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순례] 거장이 집필한 거장의 생애
[독서 순례] 거장이 집필한 거장의 생애
  • 황재혁 기자
  • 승인 2024.03.0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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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롤랑의 『톨스토이의 생애』

우리는 갈수록 장편소설을 집필하거나 장편소설을 읽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장편소설을 집필하기 힘든 이유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장편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편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소셜 미디어, OTT, IPTV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시간과 집중력이 이러한 것을 이용하는데 주로 소모되고 있다. 만약에 이 시대가 장편소설에 서서히 무관심해진다면. 장편소설의 지존인 대하소설의 앞날 역시 어두울 수밖에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대하소설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람들의 생애나 가족의 역사 따위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포괄적으로 다루는 소설 유형. 구성의 규모가 크며, 사건이 중첩되고 다수의 줄거리가 동등한 중요성을 띠고 전개된다.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따위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대하소설을 쓴 대표적 거장으로 프랑스의 로맹 롤랑과 러시아의 톨스토이를 꼽고 있다. 흥미로운 건, 톨스토이와 동급으로 대하소설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로맹 롤랑이 1911년 1월에『톨스토이의 생애』라는 평전을 썼다는 것이다. 로맹 롤랑이『톨스토이의 생애』를 집필한 직접적인 이유는 1910년 11월 9일에 톨스토이가 약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톨스토이가 죽고 나서 불과 두 달 남짓한 시기에 로맹 롤랑이『톨스토이의 생애』를 집필한 것을 보면, 그가 평소에 얼마나 톨스토이를 존경하고 톨스토이의 대하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톨스토이의 생애』에서는 톨스토이를 향한 로맹 롤랑의 화려한 찬사가 책의 초반부터 등장한다.

“지난 백 년 남짓한 동안 땅 위를 밝혀 주었던 위대한 러시아의 한 영혼이 사라졌다. 그것은 우리 세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젊은 시절을 비춰 주는 가장 순수한 빛이었다. 19세기 말 무겁고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황혼 속에서 그 빛은 위안의 별이었다. 그 별빛은 우리 청년들의 정신을 사로잡고 위로해 주었다.” (9쪽)

로맹 롤랑이 집필한『톨스토이의 생애』는 톨스토이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상세하게 서술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톨스토이의 삶을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빈틈없이 살펴보고자 하는 시도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특이하게도 로맹 롤랑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톨스토이를 하늘의 빛나는 별이 아니라, 땅에 머문 우리의 형제로 표현한다.

“그는 우리의 자부심 많은 거장은 아니다. 인류를 초월하고 자기만의 예술이나 지성의 영광 속에서 군림하고 있는 존대한 천재는 아니다. 그는 ‘우리의 형제’이다.” (106쪽)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이 세상에는 로맹 롤랑과 톨스토이와 같은 대하소설의 거장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그 누구도 더는 장편소설과 대하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로맹 롤랑과 톨스토이와 같은 대하소설의 거장은 이 세상에서 멸종하는 것인가? 그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편소설과 대하소설을 향한 우리의 관심이 절실하다. 우리에게는 긴 호흡으로 사람과 사랑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대하소설의 거장이 필요하다.

황재혁 목사<br>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br>​​​​​​​본보 객원기자<br>
황재혁 목사
예수마을교회 청년부 담당
본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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