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근대교육의 효시 ‘기독교 청남학교’ : 항일민족의식의 싹을 틔우다
청주 근대교육의 효시 ‘기독교 청남학교’ : 항일민족의식의 싹을 틔우다
  • 김성수 지역기자
  • 승인 2019.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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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15주년 청주 ‘청남초등학교’, 청주읍교회 청남학교로 출발
근대의식과 나라사랑, 민족의식 일깨운 항일민족교육의 요람이었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청주지역 기독교 뿌리 찾는 노력 필요해

청주시(당시 청주읍) 최초의 교회는 청주읍교회이다. F.S. 밀러 (Miller, 한국명 민노아) 선교사에 의해 1904년 11월 15일 첫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광남학교(청남학교의 전신)는 1904년 11월 1일 방흥근의 집에서 시작됐다. 청주의 공립학교인 청주보통학교가 설립됐던 1907년보다 3년 앞서 세워졌다. 이 때는 민족적 기운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방흥근, 김태희, 김원배 등은 교육구국의 이념을 가지고 ‘널리 인재를 모아 교육한다’는 취지에서 ‘광남학교(廣南學校)’를 개교했다. 첫 해에 15명이 입학하였는데 대개 매년 20여명 안팎이 입학해 100여명의 학생이 있었고, 3~4명의 교사가 모든 학생을 가르쳤다.

1908년 청남학교로 이름을 바뀌었는데, 서울 민노아학당(현 경신중고등학교) 교장이었던 밀러 선교사가 청주를 중심으로 청남학교(淸南學校)와 △괴산 청천교회에 ‘청동학교(淸東學校)’ △신대교회에 ‘청서학교(淸西學校)’ △묵방교회에 ‘청북학교(淸北學校)’ 동서남북(東西南北)에 기독교 학교를 세우고 1909년 정식 인가를 받아 보통교육과정 교육을 시작했다. 문명퇴치와 농촌계몽을 펼쳤으나, 역점은 유능한 한국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나라사랑과 민족자주의식을 고취했다. 일과 시작 전에 기도회 때는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찬송을 주로 불렀다. ‘환란과 핍박 중에도~’, ‘마귀들과 싸울지라~’ 이런 찬송들은 일제에 항거하고 국권회복의 염원이 담긴 노래였다. 청남학교 학생들은 금주, 금연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시가행진을 통해 애국계몽운동을 펼쳤다.

일제가 유도장을 짓기 위해 허물었던 망선루를 복원하고 청남학교로 사용하였다.
일제가 유도장을 짓기 위해 허물었던 망선루를 복원하고 청남학교로 사용하였다.

특별히 애국애족의 정신이 투철한 교사들이 많이 부임했는데, 1936년 휴교 처분을 받기 전까지 부임했던 교사들로는 김태희, 곽재기, 백광필, 방윤근, 신공균, 이창제, 정규태, 최창남, 정순경, 이복님 등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민족의식이 강한 교사들이었다.

김태희는 청남학교의 초창기 설립자로 교감이었지만, 1909년 대동청년단에 가담하였고, 3.1운동 후에는 상해 임시정부 충북 참사로 활동하면서 청년들에게 독립의식을 고취한 사람이다. 일제가 문화재인 망선루(望仙樓)를 없애려하자 청년 및 교우들과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골목에 쌓여 있던 망선루 자재를 교회로 옮겨 복원하여 교사(校舍)로 사용했다. 2000년 중앙공원의 현재 위치로 이전하기까지 77년간 청주제일교회 안에 있었다.

곽재기는 1907년 경신학교를 졸업하고 청남학교의 교사가 됐다. 경신학교는 민족교육의 산실로 김규식, 안창호 등에게서 철저한 민족의식 교육을 받은 자였다. 새로운 지식과 개화사상은 물론 1909년에는 대동청년단에 가입하여 국권회복운동을 전개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곽재기는 동지들과 태극기를 제작하여 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되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호재 선생은 백의민족과 민족의 우수성을 역설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했으며, 방윤근 선생은 조선어 시간에 조선역사를 가르치며 민족의식을 고취했고, 정규태 선생은 한국 문화와 민족의 정통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나중에 신사참배 거부로 강제 퇴직 당했다.

청주제일교회 안에 있던 망선루는 2000년 청주 중앙공원으로 이전하였다.
청주제일교회 안에 있던 망선루는 2000년 청주 중앙공원으로 이전하였다.

신공균 선생은 1920년대 한국군 장교복 차림에 긴 칼을 차고 나팔을 불면서 한국 군대식 구령과 동작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애국심을 불어넣었다. 여교사였던 정순경은 음악을 통해 반일감정과 민족의식을 북돋았다. 최창남 선생은 김태희를 이어 교감으로 재직했는데 국어를 가르치면서 동요, 동시를 통해 꿈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일제가 한글 말살과 폐지를 감행할 때 한글 바로쓰기 및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을 초청하여 망선루에서 7일 동안 한글 강습회를 열었다. 이들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비분강개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하고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기도 했으며, 과목과 교훈과 삶과 활동을 통하여 공공연히 민족의식을 심고, 고취하고, 배양했던 것이다. 청남학교 졸업자 중에는 총회 농어촌부 총무를 지낸 배민수 목사, 54대 증경총회장 안광국 목사, 69대 증경총회장 박종렬 목사가 있다.

한글말살이 펼쳐되던 때 최현배 선생을 초청하여 7일 동안 한글강습회를 열었다.
한글말살이 펼쳐되던 때 최현배 선생을 초청하여 7일 동안 한글강습회를 열었다.

1906년 청남학교에 입학했던 배민수 목사는 “선생님들이 찬송가와 애국적인 노래들을 가르치며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우셨다”고 회고했다(자서전 39쪽). 1935년 일제가 신사참배 강경책을 쓸 때 강제 동원된 청남학교 학생들이 신사마당에 뒷전에서 관망하다가 신사참배 구령에 맞춰 뒤로 돌아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청주 근세 60년사, 186쪽).

1936년 신사참배령은 더욱 강화됐고, 교감 최창남은 민족교육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족의식이 강했던 청남학교 학생들은 신사참배 불응에 나섰고, 신사참배 반대로 정규태, 정순경 선생은 구속되고, 재학생 박종렬(청주 서남교회 개척목사, 증경 총회장), 강병찬 등은 감금 당했고, 청주읍교회 손현수 장로(훗날 보은군수 역임)도 수감됐다. 신사참배 반대를 천명했던 교장 쏠타우(T.S. Soltau, 1921~1936 교장재임) 선교사와 정규태, 정순경 선생은 강제 퇴직 당하고, 청남학교도 1936년 10월 12일 강제 휴교처분을 당하고 말았다. 8일 후 다시 개교했으나, 종전의 교사와 선교사가 떠난 주인 없는 학교는 1938년 4월 1일에 현 상당구 영운동으로 이전(移轉)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운동으로 이전한 현 청남초등학교 모습
영운동으로 이전한 현 청남초등학교 모습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찰사가 주재하였던 충주에 비해 10여년이나 공립학교 설립이 늦어지고 전통적 농촌마을의 면모를 벗지 못했던 청주에서, 근대교육과 항일민족의 선봉에 섰던 청남학교를 비롯한 동서남북(東西南北)의 기독교 학교들의 역사 발굴을 통해 청주 기독교의 뿌리와 시대를 앞서갔던 기독교 선각자들의 면모를 찾는 노력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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