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전환기에서 중재적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 (3) - 마지막 회
시대 전환기에서 중재적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 (3) - 마지막 회
  • 안정도 박사
  • 승인 2024.03.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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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도 박사
안정도 박사

>>지난 호에 이어

두 번째 교육원리: 새로운 어린이 이해

팔머의 ‘교리문답’에서 주장하는 교육의 교회성은 단순히 기독교의 신학적 우위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팔머가 계몽주의 교육 관점에서 어린이 종교를 이해하고 서술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어린이 이해를 일반 교육학의 변호가 아닌, 오히려 교회의 교육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당시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매우 특이한 논리 구조라 할 수 있다. 교리문답의 본문에 해당하는 “어린이와 종교”(Das Kind und die Religion)의 첫 장에서 어린이가 가진 ‘종교적 소질과 성향’을 설명하면서 이 부분에서 우리는 팔머가 신앙 교육에 있어 교육학적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팔머에게 기독교교육은 단순한 교육학적 학습 구조와는 다른 것이었고, 교육 과학에 근거한 기계적 방법론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중략)

팔머의 교리 수업은 결국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기독교 신앙을 어린이가 스스로 경험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록 어린 나이에 다 알 수 없다 할지라도 그들이 종교를 이해하는 방식을 인정해야만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어린이의 자연적인 종교적 성향은 대상 종교를 이해하는, 즉 기독교교육과 결합할 수 있다.

교수학적 중재

팔머에게 기독교는 언제나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존재하는 종교다. 그것은 어린이를 포함한 인간에게 잠재적으로 인지되고 지향되긴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개인의 주관적 차원에만 완전히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계몽주의 교육 주장과는 다르게, 팔머는 어린이 주관성과 기독교 실증성은 지속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린이는 실증 종교, 즉 기독교와 계속 접촉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팔머의 ‘교리문답’은 어린이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독교 신앙 교육, 특히 성경 교육과 교리문답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교수자가 어린이의 주관적 종교 소질과 실증적 종교로서 기독교를 중재할 수 있을까? 루소의 교육관과는 달리 팔머는 기독교의 실증성이 어린이 종교 이해 발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어린이 교리문답이나 세례, 성만찬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어린이의 자연 의지를 성장시키고, 이렇게 성장한 자연 의지는 다시금 하나님 은혜와 기독교 신앙을 더 이해하게 하는 순환적 구조를 만든다고 본다. 또한 성경은 세상의 본질 개념을 제시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성경을 읽을 때 비록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비(非) 진리적 이해’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팔머가 제시하는 실증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주관적 이해의 중재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 아래 팔머는 성경 학습 형태로서 교리교육을 더욱 교육적으로 수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의 교육 주장에 따르면 성경 교육과 교리문답은 어린이의 종교적 소질과 성향을 발달 단계에 맞추어 세밀하게 수정되고 조직하는 고도의 교육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교철학과 신학, 그리고 신학과 교육학을 교육의 관점에서 연결하고 중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팔머의 ‘교리문답’ 3장은 ‘기독교 전통’ - ‘성경’- ‘교리문답’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교육의 교회성만 강조한 것이 아니다. 세례와 선포를 어린이의 나이와 발달 과정에 맞추어 교육학적으로 조직한 배열이라 할 수 있다. 팔머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교회의 전통을 ‘이야기 형식’으로 익히고, 두 번째 단계에서 어린이가 성경 본문을 ‘직접 읽으면서’ 어느 정도 기독교에 대한 ‘주체적 이해’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단계에서 팔머는 ‘읽기’와 ‘해석’, 그리고 ‘암송’ - 계몽 교육관에서는 제외된- 을 효과적인 교육 방법으로 제안한다.

여기에 덧붙여 팔머는 어린이가 읽어야 하는 성경 본문도 반드시 어린이 발달 단계와 이해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머는 분명 어린이 발달 단계를 세심하게 고려했다. 우리는 여기서 아이의 성경 교육의 순서에서도 주관적 종교 이해에 입각한 교육학적 중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팔머의 교육 관심은 발달심리학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현대적인 교육 개념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현대 교육학 개념과 비교할 만한 그의 선구적 교육 관심은 그가 발간한 『어린이 그림 성경』에도 드러난다. 팔머는 어린이 성경에 삽화로 제시되는 그림조차도 교육적으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경 삽화 그림은 그저 “디저트로서” 어린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종교적 감성을 각성하고 고취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우리는 팔머가 ‘기독교 교리문답’만 쓴 것이 아니라 뒤이어 『기독교 교육학』도 저술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저술에서 팔머는 교육의 교회성을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팔머가 주장하는 바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의 원죄는 모든 형태의 교육을 부정하는 근거로만 볼 수 없다. 이 원죄를 극복하는 교육이 세례 교육이다. 세례를 통해 어린이는 죄의 대항하는 자연적 성장 면역력을 지닐 수 있다. 둘째, 인간의 생득적 종교 소질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의해 쉽게 사라지거나 세상의 영향에 좌지우지 않는다. 셋째, 그렇기에 어린이는 어른보다는 비교적 죄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기독교교육은 이런 어린이의 순수성을 보호하고 성장하는 역할을 한다.

나가며

기독교 교리와 교육 과학의 발전 사이에서 팔머의 ‘기독교 교리문답’은 논리적인 교수학적 중재를 시도한다. 기독교 신앙과 어린이에 대한 이해는 팔머의 저서에서도 드러나는바, 기독교교육의 주요한 두 차원이다. 이를 교수학적으로 말하면, 기독교교육은 내용과 경험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팔머는 어린이 종교성을 지목한다. 그것이 교회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승화시키는 필수 연결고리인 것이다. 그의 ‘교리문답’은 삶에서 신앙 교훈을 실천하는 경건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교리문답의 교수학적 개선을 위하여 어린이 종교성이라는 종교철학적이며 교육학적인 관점도 수용한다. 다시 말하면, 성경 수업은 선포의 당위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종교성 발달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고유한 종교적 소질과 성향은 당시 기독교교육의 당위성을 반문하는 근거로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팔머의 ‘기독교 교리문답’은 ‘중재’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이런 의심과 문제제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팔머의 교수학적 중재는 오늘날 기독교 실증성과 현대 교육적 방법 사이에서 늘 균형을 찾아야 하는 기독교교육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이것은 신학과 교육, 교회와 학교, 기독교와 종교 사이의 경계선은 모든 시대에 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교육의 분야에서도 이러한 긴장은 여러 형태로 관찰된다. 예를 들면, 급변하는 오늘날 교육에서 종교의 의미와 기독교적 정체성에 대한 정의는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내재된 사회 변화 속에서 여전히 많은 현대인은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 있으며, 기독교 신앙을 배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사회에서도 종교적 질문은 여전히 존재하고, 어린이들은 특히 이러한 질문에 더 열려있고 민감하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에서의 교육과 사회에서의 일반 교육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물론, 현대 기독교교육의 논의에는 늘 신학과 교육학의 이분법적 긴장의 협곡이 존재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결론적으로 확인하고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교육의 발전 역사는 긴장과 갈등의 역사가 아니라 중재와 균형의 역사라는 점이다.

교리문답은 신앙 정체성을 집약하는 기독교교육의 뿌리다. 그리고 교리문답은 초대교회부터 종교개혁과 경건주의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내용 선택과 구성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교수학적 발전을 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교리문답의 역사적 뿌리와 신학적 정체성은 분명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독교교육은 사람의 차원, 즉 학습자의 차원을 고려하면서 발전했다. 그렇기에 학습자의 주체적 이해를 추구하는 교육적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자면, ‘교리문답에서 학문적 종교교육으로의 발전’하는 기독교교육은 늘 신학의 내용과 사람의 경험 사이의 균형추를 이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교수학적 중재를 시도하는 팔머의 교육 주장은 오늘날 기독교교육과 기독교 신앙 전통 교육의 방향성에 혜안을 제시한다 할 수 있다. 교리문답의 전통과 새로운 어린이 이해의 교수학적 통합은 팔머가 생존한 19세기나 우리의 21세기나 공통적인 연구 주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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