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는 시골에 가면 반드시 있는 것이 저수지입니다. 대체로 저수지는 농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저수지 주변에는 주로 산이 있습니다. 평소에 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나 비가 왔을 때 빗물을 받아 저장해 놓습니다.
저수지의 존재 목적에 대해 가장 진가를 발휘할 때는 가뭄이 들 때입니다. 어렸을 적, 저희 고향에서는 저수지의 물을 개방하고 물을 흘려보내기 전에 마을 이장님은 방송을 합니다. 그러면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논두렁의 흙을 삽으로 파서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든 후 물이 들어오게 합니다. 그리고 저수지 물이 흘러가는 길과 멀리 떨어져 있는 논은 가까이에 있는 논의 주인이 자신의 논에서 물길을 터 줍니다.
모든 논에 물이 찼을 때 저수지의 문을 닫고, 새로운 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저수지의 존재 이유는 물을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만약 흘려보내는 것을 중지하고 가득 채우기만 한다면 결국 저수지의 둑이 무너져버리는 사고도 발생합니다.
저는 저수지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 예수그리스도의 복음, 구원의 기쁜 소식을 흘려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만 가지고 있으면 저수지의 둑이 터지듯이 문제가 생깁니다.
교회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구원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은 한 곳에 머무르기 보다는 흘러야 아름답습니다. 하물며 나무도 그렇습니다. 비록 몸은 한 곳에 뿌리를 내렸지만, 가지는 언제나 바람에 살랑거리며 오래된 잎을 떨어내고, 씨앗은 바람과 곤충과 새의 부리를 타고 세상으로 흐릅니다.
세상에 떠밀려 흐르기보다 우리가 먼저 흘려보내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