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피곤해요. 종교는 필요하지 않아요” 한국 청소년의 현실
“매일 피곤해요. 종교는 필요하지 않아요” 한국 청소년의 현실
  • 김병현 기자
  • 승인 2024.03.18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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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데이터연구소, 청소년의 라이프스타일 조사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한국의 청소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다음세대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청소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지난번 ‘청소년의 가치관’에 이어 ‘청소년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탐구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중고등학생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식에 대한 조사(2024)’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의 2020년 청소년 조사 자료를 비교하며, 청소년의 삶과 개신교·비개신교인 청소년의 가치관 차이에 주목했다.

청소년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81%(2024년)에 달하는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4년 전(73%)에 비해 더욱 높아진 수치다. 게다가 청소년은 생활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매일 피곤하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문항에 40%가 ‘그렇다’고 답했고,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33%, ‘거의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 난다’에 20%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청소년이 삶에서 무기력함과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4년 전 조사에 비해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한국 사회의 청소년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근래의 특이점보다 오래된 요인에 근거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전반적인 생활과 관계의 만족도에서 청소년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77%,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61%로 나타났다. 4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변동이 없었으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14% 상승한 점이 주목할 만한 요소였다. 관계적 측면의 경우 ‘부모와의 관계’ 만족도는 70%로 4년 전(79%)에 비교하여 다소 하락했으나, ‘교사와의 관계(77%)’와 ‘친구와의 관계(76%)’의 만족도는 각각 13%, 10% 상승했다.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힘들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잠이 모자람(44%)’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공부하는 데 성적이 나오지 않음(34%)’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음(18%)’, ‘취미 활동을 못 함(17%)’, ‘수업 지도를 따라가지 못함(15%)’도 청소년이 힘듬을 느끼는 주요 요소였다.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소통에 대해 청소년들은 주로 ‘원활하지 않다(74%)’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대 간 소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중학생(70%)보다 고등학생(78%)이 더 크게 가지고 있었다. 세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자라온 문화적 배경 차이(40%)’를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했고, 그 외에 ‘나홀로 문화를 추구하는 개인주의(20%)’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 차이(17%)’, ‘가족 간의 대화 단절(10%)’을 주요 요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로 청소년 ‘빈부격차/양극화(48%)’와 ‘정치/이념 갈등(48%)’을 꼽았다. 4년 전에 비해 ‘빈부격차/양극화’에 대한 인식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치/이념 갈등’에 대한 인식은 36%에서 48%로 크게 높아졌다. 그 외에도 청소년은 ‘일자리 문제(36%)’와 ‘성평등 문제(27%)’, ‘세대 간 격차(20%)’를 극복해야할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청소년의 대부분(81%)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과 청소년의 고민의 1위가 공부(51%)라고 응답한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통계를 통해, 한국 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삶의 만족도가 전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성장의 시기에 한국의 청소년은 성적이라는 굴레로 인해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 청소년의 삶이 비기독 청소년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삶의 만족도에서 개신교인 학생(62%)과 비개신교인 학생(61%)은 유사한 수치를 보였고, 부모와의 관계 만족도 역시 개신교인 학생 71%와 비개신교인 학생 70%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에 대한 비중 역시 비슷했다(개신교인 학생 78%, 비개신교인 학생 81%). 오히려 ‘하루 종일 슬프거나 짜증난다’는 비율은 개신교인 학생(25%)이 5%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즉 신앙이 청소년의 삶에 위로와 안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3 국민 종교 분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 중 27.6% 약 4명 중 1명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4명 중 3명(72.4%)은 무종교인으로 성인 무종교인 비율(62.9%)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청소년에게 ‘본인이 종교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는지’를 물었을 때, 전체 청소년의 17%는 ‘그렇다’고 답했다. 종교가 있는 청소년의 40%는 자신에게 종교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나, 종교가 없는 청소년의 경우 8%만이 자신에게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없는 대부분의 청소년(92%)이 자기 삶에서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종교가 있는 청소년조차 4년 전에 비교하여 8% 하락해 점점 종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개신교 청소년 역시 4년 전에는 60%가 종교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나 현재 48%만이 동의하여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불교 청소년은 26%만이 자기 삶에 종교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목회데이터연구소 제공.

사회적 차원에서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청소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청소년의 37%만이 사람/인류에게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인의 69%가 종교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에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종교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63%가 종교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나 4년 전보다 12% 하락했고, 종교가 없는 청소년은 28%만이 종교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또한 불교 청소년(55%)에 비해 개신교 청소년(72%)이 더 사회에게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성애 주제에 대해서는 어떨까? 청소년의 52%는 동성애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소년의 26%는 ‘인정하기 어렵다’, 22%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청소년의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52%)은 대학생(60%)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체 청소년 중 남학생은 찬성 31%, 반대 41%, ‘잘 모르겠다’ 28%로 나타났으나, 여학생은 찬성 74%, 반대 10%, ‘잘 모르겠다’ 16%로 응답해,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압도적으로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에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물었을 때, 자신이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13%였다. 대학생(11%)과 비교하여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또한 주변에 동성애 친구나 지인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로 청소년의 4명 중 1명으로 나타났고, 대학생(28%)과 비슷한 수치였다.

개신교 청소년과 비개신교 청소년은 동성애에 대해 다른 인식을 보였다. 개신교 청소년은 동성애 허용 34%와 반대 45%를 보였으나, 비개신교 청소년은 허용 55%와 반대 23%로 나타나, 비개신교 청소년이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청소년의 삶에서 종교가 멀어지고 있다고 봤다. 4년 전 47%의 청소년이 우리 사회에 종교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현재는 무려 10%가 하락했다. 성인 종교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종교인구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우리 사회의 탈종교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교회는 청소년에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일깨워 주고, 성과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청소년에게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청소년은 한국 사회의 거울이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성장한다. 만연한 청소년의 무기력함은 우리 사회가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교회는 교회 안에 속한 청소년조차 품지 못하고 있다. 개신교인 청소년의 절반(52%)에게 교회는 닮고 싶은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도리어 자기 삶에서 필요가 없는 존재다. 게다가 종교가 없는 청소년의 92%는 자신에게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교회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했을까? 교회의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자기 민낯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회를 향한 자신의 행태를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교회는 청소년의 무기력과 피곤함을 가중시키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음세대 청소년을 위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치는 회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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