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오스] 삶을 풍성하게 하는 우리들의 경험
[엘레오스] 삶을 풍성하게 하는 우리들의 경험
  • 황보람 사회복지사
  • 승인 2024.03.1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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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는 기관 이용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여행도 그중 하나이다. 경험치 확장을 위해 유용하면서도 행복한 도구이다. 일상을 떠난 곳에서 함께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은 어떤 모양으로든 큰 의미를 남긴다.

나들이를 가면 꽃이나 풍경 사진을 찍으며 흡족해하시고 SNS 프로필 사진에서 그 모습을 몇 주 내내 확인할 수 있다. 4년 정도 담당을 했던 장애인미술교실 회원들을 보면 경험은 스케치로 옮겨져 화폭을 더 생생하게 만들었다. 그릴 소재가 마땅치 않아 인터넷으로 찾아 그리는 것이 전부여서 상상만 하거나 아쉬워했는데 실제로 본 것들은 생명력과 스토리가 더해졌다. 불현듯 서울에 있는 전시회를 한번 가보면 어떨까 싶었다. 당시, L타워 내 미술관에서는 90세가 넘는 노장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전 답사를 시행하고 휠체어 동선을 체크하고 식사는 어디가 좋을지를 꼼꼼히 살폈다. 실전에 들어서니 예상을 뛰어넘는 품이 들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해 휴지나 비닐 봉투 외에도 용변을 위해 페트병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을 보며 경험이란 이름 아래 괜한 고생을 더하는 건 아닌가 싶었고, 이 많은 수고로움을 제도적으로 덜어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숱한 작품보다 커다란 설치 미술 앞에서 한참을 찬찬히 바라보시던 휠체어 위 당사자의 뒷모습에 감사와 감동이 몰려왔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어딘가에 가서 좋은 것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복지관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서울과 여수로 팀 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공동양육사업에 참여하는 터전 아이들을 염두한 코스였다.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나 역사와 관련된 인문학 기행을 그리며 평소 부모님들과 캠핑이나 여행을 많이 다니긴 하지만 이번엔 스스로 주도하는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봄방학 기간 터전 아동들과 ‘서울의 여행’이라는 아이들 스스로 지은 이름의 당일치기 나들이를 다녀왔다. 새벽 7시 첫차를 타고 저녁 7시 막차를 타는 코스, 서울 안에서는 지하철로 이동하는데 다들 처음 타 보았단다. 아이들끼리 지하철 일일권도 끊고 노선표도 읽어보게 하고선 뒤에 따라갔다. 3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는 길을 헷갈려서 “왜 거꾸로 가면 안되나?”고 묻다 지도를 보며 곧잘 찾아간다. 어르신일자리사업에 참여하시는 새암(샘) 선생님들께서 추천한 광화문 교보문고가 1번 코스이다. 책도 문구용품이 가득한 곳이라 구경거리가 한가들이다.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 책을 하나씩 집어 들고 읽는 시늉을 해본다. 그 유명한 광화문 글판 아래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나서는 점심밥을 먹겠단다. 갈 식당을 고르고 찾은 뒤에 연락하라 하니 6명의 아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헤매다가 원래 타기로 했던 서울씨티투어버스를 먼저 타겠다며 6번 출구 쪽으로 오란다. 2층 버스에 위에 올라타 나란히 앉아 명동, 남산골 한옥마을, 장충동, 남산타워에 이르기까지 서울 곳곳을 구경한다.

아이들이 직접 고른 전시회는 동대문 DDP에서 열려 하차한다. 영화사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가득하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애니메이션 스케치를 보면서 한참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들리고 거리를 보니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많이 나왔다. 할머니와 다니는 가족이나 외국인도 종종 보여서 처음 본 사이에도 손을 흔들고 인사도 주고 받는다.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과거보다 많은 경험을 한다지만,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 또한 절대적으로 비례한 아이들은 성장기 또한 코로나 속에서 3년 정도 보내 인격 성장에 큰 영향을 받음이 분명하다. 폰(phone)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세상에 단연코 없다는 우리 아이들, 전자기기 화면보다 사람과 자연과 대면하고 역사와 어른들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누군가 차려줘서 떠먹이는 밥상보다는 스스로 주도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절실한 세대이다. 함께한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되고 우리의 성장을 맛보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추억을 새기며 우리의 일상을 더 아름답게 꾸려나갈 에너지를 얻는다. 그 언젠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했던 천상병 시인 <귀천>의 한 구절처럼 이 모든 경험들이 삶과 현장을 더욱 풍성하게 하리라 믿기에 세상의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나누겠다는 결심을 더 굳혀본다.

황보람 사회복지사<br>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br>​​​​​​​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황보람 사회복지사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지역공생팀 팀장
전북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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