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체포, 경찰과 합작한 셋업 범죄 의심
필리핀에서 18년째 사역 중이던 선교사가 무기 소지 혐의로 현지 경찰 당국에 구속됐다. 이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기자회견이 지난 22일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열렸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백영모 선교사(필리핀)는 지난 5월 30일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의 이유로 필리핀 현지 경찰 당국에 체포, 구금됐다. 마닐라 인근 페이스 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 된 백 선교사는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선교사는 이날 소명의 기회조차 없이 강제 연행되어 현재 마닐라의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다.
필리핀 경찰은 백 선교사와 한우리복음선교법인(Hanwoori Evangelical Mission Inc·HEM)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총과 탄약, 수류탄이 발견돼 여러 차례 백 선교사에게 출석 통지서를 보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 선교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우리선교법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조사받을 이유가 없으며, 경찰이 출석 명령서를 백 선교사의 거주지가 아닌 필리핀국제대학에 보내 통지 자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는 백 선교사에게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백 선교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백 선교사와 기성 총회 측은 필리핀 경찰이 HEM을 압수수색 하는 장면이 현지 방송에 방영된 것으로 보아 부패한 필리핀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붙잡아 석방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셋업 사건'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백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편 선교사가 안티폴로 감옥에 있습니다(필리핀)'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으며 현재 2만6,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외교·정치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하루빨리 남편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정부와 경찰에 호소했다.
윤성원 기성 총회장은 호소문에서 “백 선교사는 18년째 필리핀에서 가난한 이웃을 돕고 봉사한 성직자로 총기류와 관계된 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윤성원 총회장과 배 선교사는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형로 교단 해외선교위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백 선교사가 하루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