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복음] 영화 〈브로커〉 - 그들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영화와 복음] 영화 〈브로커〉 - 그들은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 임명진 목사
  • 승인 2024.02.2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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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가족’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 가족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범주를 정하기 쉽지 않은 시대에 다다랐다. 성적 정체성 문제, 결혼 여부 그리고 그 필요성까지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도대체 21세기, 특히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가족은 무엇이며, 그 의미는 어떤 것일까?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인한 방법만이 전부일까?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고 전파해야 하는 인간에게, (사회학적 관점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가 ‘가족’이다. 가족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경도 인간의 역사를 첫 사람 아담과 그 가족의 관계성 속에서 펼쳐낸다. 이런 가족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꾸준히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이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가족과 관계되어 있다. 그런데 그 ‘가족’은 위에서 제시한 일반적인 의미의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 범주를 벗어나거나 경계를 허무는 의미의 가족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작품일수록 사회적 의미와 관점에서 가족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데, 그 정점을 찍은 작품이 2018년에 제작되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하나 친족 관계가 없지만, 그 어떤 가족보다 더 가족스럽다. ‘가족’에 대한 그의 관심은 한국 배우들을 주연으로 삼은 영화 〈브로커〉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로드 무비 형식을 띠는 이 작품은 소위 (불법) 입양 브로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비 혈연적 의미에서의 가족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비가 몹시 내리는 어느 날, 미혼모 소영(이지은)은 부산 어느 교회의 베이비박스 앞에 자신의 아기를 몰래 내려놓고 떠난다. 차 안에서 이를 보고 있던 형사 수진(배두나)과 은주(이주영)는 아기를 베이비박스 안에 넣어준다. 아기를 발견한 상현(송강호)은 쪽지에 연락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후배 동수(강동원)와 함께 돈을 받고 입양을 보내려 하지만, 뒤늦게 버린 아기 우성에 대한 미안함과 미련이 남아 찾아온 소영과 동행하며 적당한 입양가정을 찾아 나선다. 여기에 동수와 같은 보육원 출신의 아이 해진(임승수)도 합류한다. 이들은 좋은 입양자를 찾아 부산에서 울진으로, 강릉으로 그리고 서울에 이르는 여정을 떠나고, 함께 이동하는 동안 전혀 피가 섞이지 않았음에도 가족으로 변해간다.

영화에는 그렇게 이들이 조금씩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비춰준다. 며칠간 동고동락하며 서로의 사연을 알아가고, 자신의 진짜 이름도 알려준다. 그들만의 비밀도 공유하고, 신뢰와 이해, 공감의 감정이 조금씩 쌓여간다. 동수가 소영을 위로하며 건네는 “그러면 우산을 사. 두 사람이 들어가는 큰 걸로.”라는 대사와 아기를 버린 죄책감에 엄마 자격이 없는 자신에 대한 회한을 토로하는 소영에게 동수가 큰 손으로 눈과 얼굴을 가려주는 장면은 진짜 가족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은 단지 혈연으로 이어진 본능적인 차원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음과 행동을 통해 확장·심화된다.

영화는 여러 사회적 이슈를 던져준다. 미혼모 문제를 비롯하며, 베이비박스와 낙태, 입양 브로커, 입양아와 입양가정의 자격, 보육원과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보육원을 나왔을 때 발생하는 문제, 이혼과 이로 인한 자녀의 정체성과 정서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혈연을 넘어선 가족 개념의 재정의를 제안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력과 여타 이유로 결혼이 늦어지고 기피되며, 저출산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되는 현실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독교인들도 교회 공동체를 ‘한 가족’으로 부른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일컬어지니,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된다. 결혼과 혈연이 가족의 중심이고 근간이겠지만, 그것을 거치지 않고도 가족처럼 살아가는 시대, 심지어 반려동물이 인간보다 더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시대, 어쩌면 우리가 감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시대의 사회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임명진 목사<br>북악하늘교회 담임<br>문화사역 전문기자<br>
임명진 목사
북악하늘교회 담임
문화사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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