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논설위원 칼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 박성철 교수
  • 승인 2024.02.1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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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학 전공자로서 필자는 중요한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이번 선거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공적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고민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가끔 이런 식의 질문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소위 ‘전문가’에 의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로 제기되기도 한다. 정치가 현실을 바꾸는 인간의 행위에 관한 것이라면 그 변화의 대상인 ‘왜곡된 현실’은 한두 번의 선거로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

교회의 역할은 그 현실 앞에서도 그리스도인이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정치적 지향을 기독교 신앙과의 연관성 속에서 제시하는 것이다. 칼 바르트(Karl Barth)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적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기독교적 결정들과 관련해서 어떠한 사상도, 체계도, 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 속에서 인식하고 고수해야 하는 방향과 노선”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Christengemeinde und Bürgergemeinde). 물론 그 방향과 노선은 현실의 모순을 강화하거나 왜곡된 체제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적 방향과 노선이 옳다면, 독재와 전체주의를 지지하는 그리스도인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新)자유주의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태 위기의 시대에 필자가 생각하는 2024년 총선에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정책적 방향과 노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지지이다.

현재의 정치적 극단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냉전 시대의 모순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노동자층과 저소득층에게 떠넘김으로써 손쉽게 해결하려 했다. 정치적 극단주의는 빈부의 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안전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강화된 만큼 공공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약화함으로써 해소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사를 받는 생태 위기(혹은 기후 위기)의 문제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맹목적인 개발 정책은 경제적 양극화의 원인인 동시에, 생태 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둘째, 혐오와 증오의 정치에 대한 거부이다.

‘자기편’과 ‘진영’의 결집은 정치의 기본이다. 하지만 자기편의 결집이 반드시 혐오와 증오를 증폭시키는 방식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강화된 정치적 극단주의는 혐오와 증오를 동력으로 하며 차별을 통해 목적을 이루려는 경향을 보이며, 혐오와 증오의 주된 대상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한국교회가 다른 사회적 영역에 비해 적극적으로 간여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회는 사랑의 실천을 가장 중요한 계명(막 12:33)으로 여기며 “모든 사람에게 나타낼” “온유함”(딛 3:2)은 혐오와 증오에 기초해서는 안 되며 차별을 통해서도 표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과 노선은 결국 교회가 소외당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지향하도록 이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시민과 MZ세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시대가 변화한 만큼 신앙적(혹은 신학적) 당위성에 기초한 강요나 억압이 아니라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통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정치적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도 뒤따라야 한다. 만약 문제의식을 느낀 그리스도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근본주의가 과잉 대표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밴드왜건효과(band wagon effect)로 인해 더욱 극우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교회는 결국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다(마 5:13).

기독교대선행동 정책위원장 박성철 목사
박성철 교수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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