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도파민 금식
[논설위원 칼럼] 도파민 금식
  • 김윤태 목사
  • 승인 2024.03.2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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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에 깊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무엇인가에 깊게 의존하는 습관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중독이다. 통계에 따르면 약물, 도박, 게임 중독의 늪에 빠진 현대인이 2백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르게 중독되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유튜브, 혹은 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그 자녀를 야단치는 부모도 스마트폰, 포르노, 술, 주식, 코인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그런 자녀와 손주를 둔 할아버지도 뉴스에 중독되어 종일 뉴스만 시청하고 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중독되어 살아가는 것일까?

미국 스탠퍼드 의대 교수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민 네이션(Dopamine Nation)”이라는 책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도덕성의 결핍이 아니라 과잉 도파민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뇌의 주요 기능성 세포 중에 뉴런(neuron)이 있다. 이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데, 중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가 도파민(dopamine)이다. 도파민은 운동신경조절에도 관여하고 감정 조절에도 사용되는 물질인데, 도파민이 분비되면 성취감과 보상감, 쾌락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도파민이 과하거나 모자랄 때다.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모든 일에 쉽게 흥미를 잃게 되고, 심하면 파킨슨 같은 질병에 걸린다. 반대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식욕부진, 수면장애, 강박증, 조현병, 과대망상, ADHD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문제는 도파민이 과하게 분비될 때 필연적으로 중독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마약이 대표적인 경우다. 필로폰의 경우엔 도파민을 최대 1200%까지 증가시켜서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문제는 그렇게 과하게 도파민이 분비되고 나면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체계가 망가져서 일상에서는 행복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그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마약을 찾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가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만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는 애나 렘키 교수의 책 제목처럼 도파민 네이션, 도파민 공화국이다. 한병철 교수가 표현한 것처럼 한국사회는 전형적인 피로사회다. 경쟁주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수많은 시험, 자격증, 과도한 업무에 지친 자녀들과 어른들은 피로를 풀기위해 온갖 종류의 도파민을 찾고 있다. TV나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매일 매일 엄청난 양의 도파민을 눈과 뇌에 털어 넣고 있고, 이런 도파민 과다복용은 결국 우리를 중독으로 몰고 간다.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키는 것들 중에는 정치도 있다. 정치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중독성이 강한 도파민 분비체계다. 우리편과 상대편이 있고, 영웅이 있고 원수가 있고,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정치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매일 매일 엄청난 양의 정치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그들의 발언에 국민들은 울고 웃고 분노하면서 점차 정치 도파민에 중독되어간다. 광화문에 나와서 깃발을 흔들며 분노하는 분들, 종일 정치 뉴스만 시청하고 끊임없이 정치 유튜브 링크를 보내는 분들도 어쩌면 중독되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이번 4월 총선이 끝나면 이긴 편이 있고 패배한 편이 나올 것이다. 이긴 편은 1000배의 도파민을 맛보게 되고, 패배한 진영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관심을 내려놓겠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이긴 편이나 진 편이나 한 번 맛본 도파민을 잊지 못하고 다시 정치 뉴스를 탐닉할 것이다. 어쩌면 과잉도파민에 길들여진 정치 중독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즘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도파민 단식(Dopamine Fasting)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한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혹은 SNS 단식(SNS Fasting)이 유행했는데, 최근에는 아예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드는 모든 행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도파민 단식을 하는 것이다. 사순절, 고난주간을 지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도파민 금식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뇌를 흥분시키는 도파민을 과감하게 중단하는 것이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도파민 단식을 권해본다. 정치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도 끄고, TV 뉴스도 끄고, 유튜브 시청도 잠시 중단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세상 나라에 너무 중독되어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윤태 목사 <br>대전신성교회<br>
김윤태 목사
대전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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