, 국내 입양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편견 해소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영국에서 공부하며 ‘국제간 아동입양과 한국의 친생모’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이후 해당 논문의 현장 연구를 위해 입양인과 친생모들을 만나며 이별과 상실의 경험, 그리고 배후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 심층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모든 비극적인 상황 이면에는 ‘가부장제’가 버티고 있음을 깨달았다.

“역사적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부장 문화가 아이와 여성의 이별을 강제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여성들은 아이를 안고 집을 떠나야 했고, 혹은 아버지 쪽에 두고 떠나더라도 새 엄마가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내버리는 일도 많았죠. 아이를 데리고 떠난 여자는 극단적 빈곤에 처해야 했고, 아이라도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비자발적으로 입양기관에 위탁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외입양 70년사를 이어오게 됩니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입니까?”

변화의 시작, 그리고 남은 과제

김도현 목사는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입양아의 인권과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목사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입양아의 인권과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와 이별한 미혼모들이 다시 아이를 찾고자 할 때 필요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도왔고 아이와 엄마가 다시 재회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힘이 없는지 절절히 체감했다. 그는 미혼모와 입양인들을 위한 정책연구 활동을 이어갔고 10여 년간 노력한 끝에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미혼모를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 강화, 한 부모 가족의 날 재정, 그리고 판사의 판결 이후에만 입양할 수 있는 ‘입양 특례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입양 발생 횟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앞으로도 보편적출생등록제와 같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출생의 진실을 기록하는 것은 한 인격이 가져야 할 마땅한 권리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죠. 아동의 인권이 가장 크게 훼손되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바로 ‘부모와 분리되는 순간’입니다. 분리 자체가 ‘가장 큰 학대’입니다. 부모의 폭력이나 범죄와 같은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가가 최대한 원가정을 보존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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