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 잃어버린 형제들을 돌아보자
아픈 과거, 잃어버린 형제들을 돌아보자
  • 최상현 기자
  • 승인 2024.02.06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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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임광빈 목사(희년재단 상임이사)

한국교회, 한인 디아스포라 위해 앞장서야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희년재단 상임이사 임광빈 목사. 최상현 기자.
희년재단 상임이사 임광빈 목사. 최상현 기자.

Q. 최근 희년학당 학생들과 고려인 마을을 다녀오셨는데 후기가 궁금하다.

희년재단에서 운영한 제2기 희년학당은 ‘한국 교회의 사회적 동행’을 주제로 열렸다. 총 10회의 강좌를 마치고 종강 프로그램으로 전남 광주에 위치한 선교 현장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1904년 이후,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뿌린 선교의 씨앗이 자라 오늘날 민주, 인권, 평화와 진보의 도시로 광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고려인 마을 현장을 답사했는데 이 마을은 선교적인 의도로 기획된 곳으로, 광주 시민들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마을 안에는 고려인 교회와 의료시설, 신협, 방송국 등 30여 지원 단체가 들어와 있으며 각종 학교와 노인 복지 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현재 약 7천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이 운영하는 상점도 60여 개에 이른다. 10여년 사이에 형성된 이 마을을 대표하는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가 15만 명에 달하며, 고려인 마을을 기획한 박용수 장로는 우리 희년재단 이사로도 섬기고 계신다.

Q. 한인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한국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만큼 크게 발전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발전은 우리만의 노력과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한민족의 노력의 과정이고 결과라는 점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약 700만 명으로 추산 된다. 이들은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국권을 빼앗겼을 때 국외로 이주한 디아스포라다. 일제의 침략으로 땅, 집,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떠나거나 강제로 징용, 징병을 가게 되었다. 또 한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려고 떠난 이들도 있었다. 두 번째 그룹은 한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주한 디아스포라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동기, 유학이나 개인적 이유로 떠난 이들이다.

첫 번째 그룹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에 동포로 인정받지 못하고 국적이 없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사할린의 탄광으로 강제 징용된 이들은 해방 이후 4-5만 여명이 고립되어 버렸다. 정부가 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1990년대까지 매년 명절이 되면 고국에서 배를 몰고 그들을 데려갈 것이라 믿고 기다렸다. 중국에서 항일 운동을 하다가 남과 북이 분단되면서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 또한 모국 정부로부터 동포라는 인정을 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거주국에서 대한민국의 동포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2003년에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입증 절차가 까다롭다.

Q.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나쁜 것 같다.

2000년 대 중반 이전,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동포의 85%는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지금까지 재외 동포에 대한 의식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으며 그들을 두고 도움이 되는 동포, 부담되는 동포로 구별 짓는 등 차별의식이 심각하다. 한민족 공동체 내의 동포 차별의식, 특히 조선족에 대한 혐오는 정말 크다. 그래서 자기 신분을 감추는 이들도 많다.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했지만 조선족은 모두 불법이었다. 그래서 여권을 위조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남아 돈을 벌었고, 이러한 행동은 우리 국민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에 안 좋은 시각을 갖게 됐다. 한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겠지만 수교가 된 후, 고향 생각이 왜 나지 않았겠는가?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항일 열사였는데 고향에 돌아와 보니 동생들이 재산을 다 차지하고, 등기도 옮겨버린 채 본인은 행불자, 사망자 처리를 해버린 현실. 찾아오면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니 울분이 쌓이게 된 것이다. 이제는 이들을 향한 소외와 배제를 해결해야 한다.

Q. 한인 디아스포라가 필요로 하는 도움(지원)은?

차별, 소외, 배제를 해결하는 것이 1순위다. 이를 위해 교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희년학당을 진행 하면서 조선족 목회자 5명을 초대했다. 중국에서 목회자가 된 조선족 목사들인데 국내에 조선족이 80만 명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교회연합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중교연에 속한 목회자들과 협력하여 회복을 위한 사역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는 조선족 역사 문화 센터, 조선족 방송 등을 기획했고, 조선족들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로 소통할 방안을 모색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외국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고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 또한 제공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소외의식을 극복하고, 한국 교회가 고마운 존재로 각인될 것이라 기대한다.

특별히 서울 서남부 지역 조선족 집거지에는 15만에서 20만 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우선 그곳에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선족을 위한 인문학’이다. 오는 3월, 희년사회연구소가 출범한 후 연구소 주관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족 목회자들은 이러한 방안에 크게 도전을 받았고 공간을 제공하는 등 협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조선족의 정체성 모색하고, 한국에서의 삶과 미래를 그리게 될 것이다.

Q. 한국 교회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시각을 가져주길 바란다.

먼저, 80만 조선족 동포를 귀하게 여기고 현실적으로 그들과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마인드로 돌아가자. 과거 한국 교회가 중국에 있는 조선족, 연변 지역에서 많은 선교활동을 했는데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우리가 후원하고 선교해야할 대상이 한국에 이미 와 있는 것이다. 조선족인 여전히 중국 땅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변해야 한다. 세계화에 대한 영향, 코리안 드림으로 이미 고국으로 이주한 동포들을 배려하고, 이들과 사회적 동행을 기꺼이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들은 북한에 친인척이 있으며, 북한 방문이 자유롭다. 공동 투자, 회사 경영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복음이 들어간다면 얼마나 효과적이겠는가? 통일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당장 오늘, 실제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 눈앞에 있는 80만 동포가 가난한 친척이 있는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북한에 가서 가족을 만나 교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교인이 늘어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은 멀리에 있지 않다. 조선족 교회와 파트너십을 잘 맺어 북한 선교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가자.

두 번째, 고려인 문제다. 무국적자로 추정되는 5만 명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떠돌고 있다. 이들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한국 교회가 관심을 가지자. 이제는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방 이후 너무 오랜 세월 혹독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법적, 제도적 지원을 하자.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사망신고도 필요 없는 존재, 나라를 잃었다는 이유로 불행한 삶을 살아온 이들을 위해 우리 한국 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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