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파묘〉 - 기독교인으로서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영화와 복음] 영화 〈파묘〉 - 기독교인으로서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3.0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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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영화가 나왔다. 최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영화 〈파묘〉 이야기다. 영화에는 귀신이나 정령, 악귀, 요괴, 도깨비 같은 영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막거나 제거하는 퇴마사도 등장한다. 굿을 하는 무당과 음양오행 이론으로 땅을 판단하는 풍수지리사(지관)가 대표적이다. 귀신이나 악령은 어떤 이유로든 퇴치되어야 한다. 인간을 괴롭힐 뿐 아니라 병들어 죽게 만들고, 사회에서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없게 관계의 훼손과 단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인간 개인과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고사시키는 암적인 존재들이다.

영화 장르는 오컬트 형식이며, 이는 관객에게 신비스러움과 두려움을 주는 요소로 작동한다. 편안하게 볼 영화는 아니다. 〈파묘〉는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제목이 제시된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이름없는 묘(墓)’, ‘혼령(魂靈)’, ‘동티(動土)’, ‘도깨비불(오니)’ 그리고 ‘쇠말뚝(鐵針)’이다. 각 소제목은 자연스럽게 마지막인 ‘쇠말뚝’을 향한다. 이런 요소들을 볼 때, 영화의 주된 소재는 민속신앙과 무속, 풍수지리이며, 여기에 기독교와 불교, 첨단과학이 첨가되어 퓨전적 성격마저 지닌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영화가 관객에게 주려는 진짜 메시지는 우리 안에 잠재한 유무형의 일제 잔재의 청산과 민족의식 함양이다. ‘첩장(疊葬)’의 발견을 기점으로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은 여전히 존재하는 친일파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력 청산에 초점을 맞춘다. 뒷부분은 과거 우리의 물질과 정신세계를 지배하려던 일본의 군국주의적 만행에 대한 고발과 현재와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악의적 세력에 대한 경고와 퇴치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제목 ‘파묘’가 암시하듯, 단지 누군가(친일파)의 묘를 파내는 걸 넘어서서, 우리 안에 잠재하거나 감춰진 일본 극우사상과 사대주의적 의식을 제거하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3.1운동을 계승한 독립운동의 연장이며, 일제의 부당한 식민 지배의 야욕을 밝혀내어 단호한 청산을 요구하는 반민특위의 후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제와 장렬히 맞싸운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존재와 활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각종 숫자(0815, 0301, 1945)와 등장인물의 이름들(김상덕, 윤봉길, 김원봉, 박자혜, 이화림)이 이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를 관람하는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이 갖는 불편함에 있다. 먼저, 그들은 국제화와 세계주의적 관점에서, 또한 여전히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동북아의 현 상황에서 반일(反日)이나 극일(克日)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우려한다. 사실, 한국은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과 여전히 대치하고 있다. 돈독한 관계의 일본은 역학 구도상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반일사상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현재 일본에 대한 반일이나 극일’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로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며 전 세계를 침탈하려던 과거사에 대한 비판이며, 아직도 (한국을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고 그때의 영화(?)를 누리려는 극악한 야욕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에서 묘사된 다이묘의 정령이나 요괴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의 무사와 그 정신을 상징한다. 그건 퇴치와 척결의 대상이다.

둘째, 종교적인 이슈이다. 민속신앙과 무속이 주를 이루며 영화를 이끌지만, 기독교는 상대적으로 희화되거나 의미 없고 나약한 종교로 묘사되는 느낌이다. 실지로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김상덕(최민식)은 지관이며, 굿을 하며 일본 오니(도깨비불)와 맞서 싸우는 이화림(김고은)과 윤봉길(이도현)은 신들린 무당이다.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정의롭게 묘사된 이들의 이미지에 반해,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은 교회 장로이지만 그리 신실해 보이지 않고 가볍다. 기독교나 천주교에도 축귀나 구마의식(exorcism)이 있다. 예수님과 제자들도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셨다. 그런데 영화에선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생각하기에 귀신 들린 자에 속한 무당이 주된 역할을 감당하여 악귀와 싸우고, 그 뒤를 기독교와 불교가 떠받들고 있는 셈이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3.1독립선언서는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했는데, 거기엔 기독교인뿐 아니라 불교와 천도교인이 두루 망라되어 있다. 인간 영혼의 구원이 아닌 이상, 민족의 독립과 국민을 사랑하는 데 종교적 이견이 있을 이유가 없다. 종교다원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독립을 위한 종교 간 협력의 문제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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