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의 리딩누크] 경제적 고민을 품고 있는 설교자에게
[설교자의 리딩누크] 경제적 고민을 품고 있는 설교자에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3.1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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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지난 2월에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간단한 통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통계 자료는 남성 목사 655명을 대상으로 ‘사모가 요즘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물어보고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었는데요. 1위는 주택과 재정 문제를 포함한 경제적 어려움이었고, 응답 비율이 무려 45%이었습니다. 2위는 일/가사/육아/사역 병행 어려움이었는데, 응답 비율이 22%를 차지했습니다. 남편으로서 사모가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목회자의 마음은 절대 편하지 않을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회자로 살아간다는 것과 사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집니다.

자본주의의 기원을 신학적으로 탐구한 책

일반적으로 사회학과에서 막스 베버는 에밀 뒤르켐과 칼 마르크스와 함께 현대 사회학을 창시한 사상가로 인정받습니다. 그가 1904년 무렵에 집필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출판될 때부터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섰고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는 책입니다. 저는 최근에야 누가 이 책을 제게 선물해 주어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요. 책을 읽으며 저자의 학식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자본주의의 기원을 탐구하기 위해 저자가 특정 학문분과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학, 신학, 법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학문을 학제적으로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책은 압도적으로 성경과 신학에 관한 내용이 많이 언급됩니다. 신학적 배경이 없는 독자라면 끝까지 읽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말입니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의 기원을 자세히 탐구하며 본인만의 독자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본주의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종교개혁 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따지면 대다수 국민이 일을 열심히 하는 나라에 속합니다. 그리고 일을 통해 돈을 벌뿐 아니라 자아 성취를 이루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막스 베버는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자아 성취를 이루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자본주의 사회 이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유럽의 종교개혁 이후에 프로테스탄트는 사회에서 하는 일을 일종의 ‘성직’으로 이해하며, 일을 통해 ‘하나님의 더 큰 영광’에 이바지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막스 베버의 주장을 대한민국의 상황에 적용하자면요. 대다수 한국인은 개신교 신앙의 여부와 상관없이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칼뱅주의는 발전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적극적인 요소, 즉 세속적인 직업 생활을 통해서 반드시 자신의 신앙을 확증해야 한다는 사상을 추가했다.” (224쪽)

이 책을 읽으며 북한의 경제 상황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에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부재한 게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종교를 향한 적대감을 거두지 않는다면, 김씨 가문이 예전부터 북한 주민에게 약속했던 ‘쌀밥에 고깃국’이 실현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회자와 사모가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으며 살아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이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그 어떤 일을 하든지 그들의 삶을 통해 더 큰 영광을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경제적 고민을 넘어 경제 체제의 뿌리에 관심 있는 모든 설교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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