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한계를 넘어 나그네의 필요를 돌보다
제도의 한계를 넘어 나그네의 필요를 돌보다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03.30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산 이주민센터 박천응 목사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님 말씀대로 어려움 당한 사람들의 이웃이 되어 그들이 당한 일을 자기 일처럼 보살펴 주는 이들을 찾아 길을 나섰다. 어렵고 힘든 세상길에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좋은 이웃이 되어주는 귀한 사역, 누군가의 길동무로 살아가는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 이야기다.

박천응 목사는 교회의 역할은 ‘길 위의 동무’ 같은 거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마리아인의 예화에서처럼 “교회는 지극히 작은 자, 사회적 약자, 소외된 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교회는 70년대 이후 계속된 성장을 지향한 목회의 결과로 외형은 성장했을지 모르나 내면은 이기적인 개교회주의에 빠져 있다. 장로였던 대통령이 구속되고 교회와 크리스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 그래도 지금, 여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사회의 사각지대는 언제나 존재한다. 박천응 목사는 말한다.

예수님 당시에도 메시아를 열망했던 사람들은 사회적인 약자였다.

베트남어 몽골어 이슬람어 등 외국어 상호의 가게들이 즐비한 복잡한 시장통 골목에 안산 이주민센터가 있다. 

베트남어 몽골어 이슬람어 등 외국어 상호를 한 가게들이 즐비한 복잡한 안산시 원곡동 시장 골목에 안산이주민센터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체불 임금이나 학대에 못 견뎌서, 어떤 이유에서든 사장의 동의 없이 처음 계약했던 공장을 떠나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된다. 그래도 생존을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입장을 알면서 일부러 악용하려고 채용하는 업자들도 있겠지만 모르고 채용하는 일도 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다치면 법적으로 치료나 보상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과 사상과 국적을 떠나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이주민 센터 사역이 시작되었다. 체불 임금을 받아주고 부당한 대우와 업주의 악덕에 대항할 수 있도록 노동 상담을 해주고, 법적인 자문을 해주고, 자녀들을 동반해 온 경우 아이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그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시작하고, 그러면서 이주민 센터 사역은 확장되어 갔다.

친구야 어서 와~! 어렵고 힘든 세상 길 가는데 우리가 도와줄게~! 낯선 곳, 힘든 삶에서도 다정하게 불러주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친구야 어서 와~! 어렵고 힘든 세상 길 가는데 우리가 도와줄게~!"
낯선 곳, 힘든 삶에서도 다정하게 불러주는 길동무가 여기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바로 전에도 마산 근처에서 전화가 왔단다. 카자흐스탄 사람이 다쳤는데 어디 싸게 진료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겠느냐고. 그 사람의 비자와 신분을 물었더니 한 달 다니러 온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경우라면 법과 제도로는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박천응 목사는 안타까워했다.

박천응 목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들이 더 있다.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하는 미등록 신분의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는 개선됐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이젠 대학을 가야하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법은 중학교까지만 보장한다. 고등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받아준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에서 자라서 자국말도 할 줄 모르는 이 아이들이 이제 와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자국으로 돌아가면 학습이 가능하겠는가. 변화에 맞춰갈 수 없는 고정된 법과 제도의 한계다.

한국인 선교사가 방글라데시에 가서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학교를 세워서 목사 안수까지 받게 한 예가 있었다. 그 사람을 한국에 데리고 와서 더 교육시키려고 가족 모두를 데리고 입국하게 했다. 그러나 이후 생활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보장이 안 되었다. 올 때 현지에서 빚을 얻어 비행기 표도 사고 어렵게 왔는데 빚을 내준 사람들은 갚으라고 독촉을 하고 생활비마저 어려운 상태가 됐다. 할 수 없이 노동자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고 비자도 기한이 넘어가 미등록자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 학비와 급식비 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방글라데시에 돌아가 봐야 목회를 할 수도 없고 생계가 막막해진 이 사람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길 위의 동무’가 되어 주는 것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 주는 것, 몸으로 돕는 것, 상담을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한국 문화를 교육하고…. 그러나 이런 공적인 영역의 것들로는 외국인 체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와 고통, 즉 사적인 영역에서의 것들을 즉시, 직접, 다 해결해 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돈’의 문제다. 그가 왜 불법 체류자가 되었는지, 무슨 일로 분쟁이 생겼는지 분석해 주고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줄 수는 있지만 당장 생계 문제와 치료비 등 돈으로만 해결되는 현실의 문제들은 교회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오늘도 도움이 필요해 이주민 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상담 온 외국인과 경찰서에 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박천응 목사
오늘도 도움이 필요해 이주민 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상담 온 외국인과 경찰서에 가기 위해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 박천응 목사

이주민 교회는 교회 개념이 없는 이주민들이 교인이다. 헌금 개념도 없어서 재정 지원이 없이는 사역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재정에 곤란을 겪는다. 일반 교회들의 사정도 점점 어려워지니 후원도 줄어들고 있다. 길 위의 동무를 자처하며 이주민 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각 지역 센터의 재정 상황을 조사한 적이 있다. 기독교 사회봉사단과 안산 센터가 협력하여 진행한 이 설문 조사에서 65%의 기관이 연 500만원이 안 되는 재정 규모였다. 거기서 사역하는 목사들은 자기가 도움을 주고 있는 이주노동자보다 더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 그걸 쪼개 그들을 돕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사역을 하는데 같은 교인들이라도 무엇을 위한 전도요 선교인 줄을 모르고 잘못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자기 교회에 교인을 채우겠다고 남의 교회 앞에 차를 대놓고 한국말이 서툰 것을 이용해서 차를 태워 다른 교회로 데려가려 한다거나 전도를 한다면서 “야, 너 이름 뭐야? 전화번호 줘 봐” 이런 식으로 하대하며 함부로 하려드는, 기본적인 예의도 없고 윤리 의식도 없는 크리스천들을 이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참 부끄럽고 창피하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농촌 교회 주일학교의 80-90%가 다문화 목회가 되어 있는 현실을 볼 때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박천응 목사는 이주민 사역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주민 사역의 과제는 인권 문제가 해결되었어도 남아 있는 의료 교육 등의 인권 관련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재정이 넉넉한 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직접 벌이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기관과 연대하여 재정을 지원하고 전문 사역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주민 사역의 재원 문제를 해결하고 교회도 살리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주민들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 정착해 가는 농촌의 변화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선택은 이주민들을 주인으로 세워나가는 새로운 선교가 되어야 한다. 이제 결혼 이민자들이 교회의 중직으로 세워지고 한국사람 밑에 이민자들이 있는 그런 시대는 지나갈 것이다. 그들 스스로 돕고 스스로 일어서는 선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다문화 프로그램은 이것을 돕는 방편일 뿐이다.” 

쉼터에서 동료들과 탁구를 치며 여가를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
쉼터에서 동료들과 탁구를 치며 여가를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