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평]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미니 다큐로 만드는 나라
[뉴스 비평]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미니 다큐로 만드는 나라
  • 김기태 교수
  • 승인 2024.02.15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대통령 신년 녹화대담, 내용도 형식도 ‘많이 아쉽다’”(동아일보)

“윤 대통령 명품백 해명, 국민 우려 해소엔 미흡했다”(중앙일보)

“내용·형식 미흡 尹 대담, ‘앞으로 조심’ 약속이라도 지켜야”(조선일보)

주요 보수신문들의 2월 8일 자 사설 제목이다.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지난 2월 7일 밤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대통령이 직접 언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국민들로서는 이번 신년 대담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연초에 주로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직접 질의응답을 하는게 관례였다. 물론 진행 방식이나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신년에 대통령이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런 점에서 과연 이번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미니 다큐 프로그램이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권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와 평가를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먼저 대담 방송이라는 형식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단 한 사람의 질문자였다는 점이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기자로부터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기자회견에 비해 너무나 일방적인 대통령의 입장만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KBS는 현재 사장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대담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생방송도 아닌 녹화방송이었고 2시간 넘게 촬영한 방송을 100분으로 편집한 내용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 지도자들이 대담보다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현실에서 이런 방식의 신년 대담을 내보내는 것은 현 정부의 국민 소통 지수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런 형식의 대담 방송은 국민이 듣고 싶거나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주로 전달하는 일방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교양 다큐 프로그램으로 대통령의 신년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처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대담 방송에서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은 당연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이었다. 그러나 진솔하고 분명한 대통령의 답변과 사과를 기다렸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일관했다. KBS 박장범 앵커가 ‘조그마한 백’이라고 3백만 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가방을 지칭할 때부터 대통령의 그다음 메시지는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방송 ‘서울의 소리‘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제시한 이후 침묵을 지키던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는데 여전히 사과보다는 해명 위주였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직접 명품백을 수수하는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장면이 생생하게 방송을 통해 온 국민에게 방영된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여전히 단호하지 못해서 발생한 단순한 부주의였고 공작의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불통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대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김기태 교수 <br>본보 논설위원장<br>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br>서울 문화교회 장로<br>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br>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김기태 교수 
본보 논설위원장
시사문화평론가
언론학 박사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울 문화교회 장로
전 한국미디어교육학회 회장
전 CBS기독교방송 재단이사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