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다른 길로
[예술과 목회] 다른 길로
  • 김선중 목사
  • 승인 2024.02.1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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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스트 어웨이
영화 〈캐스트 어웨이〉 中

새해 주현절의 본문인 동방박사 이야기는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는 꿈에서 지시받은 대로 “다른 길로” 되돌아갔다는 구절로 끝이 납니다. 인생에서 깊은 좌절을 맛보며 길을 잃을 때 우리는 “나는 갈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어딜 가야 좋을지 주여 인도하소서”라는 찬송가 구절을 신음하며 부르곤 합니다.

텍사스의 두 도시인 모비티와 캐너디언 사이에 있는 시골의 네거리 길을 시작과 끝의 배경으로 삼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길을 잃은 채 떠도는 우리의 인생을 그려냅니다. 시작 장면에서는 페덱스의 배달차가 그 네거리에서 하나의 방향을 택해 접어들더니 어느 집에 멈추어 배달물을 가져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화의 주인공인 척 노랜드가 자신의 차를 몰고 같은 네거리에서 시작 장면에서와 같은 방향의 길로 접어듭니다.

척은 페덱스(FedEx) 직원으로 전 세계로 바쁘게 출장을 다닙니다. 성탄절 이브를 여자 친구인 켈리 프리얼스의 가족들과 보내던 중 말레이시아로 출장 가라는 회사의 연락을 받습니다. 척이 탄 회사의 비행기는 심한 폭풍우를 만나 태평양에 추락하게 되고 척 홀로 살아남아 무인도로 표류하게 됩니다. 그는 시간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시간이 무의미한 세계로 표류해 들어가 버림받은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생존을 위한 물품을 얻으려고, 비행기로부터 섬으로 떠밀려 온 몇 가지 페덱스의 수화물을 열지만, 황금색 천사날개가 인쇄된 단 한가지 수화물만은 개봉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합니다. 그 날개 그림 처럼 다시 날아오르는 날까지 버텨내어 반드시 그 수화물을 배달하겠노라는 페덱스 직원으로서의 정체성과 의무를 간직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인도에서 홀로 버텨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다시 삶에의 의지를 불태웁니다. 4년이 흐른 후, 섬으로만 밀어닥치는 거센 파도를 넘어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데 성공하여 구조됩니다.

켈리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넣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회중시계, 그 안에서 4년의 세월 동안 척을 마주 보며 삶의 희망과 이정표가 되어주던 켈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었고 아이까지 두었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척을 뜨겁게 사랑하지만, 가정을 이룬 몸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척 또한 현실을 인정하며 그녀를 마음에서 놓아줍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中

척은 황금빛 천사 날개가 그려져 있는 그 수화물을 배달하기 위해 텍사스로 갑니다. 집에 아무도 없어 수화물에 메모를 적어 남깁니다. “이 수화물이 내 생명을 구했습니다.” 다시 네거리로 나온 척은 차를 세운 후에 네거리 한복판에 서서 사방을 살펴봅니다. 켈리를 잃어 삶의 방향 또한 잃어버린 그의 처지를 보여줍니다.

픽업트럭을 몰고 사거리로 나타난 베티나 페터슨 이라는 여인이 척을 보고는 트럭을 세우고 네거리가 각각 향하는 곳을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척이 되돌아 나온 그 방향으로 트럭을 몰고 사라지는데 그녀의 트럭에 황금빛 천사 날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자신에게 정체성과 사명을 간직하게 도와준 그 수화물의 주인이 바로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다시 사방을 살펴보고는 그녀가 사라져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짓습니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은 것입니다. 인생의 네거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며 좌절하곤 하는 우리에게 그 영화는 희망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신학교 3학년 성탄절 아침에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일주일 후 송구영신 예배 때 어머니의 성경을 무심코 뒤적이는데 시편 37편 표제어 옆에 어머니께서 손으로 쓰신 “새해 첫날에” 라는 글자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새해 첫날이면 그 시편을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시37:5).”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 길을 기뻐하시나니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37:23~24).”

저의 부모님은 갓 태어난 외아들을 며칠 만에 잃은 후, “다시 아들을 주시면 하나님께 바치겠습니다”라는 서원기도를 드렸기에 제가 태어났다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저는 결국 강제로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목사가 될 운명을 벗어나려고 신학교를 도망칠 기회를 엿보던 어설픈 신학생이었습니다. 그 시편을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달아오르며 저의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가고 싶지 않았던 인생의 길을 가겠노라고 결심한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꿈에서 하나님이 지시하신 대로 “다른 길로(by another road)” 갔습니다. 주현절의 계절, 우리에게 나타나신 주님을 뵈었으니 내 길을 주님께 맡기며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새로운 길을 따르겠다는 용기를 가다듬습니다. 그 길이 내 눈엔 낯설어 불편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시간 낭비하는 모험의 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길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는 가장 뜻깊은 지름길 이라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김선중 목사<br>UMC. 위스콘신 연회 정회원목사<br>
김선중 목사
UMC. 위스콘신 연회 정회원목사
예목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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