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통일독립의 영성과 도산의 길
[티와들보] 통일독립의 영성과 도산의 길
  • 조태영 목사
  • 승인 2024.03.0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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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
도산 안창호 선생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이야기가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남북 정세에까지 이르렀다. 그에 대하여 기사는 거침없이 북한은 미국이 무서워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하였다. 전쟁을 일으키는 즉시 미국이 북을 초토화시키고 김정은은 끝장이라고. 김정은이 말로만 큰소리치지 속으로는 두려워 떨고 있다고 하였다. 그의 음성에서 쇳소리가 났다. 분단의 해결은 북한의 붕괴밖에 없다는 것, 미국이 남북문제의 해결자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것이 그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우파 주류의 집단신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단의 철벽이 와락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분단 체제의 차가운 얼음장 아래서 뜨거운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살벌한 현실이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한반도의 분단은 2차세계대전 후 미소 간 지정학적 구조재편에 따라 강제된 것이었지만, 그 뿌리는 보다 멀고 깊다. 3·1운동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의 독립운동 세력들은 불행하게도 ‘독립운동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통일독립’을 이루지 못한 통렬한 내부적 원인이다. 그 결과 일제의 패망 후 우리 민족은 ‘분단독립’이라는 불구의 상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3·1운동 이후 분출한 독립운동의 제 세력들은 연합하여 단일한 민주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데 실패하였다. 잠시 통합임시정부를 구성했지만, 곧 분해되었고, 이후의 통합 노력도 무산되었다. 그 후로 상해 임시정부는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했다. 독립운동 세력들은 사분오열하여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였고, 일제가 패망하기까지 큰 힘을 써보지 못하다가 일제의 패전과 함께 갑작스럽게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스스로 해방을 쟁취하지 못하였기에 태평양전쟁 종전 후 우리 민족은 자주적 통일독립국가를 세울 주도권을 잡지 못하였고, 건국 주체 세력이 통일되어 있지 않아 통일독립국가 건립이 자체적으로 불가능하였다. 국토는 전승국들의 의사에 따라 남과 북으로 분할 점령되었고, 점령국들의 의사대로 삼팔선이 그어졌다. 38도 이북 이남에 각각 공산주의 정권과 자본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은 건국 주체가 된 독립운동 세력들이 그렇게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단 체제 속에서 체제의 주민들은 각기 분단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어 분단의 모순을 체질화한 채 자기 분열적 삶을 운명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민족 내부의 분열은 분단의 외부 요인들을 민족 운명의 결정력으로 확정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민족 내부에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을 닦는다면 외부의 요인들은 통일에 역행하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남과 북이 분단을 극복하려는 의사가 일치하고, 통일의 길을 놓는 방도와 노정에 대하여 확고한 합의를 도출해 낸다면 외부의 요인들을 순기능적으로 견인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3월 10일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서거일이다. 도산은 통일을 독립운동의 최고 원칙과 목표로 인식한 심오한 사상과 신앙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우리 민족 가운데 나타난 통일독립의 지고지순한 표상이다. 그는 우리 민족이 처한 극한 고난의 시대 한 가운데서 통일독립의 인격을 가장 완전하게 보여준 인간상의 모범이다. 분단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성숙한 인격의 고결한 사표이다. 분단의 질곡 속에서 겨레가 바라볼 통일독립의 표상에 가장 가까운 인물, 통일독립의 길이 된 선지자 도산의 정신과 영성이 남북 겨레의 심장에 부활하여 활짝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나님, 저희의 정수리가 터져야겠습니다. 분열의 육성이 찢어지고 통일의 영성이 열려야겠습니다. 열린 정수리에 우리 마음속 냉혈한 얼음장을 녹일 성령의 불덩이가 내려야겠습니다. 우리 영혼 속 분열과 혼돈을 몰아내고 영혼의 중심을 밝힐 불기둥이 서야겠습니다. 불 망치로 저희의 정수리를 쳐서 깨뜨리소서.

조태영 목사<br>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br>한국고전번역원 이사<br>​​​​​​​경기중부NCC 고문
조태영 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경기중부NCC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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